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ent and Response
내 관심은 언제나 사건과 그에 대한 반응에 있다.
‘사건’은 단순한 이벤트가 아니다.
그것은 감각적 충돌 속에서 일어나는 미세한 변위,
즉 빛과 어둠, 면과 프레임, 깊이와 표면이 맞닿을 때
세계가 한순간 뒤틀리며 일어나는 감각적인 것에 관한 일이다.
그러므로 나는 세계 내 존재들 자체에 큰 관심이 없다.
물론 그것들이 필요 없다는 뜻은 아니다.
존재들은 감각의 층위가 만들어낸 결과,
감각의 바다 위에 떠다니는 필연적인 양태적 표면들이기 때문이다.
사실 세계는 보는 바와 같은 단단한 구조가 아니다.
그것은 흐르고, 부딪히고, 굴절하며
스스로의 경계를 잠시 그렸다가 바로 지워버리는
유동적인 감각적 지형도이다.
그 지형 속에서 많은 존재들은
잠시 머무르고, 깃들고, 형태를 바꾸며 살아간다.
내가 바라보는 것(Seeing)은 바로 그 근원적 감각의 움직임,
존재를 존재되게 만들어내는 힘의 지층들이다.
그래서 나에게 중요한 것은 이미 유통기한이 끝난 휴머니즘같은
세계의 완성된 그림이 아니라 감각의 지형도가 남기는 생명으로서 진동이다.
사진은 그 지형이 흔들리는 순간,
사건이 스스로를 알아보는 순간을 붙잡기 위한 시도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