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 행동관찰, 치료사평가 작성 Tip
미술치료를 비롯한 상담분야에서는 대상자의 초기면접(사전면담)이 이루어진다. 미술치료사가 직접 초기상담을 진행하는 경우도 있으나 대부분은 센터 등으로부터 대상자에 대한 사전 정보를 받는다. 이 내용은 가정환경이나 행동심리 특성, 주호소문제 등으로 우리가 치료시간에 만나게 될 대상자에게 어떻게 치료적으로 접근하면 좋을지를 돕는 자료가 된다. 이를 근거로 프로그램 목표설정이나 회기를 이끌어나가는 개입방법, 심리이론의 적용 등이 이루어진다.
모든 준비를 끝내면 사전검사 및 오리엔테이션 혹은 1회기 때 대상자를 직접 대면한다. 이 때 중요한 것은 기본 준비를 위해 사전정보를 활용했지만 직접 대상자를 만난 이후부터는 그 내용을 잊고 대상에게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람의 심리를 다루는 영역이 어려운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실질적 문제는 변함없을 수 있으나 대상자의 정서상태나 심리적 상황은 계속 변화한다. 지금, 현재, 우리 눈 앞에서 말하고 행동하는 대상자의 모습에만 집중해야 한다. 그리고 그 상황을 있는 그대로 일지에 기록하는 것이다.
초반 회기에는 1~2회기 관찰로 보여진 모습과 미리 고지 받은 사전정보를 연관지어 성향이나 문제점을 빠르게 단정짓는 실수를 할 가능성이 크다. 앞서 미술치료 일지작성하기 개괄정리에서 설명했듯이 작은 근거만으로 판단하거나 단정짓지 않는다. 우리가 알고 있는 사전정보는 대상자를 충분히 파악하고 난 후 문제점 원인을 파악하는 근거로 제시하거나 이후 효과적인 개입방법을 구성할 때 유용하게 활용하면 된다. 3-4회기까지는 충분히 관찰하고 기록하고 그 이후 지속적으로 관찰되는 성향이나 문제행동에 대해 언급하고 해결을 위한 개입방안을 도출해 나간다.
우선 미술치료일지를 작성할 때 간결하고 명확하게 문어체 축약형과 대화체의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고 했다. 기록이 필요한 다른 분야의 적용을 살펴보면, 사회복지 현장에서는 면담이나 상담진행 후, 상황이나 후기를 동사 서술형으로 풀어 기술한다. 개인면담의 경우 시간별로 나누어 상황을 대화체를 그대로 전사하듯 기술해 내담자의 실제 호소에 집중하거나, 주요 정보만 축약하는 등 상황에 맞게 작성한다. 면담의 경우 대화체를 그대로 옮기는 과정기록이 많이 활용된다. 상담이나 기관 등 현장에서는 요약식 기록을 가장 많이 활용하며 시간의 흐름, 치료사 개입에 따른 변화상황 등이 명료하게 기술되어야 한다. 병원에서는 의사들이 차트에 약자로 짧고 명료하게 체크하듯이, 상담 적용 후 바로 현장에서 100자 내외로 환자의 성향이 두드러지는 특이점을 간략하게 요약해 적는다. 주로 환자에게서 나타난 문제에 초점을 두어 기본정보, 대상자가 호소하는 문제들, 프로그램 적용과 그에 따른 반응 결과를 간결하게 작성한다. 대화체는 사용하지 않으며, 맺음말 서술도 명사형으로 축약해 사용한다.
미술치료일지의 뼈대는 과정기록을 중심으로 기억을 떠올려 잡고 요약기록, 문제중심 접근법으로 구성한다. 대상자 문제나 성향이 뚜렷하게 나타나는 이야기일 경우 과정기록에서의 대화체를 함께 사용한다. 미술치료는 학문영역, 일지형태 모두 복합적인 모습을 띤다. 그 이유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 미술활동 속 창작과 대화를 통해 대상자의 문제를 해결해나가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술방법은 요약기록이 주가 되면서 문제상황이나 명확히 관찰된 성향을 문제중심기록과 대화체를 적절히 적용하는 것이다.
