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마코스의 시선 02

Beyond the Door

by 레드 피터


바쁜 일상과 궂은 날씨 속에서

나는 종종 사무실과 차 안에 갇혀 지낸다.

물에 젖은 길 위의 난반사는

날이 갈수록 흐릿해지는 고도난시와 겹쳐지고,

길을 찾는 일은 점점 더 어려워진다.


음악을 틀어두거나,

공중으로 흩어지는 설교들을 흘려보내며

카메라 셔터를 몇 번 튕겨보는 사이

시간은 별다른 사건 없이 흘러간다.


창문 너머로 행인들의 발걸음이 분주하다.

이유를 알 수 없는 불안이 마음에 차오르면

나 역시 그 리듬에 감염된 듯

쓸데없이 분주해진다.

갇힌 시간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은

도로도, 보기 좋은 관광지도 아니었다.


구석지고 후미진 남의 사무실 한켠,

며칠마다 바뀌는 동네 팝업스토어의

임시 구조물들에 귀를 기울이다 보면

나는 어느새 한 걸음 밖으로 나와 있다.


사진을 찍는 일은 매력적이다.

그것은 길을 찾는 일이기 때문이다.

누군가 미리 정리해 둔 미궁 같은 세계를

프레임 속에서 칼로 조각내듯 잘라내고,

다시 조합하며 나만의 동선을 만든다.


세계에서 분리된 이 공간은

또 다른 이야기를 시작하게 하고,

현실에 잠식된 영혼이 빠져나올 수 있는

세 번째 문을 잠시 열어 둔다.


비현실처럼 느껴지는 이 세계에서

현실을 바라보는 사진가의 눈은,

숨겨진 실재를 찾아

숨 쉴 구멍을 하나 내는 일에 가깝다.


아버지를 찾아 헤매는 텔레마코스의 시선처럼,

나를 구원할 문을 찾아

나는 다시 거리 위를 걷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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