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새 고양이가 산책하는 모습을 두 번이나 보았다. 길고양이도 아니고 집고양이가 바깥에 나와있는 것을 보는 것은 적어도 내 인생에선 흔한 일이 아니었다. 으레 고양이란 극한의 집순이 집돌이와 동의어가 아니었는지? 아무튼 마실을 나온 두 마리의 고양이들 중 어제 만난 한 마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일을 하다 갑작스레 한 시간 가량 자유시간이 생겼다. 평소 같았으면 가만히 핸드폰을 하며 시간이 지나가길 기다렸겠지만, 어제는 날씨가 너무 좋았기에 밖으로 나가고 싶었다. 삼 분쯤 걸으면 나오는 유치원 옆에 공원이 하나 있던데. 그 공원이 볕이 잘 드니까 그곳에 가서 쉬다 와야지. 슬슬 걸어 도착한 공원의 동그란 벤치에 누워 아이들이 뛰노는 소리를 들으며 나는 짧은 낮잠을 시도하고 있었다.
눈을 감고 십 여분 정도 지났을 때, 당장 내 머리맡에서 고롱고롱거리는 소리가 났다. 예상하지 못한 진동 소리가 나무 판대를 타고 귀를 울렸다. 이게 뭔가 싶어 고개를 오른쪽으로 돌렸다가 두 뼘쯤 되는 거리에서 한 고양이와 눈이 마주쳤다.
아니 웬 고양이.
이 갑작스러운 눈 마주침에 당황스러운 건 나뿐만이 아니었는지 고양이가 동공 지진하는 것을 다 보았다. 길고양이가 쉬러 나온 건가 싶었지만 스트릿의 그것이라기엔 털의 결이 너무나도 뽀송했다. 고개를 돌려보니 옆엔 유치원에서 갓 하교한 듯한 아이가 고양이를 제 무릎 위에 앉히고 조심스럽게 쓰다듬어주고 있었다. 참새 같은 입으로 옆에 함께 앉아 계신 엄마에게 레오는- 레오는-... 하며 끊임없이 조잘거리던 그 모습은 아마도 당신이 받은 사랑의 모습처럼 조용히 아이를 관찰하고 이야기하고 예뻐해주려 했던 것이리라. 레오씨를 바라보니 어느새 그는 제 어린 주인의 손 위에 고개를 파묻고 편안한 자세로 낮잠을 청하고 있었다. 안락함에서 오는 고양이의 규칙적인 진동 소리와 조잘조잘 말하는 아이의 목소리를 함께 듣는 것은 참 기분 좋은 일이었다. 아 평화롭다. 들려오는 소리들을 배경 삼아 선잠에 들었다 깨기를 여러 번 반복했다.
맞춰놓은 알람 소리에 부스스 일어나 시계를 보니 다시 일하기 10분 전이었다. 고양 씨와 그 가족분들은 진즉에 집에 돌아가신 것 같았다. 마음속으로 아까 본 동공 지진을 되새기며 조금 웃었다. 그리고 본의 아니게 당신을 당황하게 만든 것 같아 미안하다고 전했다. 세상엔 텔레파시라는 것이 존재할지도 모르니 언젠간 닿지 않을까.
어떤 시간은 끊임없이 무언가를 채우기 위해 헤매고 노력했던 시간들보다 훨씬 밀도 있게 흘러 들어와 존재하는지도 몰랐던 빈 구덩이를 메우곤 사라진다. 바지를 털며 습관처럼 커피를 사 갈까 하다 오늘은 왠지 커피를 마시지 않아도 괜찮을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