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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이도 Jul 18. 2021

타코야끼는 여름이 제철

이열치열 뜨차뜨차

타코야키 트럭을 만난 건 며칠 전 밤이었다. 후덥지근한 여름 공기를 쐬며 동생과 산책을 하고 있었다. 오랜만에 야식을 먹자는 말에 무엇을 먹을지 고민하던 중, 길 건너편의 붉은색 트럭을 발견했다.


오! 타코야키야!


나는 반가운 친구를 발견한 것처럼 펄쩍 뛰며 타코야키를 가리켰다. 오늘은 저거다! 우린 신나게 횡단보도를 가로질러 트럭 앞에 도착했다. 스피커에선 국적불명의 뽕짝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문에 달린 큼지막한 화면에선 최신 케이팝 뮤직비디오가 틀어져 있었고, 휘황찬란한 미러볼은 묘한 리듬을 만들며 뱅글뱅글 돌아가고 있었다.


이렇게 화려한 타코야키 트럭은 처음이야...


우리는 입을 모아 말했다. 이 정도면 거의 이동식 클럽 아니냐며 나는 대기하는 시간 동안 간간이 춤을 췄다. 야밤에 동네 한복판에서 사람을 이렇게 만들 정도로 엄청난 기운을 주는 트럭이었다고 말하고 싶다. 깔깔 웃으며 놀던 우리를 보시던 주인분께서는 마감시간이라며 타코야키  알을 서비스로 주셨고, 우리는 잔뜩 신난 멍멍이들처럼 팔을 크게 흔들며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 도착하자 마자 선풍기를 틀고 타코야키 박스를 열었다. 소복이 쌓인 가쓰오부시 향이 예술이었다. 입술에 슬쩍 갖다 대니 껍데기  용암이 느껴졌다.  이거 대박 뜨겁다. 우리는 입천장이 까지지 않도록 후후 불어 조심스레 입에 넣었다. 씹자마자 뜨끈한 반죽이 입안에  퍼졌다. 우리는 증기 배출을 시작한 쿠쿠들처럼 핫뜨핫뜨를 외치다 냉장고에서  꺼낸 탄산수를 들이켰다. 역시 뜨차뜨차는 최고야. 하나  집어먹다보니 속에 따뜻한 기운이 퍼져나가는  느껴졌다. 날이 덥다고  것만 끼고 살아서 그랬는지 굳어져있던 장기들이 스르륵 풀어지고 있었다. 마지막  알까지 클리어하고 노곤해진 몸을 눕혔다. 기분이 정말 좋았다.  어른들이 여름에 뜨거운 음식을 찾으셨는지 조금은   같았다.


이열치열이 무더위의 해법이라면 타코야끼도 여름 음식 아닐까? 조각이지만 문어가 들어갔으니 보양도 될 것이라며 나는 탄산수를 홀짝였다. 여기다 맥주 한 캔까지 곁들인다면 진짜 짱일텐데. 아쉽게도 오늘 냉장고엔 술이 똑 떨어져 있었다.


다음날 마트에서 캔맥주를 사서 김냉 깊숙이 묻어두었다. 정말 찌는 듯 무더운 한여름밤이 오면 타코야끼를 한번 더 사 먹을 것이다. 살얼음 낀 맥주와 함께 할 다음번 타코야키의 날을 나는 정말 고대하고 있다. 그건 정말 천국일 거야.






PS. <대동타코야끼여지도>를 소개합니다.

전국 타코야끼 트럭 위치를 공유하는 지도입니다.


참고하실 분들을 위해 링크를 첨부합니다.

우리 동네 타코야끼 정보를 공유해주세요!


https://www.google.com/maps/d/u/0/viewer?mid=1EdVUZBtD6W4G0QMMXKVoLU-MzmCM3WmE&ll=36.878609774457146%2C127.12409697263968&z=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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