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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이도 Nov 16. 2021

백색소음

언젠가부터 외로움을 사람으로 푸는  경계하고 싶었다. 그래서 쉬는 날을 주로 집에서 보낸다. 대개 좋지만 가끔 외롭다. 책도 모던 패밀리도 지겨운 날엔 공기 청정기를 틀고 잠자리에 든다. 바람이 돌아가는 소리를 들으면 조금 안심이 되기 때문이다.


조용한 백색소음이 주는 안정감을 아시는지. 태아 시절 양수 속에 있는 열 달 동안 인간이 기본적으로 듣는 소리가 백색소음에 기반한다고 스펀지에서 봤다. 그래서 신생아들이 울 때 청소기를 돌리면 안정감을 느껴 조용해지는 거라고. 이미 성인이 된 나에게도 태아 시절의 기억이 남아있는 걸까? 그래도 적막해야 잠들 수 있기 때문에 자기 전엔 꺼야 한다.


어른이 되어 내가 원하는 대로 환경을 컨트롤할 수 있게 되니 인생의 모든 책임이 내게 있다. 어린 시절 막연히 솜사탕처럼 달콤할 것이라 생각했던 자유의 맛은 사실 카카오 72-99%를 오가는 랜덤 맛 초콜릿이었다. 쌉싸름한 맛을 좋아하는 편이지만 가끔은 크레파스를 씹어먹은 듯한 하루가 있다. 그럴 땐 갓 태어난 아이처럼 시원하게 울고만 싶다. 근데 눈물도 노력해서 길을 내야 한다는 걸 최근에 알게됐다. 웃기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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