힘 빼고 삽시다
'열심히'라는 단어의 아이러니
너는 힘이 너무 들어가 있어, 힘을 빼야 해
힘 빼라,
이 문장은 지금까지 제가 살아오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조언들 중 하나입니다. 이로 미루어 보실 수 있듯, 저라는 사람을 표현하기에 가장 적절한 단어는 아마도 열쩡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출처 구글 유노윤호꽤 오랜 시간동안 몸과 마음에 잔뜩 힘을 주고 살았습니다. 오늘의 나는 어제보다 반드시 더 나아져있어야만 한다며 쉴 새 없이 스스로를 검열하고 등떠밀기 바빴죠. 지금 와서 돌이켜보니 그것은 '열심히'라는 것보다는 완벽주의로부터 비롯된 강박에 가깝지 않았나 싶습니다.
완벽주의는 스스로에 대한 높은 이상에서 온 것이기도 했지만 그 누구에게도 미움받고 싶지 않다는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기도 했습니다. 모두에게 좋은 사람으로 비치고 싶다는 욕심이요. 그러기 위해 끊임없이 타인에게 맞추려 하다 보니, 제 행동은 점점 부자연스러워지기 시작했어요. 열심히 하려고 하면 할수록 당연히 제 본모습과는 멀어졌고, 그럴수록 잔뜩 쪼그라든 저는 타인의 눈치를 더 많이 보게 되었어요. 그렇게 서로서로가 불편한 악순환의 나날들이 반복되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불현듯 더 이상 이렇게 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좋은 사람으로 비치고 싶어 스스로를 억압했던 모든 것들에 지쳤다고 느꼈죠. 어차피 노력하면 노력할수록 뭔가 이상한 방향으로 가는 것 같았기 때문에, 과감히 변화를 시도했습니다. 한번 막 나가보기로 결심한거에요.
그렇다고 뭔가 특별한 걸 했다는 건 아니고요, 그냥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전하려고 노력했어요. 눈치 보지 말고, 다른 사람들이 하는 것처럼, 그때그때 느낀 것들을 생각해보고 시간이 조금 걸리더라도 하고 싶은 말들을 솔직하게 천천히 씹어 내보내기 시작했죠.
그랬더니 웬걸요,
사람들은 이런 제 모습을 반기더라구요.
사람다워 좋다나요, 편해 보인다나요.
그때 크게 느꼈던 것 같습니다. 내가 완벽하게 통제하려고 했던 나의 모든 행동들이 오히려 나를 악순환으로 몰고 있었다는 것을요. 내가 사람들에게 잘 보이려는 욕심을 놓을 때 진정한 관계의 첫걸음이 시작된다는 사실도요.
그러기 위해선 필연적으로 완벽하지 못한 나 자신을 받아들이는 과정을 거쳐야만 했습니다. 어쩌면 완벽한 사람이 되어야만 한다는 강박 때문에 타인들과 대화할 때도 알게 모르게 부담을 주지 않았나 싶었어요. 내가 너에게 좋은 사람이 될 테니 너도 나에게 좋은 사람이 되라는 무언의 압박처럼요.
사는데 힘을 뺀다는 것은 어쩌면 조금은 느슨한 나도, 너도 괜찮다고 받아들이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가시적인 변화가 찾아온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저는 전보다 사는 것이 편해졌어요. 주변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소통하는 일도 예전보다 훨씬 나아진 것 같아 행복합니다. 그래서 저는 꾸준히 이 태도를 유지 해나 가보려고요:-) 아직 익숙하진 않지만 계속하다 보면 좀 괜찮아지겠지 하는 기대를 가져봅니다.
ps.
Funk라는 장르를 아세요? 흑인 음악의 한 종류로, 리듬이 잘게 나눠져 있는 아주 그루브 한 음악인데요. 피아노를 연주할 때 가장 못하는 장르 중 하나에요. 아무리 잘 쳐보려 노력해도 나무토막이 치는 것처럼 뻣뻣한 느낌이 났거든요. 그런데 에라 모르겠다며 모든 것을 내려 놓고 친 그 순간, 오히려 그전에 열심히 하려고 했던 때보다 훨씬 나은 소리가 나더라고요! 아마 같은 맥락이 아닌가 싶었습니다. (하지만 본투비 나무토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