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ns and Stars', Really Slow Motion
시작은 집 근처 바닷가 카페였습니다. 그저 그런 날, 그저 지나가는 평범한 하루였던 그날. 여느 때처럼 방문한 카페에서 레드오렌지 티를 주문하고 적당히 창문 앞에 앉아 책을 읽는 그런 날이었죠. '음 레드오렌지 이 차는 참 씁쓸한 맛이네, 레드오렌지인데 오렌지 맛이 안나' 같은 시시콜콜한 생각을 하며 기지개를 켜는 그 순간 제 눈에 들어온 건 노을 지는 바닷가의 모습이었습니다.
지나가는 사람들과 차량들, 바닷가 옆 길에서 풍선을 들고 뛰어다니는 아이들과 천천히 어둑어둑해지는 그날의 바닷가를 어찌나 집중해서 바라보았는지, 정신을 차리고 집어 든 찻잔에 담겨있던 얼음이 다 녹아버리고 겉에 맺혀있던 물방울은 모두 흘러내리고 말았죠. 그 풍경을 그저 눈에만, 사진에만 담아두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해가 져버리기 전에 이 낭만을 적어두고 싶어 허겁지겁 가져왔던 노트북을 꺼내 들고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제목은 '낭만에 대하여'.
첫 글을 허겁지겁 적고 나니, 주변의 요소, 사물, 세상 곳곳에 숨어있던 낭만들이 그제야 느껴지더군요. 그렇게 '낭만에 대하여'는 곁을 지나쳐가는 수많은 단어들 사이에 녹아있는 낭만을 기록하고 싶다는 작은 바람에서 시작했습니다. 여명, 행복, 비, 사랑, 눈, 집, 감성, 벚꽃, 밤, 나무, 바다, 일상, 청소, 꿈, 글쓰기, 설렘, 낭만, 기억, 마음, 초심, 삶의 목적, 정의, 발전, 선택, 영웅, 부끄러움, 영화, 비주류, 황혼의 29개의 주제. 그저 시작이었던 '낭만에 대하여'는 그렇게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로 성장했습니다.
수많은 낭만을 적어낸 글을 쓰는 짧은 기간 동안 저 또한 수없이 많은 낭만에 녹아 지내게 되었습니다. 바라보는 세상에 숨어있는 낭만들을 꺼내서 글에 표현하는 건, 사실 재미있었거든요. 숨바꼭질하는 기분이랄까요. 고개를 빼꼼히 내밀고 있다가 제가 바라보면 도망쳐버리는 낭만들과의 숨바꼭질 말이죠. 숨어있는 그들을 몰래 바라보고, 그들의 모습을 묘사하는 과정 속에서 보람과 재미를 느꼈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찾아내고 묘사했던 낭만들이 소중한 여러분들께 잘 전달되었을지 모르겠습니다. 잘 담아내자고 나름 노력했습니다만 글에 대한 경험이 그리 많지 않아 사실 자신은 없습니다. 때로는 감정에 벅차올라서 거칠게 적어낸 글도 있습니다. 낭만을 묘사해야 하는데 제 감정을 담아낸 글도 꽤 있었고, 낭만 그 자체에 감정 이입하여 그들의 입장에서 써 내려갔던 글도 있었죠. 혹여 여러분의 생각, 사상, 철학과 맞지 않는 부분이 있었더라도 너그러이 넘어가 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문학은 작가의 손을 떠나는 순간 작가의 것이 아니라, 읽고 분석하며 씹고, 뜯고, 맛보는 그 모든 독자들의 것이 된다고 합니다. 이 글들이 문학이라면, 이제 여기에 있던 낭만들은 제 것이 아니게 되는 것이겠죠. 여러분께서 낭만들의 좋은 주인이 되어주셨으면 합니다. 이들에 대해 의견이 있으시면 언제든 제게 의견을 남기셔도 되고요. 토론도 재미있겠네요, 그렇게 서로가 앞에 두고 있는 낭만을 온전히 받아들이고 느끼게 되는 거죠.
29개의 낭만은 이렇게 완성되었습니다. 나머지 한 개, 30번째 낭만은 여러분께서 찾아내어 그 주인이 되어주셨으면 합니다. 세상에 숨어있던 낭만을 찾다 보면 분명 더 많은 것들을 즐겁게 알아가실 수 있으실 거예요. 여러분께서 마주할 모든 낭만을 위하는 마음을 담아 이만 줄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