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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이도 Apr 12. 2019

일상을 여행하듯 사는 법

낯설게 바라보는 힘에 대하여

여행

; 일이나 유람을 목적으로 다른 고장이나 외국에 가는 일.






같은 밥 한 술을 떠도 여행지에서 먹으면 그 맛이 다르다. 여행 중의 산책은 그 공기가 다르게 느껴지곤 하며, 낯선 도시에서 길을 잃어 당황스러웠던 기억도 시간이 지나면 여행지에서 겪었던 재밌는 추억거리가 된다.


이처럼 여행이라는 단어에는 여행지에서의 모든 기억들을 아름답게 만들어주는 마법 같은 힘이 있다.




그 매력에 홀려 성인이 된 이후부터 통장에 돈이 모이는 족족 여행을 떠났더랬다. 휴학하고 커피 만잔은 족히 뽑아 다녀왔던 첫 여행지 네팔을 시작으로 남미, 유럽, 자잘한 일본과 국내들까지. 마지막으로 다녀온 하노이에서 모든 일정을 마치고 공항으로 가는 길에 '다음엔 또 어디로 떠나지' 자연스럽게 스카이스캐너를 돌려보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 여기서 뭐 하고 있는 거지?'



어느 순간부터 내 삶엔 "돈 번다=여행 간다"라는 공식이 자연스럽게 박혀있었던 것이다. 별다른 목적이 없어도 돈 벌면 떠나고 돌아오길 반복한 지 3년, 벌써 나는 이십 대 중반이 되어있었다. 어느새 친구들은 졸업반이 되어 하나 둘 각자의 필드에서 제자리를 잡을 준비를 하고 있는데, 나의 자리는 어디에 묻혀있는지 보이지 않았다.


왜 이렇게 대책 없이 떠나기만 했을까, 수많은 여행들로 난 무엇을 얻고 싶었던 걸까? 지나온 과거와 미래에 대한 질문들이 불안과 함께 순식간에 파고들었다. 그렇게 비행시간 내리 고민한 끝에 다짐하게 되었지. 앞으로 왜 떠나야 하는지에 대한 이유가 없으면 내게 더 이상 여행은 없다고. 습관처럼 훌쩍 떠나는 짓은 더 이상 하지 않겠다고. 그렇게 굳은 결심과 함께 한국으로 돌아왔다.  








페루 리마 서민들의 대중교통, 메트로폴리타노


다시 학교에 돌아갔다. 대부분의 대학생들이 그러하듯 나의 일상도 학교와 과제와 알바로 채워졌다. 똑같은 하루하루가 반복되고 중간고사 즈음에 이르르니 또 다시 내 안의 방랑욕이 꿈틀대기 시작했다. 당장이라도 떠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그렇다고 학기 중간에 다 털고 떠나기엔 리스크가 너무 컸고, 종강까진 최소 2달은 더 기다려야 하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던 참에 나는 이 반복적인 일상 안에서 어떻게든 여행의 기분을 낼 수 있도록 나름의 방법을 강구하기 시작했다.




그러기 위해선 나에게 있어 여행이라는 단어가 무슨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알아야 했다.

나는 왜 그렇게 여행을 좋아했을까?


세 가지 이유가 나왔다.


첫째, 낯선 곳에서의 새로운 환경이 좋아서.

둘째, 전혀 다른 문화권에서 온 친구들을 만나는 것이 좋아서

셋째, 새로운 경험들을 통해 조금씩 달라지는 나를 발견하는 것이 좋아서.


그렇다, 이유들을 파고 들어보니 결국 내게 있어 여행이란

새롭고 다양한 경험들을 통해 조금씩 달라지는 나를 발견해나가는 과정이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이 의미를 일상에서도 적용시킬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새롭고 다양한 경험들을 지금 당장 여기서 하면 되잖아? 그래서 지금 당장 시도할 수 있는 낯선 일들을 찾아보았다.


삼각김밥을 먹을 때 맨날 먹는 참치 마요 맛 말고 새로 나온 게장 맛 시도해보기

늘 지하철 타고 가던 길을 버스 타고 가보기

평소에 입지 않는 스타일의 옷 입기

새로운 가게 들러 혼밥 하기

새로 나온 어플로 사진 찍어보기

강렬한 색의 매니큐어 칠해보기




그렇게 일상 속 작은 여행 떠나기를 시도한 지 일주일, 신기한 일이 벌어졌다. 더 이상 습관처럼 떠나고 싶단 생각을 덜 하게 되었다. 늘 붕 떠있던 마음도 조금씩 가라앉는 게 느껴졌다. 판에 박힌 듯 똑같다 생각했던 하루들이 점점 낯설게 느껴지고, 생각지도 못했던 포인트에서 새로운 자극을 받으며 조금씩 변화하는 나를 발견했다.


여행의 즐거움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었다.

일상도 여행하듯 살 수 있었던 것이다.








오늘도 지루하게 굴러가는 하루를 비틀어 본다. 당장 흘러가는 시간이 낯설게 느껴지기 시작했다면 당신은 이미 일상 발 비행기 안에 탑승해 있군요(짝짝짝). 도착지가 어디건 그것은 중요치 않다, 당신에게 새로운 자극을 줄 수 있는 요소들이 도처에서 당신을 기다리고 있을지 모르니 그대, 오늘도 즐거운 여행되시라.






김냐냐 사전

여행

; 삶에 새로움을 더해주는 모든 행위를 일컬음. 주로 ‘여행스럽다’, ‘여행답다’, ‘여행 같다’ 등으로 쓰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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