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틈
산책자들은 예언자들이다.
그들은 단순히 걷는 사람이 아니라,
세계의 표면에서 벌어지는
미세한 균열을 읽는 자들이다.
보이지 않는 결을 따라 움직이며
아직 도래하지 않은 사건의 기척을 가장 먼저 감지한다.
틈이 열리는 순간,
빛과 어둠은 동시에 떨어진다.
사건은 어느 하나의 방향으로만 오지 않는다.
세계의 균열은 항상 두 개의 파장을 동시에 낳는다.
빛은 어둠을 끌고 오고,
어둠은 빛의 경계를 드러낸다.
둘 사이에서 우리는 비로소 ‘보는 법’을 배운다.
도시는 거대한 그리드이며, 우리는 그 틈을 걷는 존재다.
그 안에 선과 면, 깊이와 표면, 그림자와 반사.
모든 것은 기호처럼 배치되어 있고,
산책자는 기호 사이에서
열린 틈을 기록하는 자이다.
우리가 보는 것은 도시가 아니라,
도시와 도시 사이에 생겨나는 사건의 간극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