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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이도 Sep 15. 2023

생강퍼슨이 되고 싶어

리쉬 탠저린진저허니

몇 년 조금 무리했다고 몸이 엄청 메마르고 차졌다. 뛰어도 땀도 잘 안 나고 몸에 전체적으로 물이 없다. 냉한 몸은 열이 많았을 때에 비해 기운을 내기가 쉽지 않네. 속에 열을 채우기 위해 주변에 조언을 구하다 생강을 먹어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생강. 단어를 말하는 것만으로도 특유의 향과 매운맛이 입 안에 돌았다. 나는 다시 열 많은 인간이 되길 염원하는 곰의 심정으로 매일 생강을 먹었다. 특유의 향을 원래도 좋아했지만 이렇게 본격적으로 먹어본 것은 처음이었다. 주로 자기 전 말린 편생강을 한두 톨 먹거나 생협에서 파는 생강 젤리를 하나씩 까먹으며 일하거나 쌩생강을 썰어 따뜻한 물에 우려먹었는데 먹자마자 속이 뜨끈해지는게 효과가 참 좋았다. 처음엔 속에서 불꽃이 한번 화르르하고 피었다 금세 사그라들었지만 꾸준히 먹자 따뜻한 힘이 천천히 안에서 지펴지고 있음이 느껴졌다. 효력이 느껴지면 느껴질수록 나는 생강을 더욱 더 열심히 먹었다.


그러다 보니 너무 몸이 생강생강해진 것이다. 속은 땔감을 한껏 넣어놓은 장작불처럼 화르르륵 타고 있어서 자주 달리거나 에너지를 잔뜩 쏟는 일을 해서 꼭 진을 빼줘야 했다. 아무리 내가 생강을 좋아한다고는 하지만 이렇게까지 생~강~한 삶은 좀 그래. 그래도 따뜻해진 몸을 계속 유지할 정도의 생강력은 가져가고 싶었다. 뭔가 좋은 대안이 없을까 고민하던 차에 한 까페에서 이 티를 발견한 것이다.


진저향을 중심으로 한 다채로운 향에 허니허니한 뒷맛. 여러 가지 힘이 적절히 분배되어 녹아든 조화로운 조합이라니. 각자의 밸런스가 좋은 팀을 보는 기분이었다. 무엇보다도 이 큰 팀을 이끄는 생강 팀장님께서 큰 그릇으로 각 팀원들을 한 데로 모을 중심점을 잡아주고 있었다. 컵이 바닥을 보일때 즈음 목이 적당하게 얼얼했다. 몸에 은은하게 군불을 떼워주는 차라니, 마지막 남은 한입을 마시며 이런 그릇과 매력을 가진 생강퍼슨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 다른 사람의 장점을 독려할 여유도 있으면서 때와 장소에 맞춰 나를 적절히 표현할 수 있는 사람. 이젠 어딜 가도 조화로이 녹아들 수 있는 내공을 가진 사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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