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ther's Footsteps
무겁고 띵한 아침 두통을 달고
짐짝처럼 카메라를 들고 길을 나섰다.
강하게 내려꽂히는 태양과 달리
겨울 바람은 몸을 움츠리게 했다.
호기심으로 시작했던 모험은
이내 흥분을 잃고,
무엇을 향한 걸음인지 알 수 없는 채
보폭만 넓혀 달아났다.
나는 이정표들을 찍으며
내가 서 있는 좌표를 확인했다.
스쳐 지나가는 유령들의 그림자는
내 발걸음의 미래처럼
어둡고 무거웠다.
한달음에 도착한 이곳이
잠시 숨을 고를 수 있는 자리일 거라 믿었지만
다다라 보니
그림자만 길게 드리운
허상의 골짜기였다.
눈먼 유령들과
닿을 수 없는 실재가 떠도는 이곳에서
나는 빠져나갈 문을 찾아야 했다.
그러나 남은 것은
길을 잃었다는 사실을 확인한 채
계속 걸어야 한다는 감각뿐이었다.
빛은 충분히 밝았지만,
...
나는 찾을수도 도착할 수도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