첫회기 및 초반의 회기 일지를 작성하기에 앞서 과정중심으로 모든 과정을 기억해 적어본다. 대화체, 문어체, 요약기록 상관없이 최대한 집중해서 해당 시간안의 상황들을 사실대로 기술해나간다. 우선 시간의 흐름과 순서대로 뼈대가 마련됐다. 그 다음 치료사의 개입이나 대상자의 같은 행동이 반복된 것을 체크하고, 이를 축약해본다. 그리고 중복해서 사용하는 단어들을 제외하고 시간별 흐름이 구분 되도록 도입, 활동 중과 같은 진행순서를 기입해 준다. 서술형 통일, 한 문장안에 하나의 상황만, 문장이 길게 늘어지지 않도록 간결하게 등을 고려하며 초안을 다듬어 나간다.
기억나는대로 적은 첫회기 초안 예시
ex) 치료실에 들어와 치료사의 눈을 잠깐 바라본 후 옆으로 고개를 돌려 가장 멀리 떨어진 자리에 앉았다. 치료사가 오늘 프로그램에 대해 설명하고 있을 때 책상 위에 놓인 재료들을 바라보다가 크레파스나 도화지 등을 손가락으로 문질렀다. 설명이 끝난 후에도 오른손으로 계속 준비된 매체들을 하나씩 만져보면서 작업을 시작하지 않았다. 치료사가 오늘 활동이 무엇인지 아느냐고 물어보니 활동에 대해 설명을 하고 어떻게 만들지 생각중이라고 대답했다. 처음에는 도화지를 가져다 앞에 놓고 가로, 세로 방향으로 돌리며 위치시작을 고민했다. 세로로 고정한 후 인상을 잠시 찌푸리고 다시 도화지를 돌려 가로로 배치했다. 싸인펜, 매직, 크레파스, 파스넷을 한번 씩 손으로 만져본 후 치료사에게 파스넷에 대해 어떤 질감이고 느낌이 어떤지 질문했다. "이건 어떤 느낌이예요? 진해요?" 치료사가 매체의 특성을 설명해 준 뒤 A에게 직접 써보고 선택해도 좋다고 말하자 잠시 재료를 바라보다가 연습할 종이가 있는지 물었다. "다른 종이에 따로 그려봐도 되나요?" 치료사가 다른 도화지를 건내주자 파란색과 녹색 파스넷을 선택해 천천히 선을 그었고 눈을 크게 뜨며 "너무 물러요" 라고 말한 뒤 파란색 매직을 집어 들어 연습도화지에 선을 그었다. 이후 싸인펜을 선택해 똑같이 선그리기를 연습했고 얼굴을 찡그렸다. "혹시 연필있나요?" 라는 질문에 연필을 준비해주자 잠시 도화지를 바라보다가 좌측부터 그리기 시작했다. 잠시 후 지우개를 달라고 부탁해 준비해 주자 도화지 옆쪽에 반듯이 놓아두고 다시 그림그리기를 이어갔다. 연필을 매우 힘을 주어 쥔채로 천천히 그려나갔으며, 흐리게 밑선을 한번 그린 뒤 그 위에 진하게 다시 그려나가는 방식으로 작업을 이어나갔다.
도입부터 활동초반까지 시간의 흐름은 잘 나타나 있으나 글이 너무 길고 중복되는 단어나 의미가 많다. 요약된 내용 속에 대화체의 내용도 한번 더 적혀있어 글을 덜어낼 필요가 있다. 대부분의 내용이 매체를 신중히 선택하고 연습하는 과정에 집중되어 있어 작품완성 후의 내용이 더 기술되어야 한다. 적어놓은 초안을 다시한 번 읽어보며 어떤 부분이 매끄럽지 않은지 확인하고 고쳐나간다.
