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각의식

사진에 대한 소고

by 레드 피터

긴 연휴 동안은

오래 두고 볼 수 있는 필름으로

사진을 좀 찍어야겠다 싶었다.

비도 많이 왔거니와,

이상하리만큼 사진 찍기가 어렵고 두려웠다.


아버지는 이제 염색약에 머리가 가렵다며

더 이상 쓰지 않으신다고 했다.

하얗게 센 머리칼과,

내 또래였던 젊은 시절의 아버지 사진,

그 두 얼굴이 겹쳐 보였다.

그 사이에서 커가는 아들의 얼굴을 보며

무언가 서서히 지워져 간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사진은 망각하기 위한 의식이다.

찍는다는 건,

기억하지 않기 위함이다.

그래서였을까 —

나는 아버지의 앞모습을

쉽게 찍을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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