수정 후 초안 예시
ex) 치료실에 입실하며 치료사를 잠깐 바라본 후 가장 멀리 떨어진 자리에 착석함. 도입부 프로그램을 설명할 때 매체를 응시하고 탐색하는데 집중함. 어떻게 진행할지에 대해 생각하고 있음을 치료사에게 전달한 뒤 도화지 위치를 정하는데 2~3분 소요함. 도화지 위치를 정하고 모든 매체를 한 번씩 조심스럽게 탐색함. 이후 치료사에게 파스넷의 질감과 느낌을 물은 뒤 연습종이를 요청해 테스트해봄. 이후 매직, 싸인펜 순으로 테스트해보며 매체질감에 대한 반응을 놀람이나 찡그림 등의 표정으로 나타냄. 마지막으로 연필과 지우개 순으로 요청해 도화지 옆에 정돈한 뒤 그리기를 시작함. 도화지 좌측부터 시작했으며, 흐리게 밑그림을 그린 뒤 그 위에 진하게 힘을 주어 덧 그려나감.
중복되는 말과 표현을 제외하고 중요하지 않은 대화체도 한 문장안에 포함하니 글의 양이 반으로 줄었다. 훨씬 더 명료하게 대상자의 작업상황을 확인할 수 있고 처음 경험하는 것에 대한 대상자의 태도의 일부를 확인할 수 있다.
작품특징을 서술할 때 큰부분에서 작은 부분, 전반적 이미지에서 실제 묘사의 순으로 차츰 관찰범위를 좁혀들어나가는 방식을 활용한다.
작품특징을 알아보기에 앞서 다음과 같이 가정하자.
ex) 회기 주제: 1회기 나만의 별칭 만들기
목표: 라포형성
준비물: A4 색지 8종(빨강, 주황, 노랑, 연두, 하늘, 파랑, 연보라, 하양), 싸인펜, 크레파스, 매직, 가위, 풀, 털실
위의 그림이 첫회기에 참여 대상자가 그린 작품이다(가정). 회기 동안 자신이 불리길 원하는 별칭을 정해야 함에도 명칭을 작성하지 않았고, 제공한 종이 크기 1/4정도 면적의 종이에 하트 그림 하나만 그렸다. 이 작품에 대한 작품특징을 작성해보자. 먼저 큰 부분과 전반적인 이미지에 대해 서술한 후 세부적 묘사의 순으로 적어본다. 작품특징 역시 초반 회기까지는 작품 해석은 실시하지 않고 작품을 표현하는 대상자의 성향을 행동관찰과 함께 복합적으로 파악해나간다.
ex) 8가지 색지 중 흰색을 선택해 A4의 1/4크기로 잘라 사용함. 가로형 화지 중앙에 빨간색 크레파스로 하트를 그려 넣음. 전반적으로 깔끔하고 명확한 느낌. 테두리는 강한 필압으로 진하게 눌러 표현했고, 내부는 좌측상단부터 우측하단으로 사선방향으로 테두리보다 적은 힘으로 채색함. 하트 우측 부분의 테두리를 한번 더 진하게 그리고 안쪽도 부분적으로 진하게 채색해 매체질감의 밀도로 농담을 표현함. 별칭은 따로 적지 않은채 마무리함.
초반에는 대상자를 있는 그대로 관찰하고 서술하는 단계이기 때문에 치료사의 개입 및 평가에는 많이 내용이 들어가지 않는다. 이전에 언급했던 기입 순서 중 첫번 째, 해당 회기 목표 달성 및 반응에 대한 전체 평가를 위주로 작성한다.
ex) 대부분의 집단원이 끝까지 활동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으나, 도입부터 활동 초반까지 주변을 살피거나 눈치를 보기, 질문에 대답하지 않기 등 어색함을 부정적으로 표현하는 모습이 전반적으로 관찰됨. 활동 중반 이후부터 치료사에게 질문을 하거나 옆자리의 사람과 소통하는 등 단계적으로 적응해나가는 모습이 보임. 소감나누기에서는 자발적으로 이야기를 나누는 대상자는 없었으나 치료사가 순서를 정해준대로 작품이 모두에게 보이도록 들고 정확하게 자기 생각을 전달함. 첫회기 별칭짓기를 통해 치료사, 집단원간의 친밀감이 형성되고 있는 과정을 확인할 수 있었으며, 이후 지점토 녹이는 단체 작업에서 자연스러운 스킨십으로 안정적인 라포형성을 유도하고자 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