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 행동 관찰, 치료사 평가 작성 Tip
회기 중반에 들어서면 대상자의 성향과 문제행동의 윤곽이 어느 정도 드러난다. 이것은 일지에 관찰된 언어적, 비언어적 행동들의 흐름을 파악하면 알 수 있다. 대상자가 매 번, 수 차례 되풀이하는 말이나 행동은 자주 보이기 때문에 포착이 쉽다. 이때 어떤 상황에서 특정 행동이 거듭해 나타나는지를 확인한다. 이와 함께 그동안은 보이지 않았던 모습, 처음 관찰된 행동이 있다면 이 또한 주의 깊게 살핀다.
5회기까지 미술치료 참여 중인 아동 A(여)가 있다고 가정하자. 아래는 A의 1회기부터 5회기까지의 행동 관찰 일지 내용의 예시이다.
(예시글은 모두 가상으로 작성된 내용입니다.)
집단 전체 목표: 건강한 자기표현, 또래관계 향상
A: 12회기 예정 집단미술치료에 참여 중인 아동(F/10)
사전 정보: 평소 자신감이 부족하고 흥미도에 따라 활동 참여 집중도의 편차가 큰 편. 또래관계에서는 자기주장이 필요한 상황에서 표현하지 못하고 회피하는 경우가 많이 관찰됨. 가정에서 맞벌이로 바쁜 부모와 소통이 많지 않은 편이며, 부모는 아동의 학교나 집단활동에서의 적응 문제를 염려함.
ex) 1회기 (라포 형성)
큰 목소리로 인사하며 치료실에 들어와 착석함. 책상 위 재료 중 도화지와 그리기 매체들을 확인한 후 그림 그리기는 자신이 없다고 이야기함. 그림 평가가 아님을 알리고 활동에 집중할 수 있도록 이끌었으나 크레파스를 손에 든 채 그림을 시작하지 않고 '아 어려운데'라는 말을 반복함. 고개를 들어 치료실 내 곳곳을 살펴보거나 크레파스를 손가락으로 굴리는 등 바로 작업을 시작하지 않은 채 도입 후 20여 분을 보냄. 도화지 위에 자신의 애칭을 중앙에 정자체로 적은 후 더 이상 할 것이 없다고 마무리함. 소감나누기 시, 친구들의 설명을 듣지 않고 주변을 둘러보거나 치료사에게 활동과 상관없는 자기 이야기를 전달함.
2회기 (긴장감 완화)
치료실에 들어서자마자 오늘 활동이 그리기인지를 질문함. 준비된 주재료인 점토를 확인하고 예전에 점토를 하며 겪었던 일화(느낌이 싫었다, 옷에 묻어 엄마한테 혼났다 등)를 이야기함. 매체를 탐색하며 질퍽질퍽한 느낌이 든다고 말하며, 점토를 책상에 내리치거나 양주 먹으로 넓게 펼침. 점토를 만지면서 떠오르는 어떤 것이든 표현해도 좋다고 치료사가 공지하자 '생각이 안 나요'라고 빠르게 대답하며 점토를 손가락으로 누르거나 치대는 활동에 집중함. 활동 종료 10분 전까지 점토를 탐색만 하다가 500원 동전 크기의 집과 사람을 만들기 시작함. 종료 이후까지 점토 표현에 몰두하고 예정된 시간보다 15분 늦게 퇴실함.
3회기 (긴장감 완화, 흥미 유발)
입실하며 책상 위에 준비된 도화지와 물감을 확인하고 '오늘 그리기 안 할 거예요'라고 말함. 그림 그리기가 아님을 알리자 무엇을 하는지 재차 물은 후 프로그램 주제인 데칼코마니에 대해 궁금해함. 방법을 설명해 주자 어릴 적 해본 적이 있다며 색이 예뻤다고 말함. 실에 파란색 물감을 충분히 적신 후 도화지 위에 올려놓고 어떤 방향으로 당길지 치료사에게 물어봄. 본인이 원하는 것을 하면 된다고 대답하자 종이를 접고 실 끝부분을 잡은 채 2분 이상 고민함. 치료사가 진행이 잘 되고 있는지 묻자 '망할 것 같아서 못하겠어요'라고 답함. 이후 실을 당겨 도화지에 펼쳐진 데칼코마니를 치료사에게 보여주며 '이상하게 나왔어요'라고 함. 이에 여러 번 할 수 있음을 알리고 다음 작업을 독려하자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한 뒤 10여분 이상 책상 주변을 배회함. 종료 5분여를 남겨두고 다시 실에 파란색 물감을 묻혀 2장의 데칼코마니를 하고 퇴실함.
4회기 (긴장감 완화, 감정 발산)
활동 시작 전, 10분 먼저 교실에 들어와 오늘 활동에 대해 질문하고 기대감을 보임. 도입 시, 프로그램 설명을 들으면서 신문지에 낙서를 먼저 시작하고, '욕 적어도 돼요?'라고 질문함. 매직으로 빠르게 휘갈겨 적다가 신문지에 마음에 드는 사진을 발견하자 주변을 채색하거나 덧 그리기 하는 등 꾸미는데 집중함. 그리는 도중 매직이 빗나가자 '망했어요'라고 말하며 신문을 꾸겨 버림. 이후 신문지를 손으로 잡아 뜯듯이 힘을 주어 당겨 찢는 것이 잘 되지 않자 신문지 결을 따라 간격을 주어 찢음. 이때 바닥에 떨어진 큰 신문지 조각을 주어 잘게 찢거나 옆자리 친구의 신문을 빌려 함께 찢는 모습이 관찰됨. 바닥에 흩어진 신문지를 모아 박스테이프로 빈틈이 없도록 꼼꼼하게 붙인 후 베개라고 설명함. 이후 치료사나 친구들에게 누워보라고 권유하고 푹신한 정도를 설명함. 활동이 끝날 때까지 신문지 베개를 품에 안고 책상 주변을 돌아다님.
5회기: (감정 탐색, 감정 발산)
치료실 안내판에 부착된 회기 프로그램을 확인하고 오늘 활동이 어떤 것인지 알고 있다고 이야기함. 평소에 천사점토를 매우 좋아했으며, 만들기를 다 하고 난 후 천사점토를 집에 가져가도 되는지 질문함. 점토 소장을 허락하자 미소를 보이며 즐거워했고, 천사점토를 손가락으로 꼬집듯이 3~4번 떼어내어 소량만 사용함. 파란색 매직으로 점토에 색을 내고 반죽했을 때 나타난 파스텔톤 하늘색 점토를 찡그린 표정을 한채 치료사에게 보여주며, '색이 예쁘지만 더 진했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함. 이에 진하게 채색하거나 점토의 양을 줄이는 등의 몇 가지 방법을 설명하자 점토를 잘게 떼어내 매직으로 굴리듯이 진하게 색칠함. 자신이 만족할 만큼의 진하기가 나오지 않는다고 설명한 뒤 좋아하는 캐릭터를 만들겠다고 이야기함. 이후 시간이 끝날 때까지 점토를 조금씩 떼어 손으로 굴려가며 작고 섬세하게 캐릭터 모형을 만들어 완성함.
A의 5회기 간의 관찰일지를 통해 확인된 아동의 특성들은 다음과 같다.
- 원하는 대로 진행되지 않으면 바로 중단하거나 다른 방법을 시도함.
- 부드럽고 푹신하면서 손에 묻지 않는 매체를 선호함.
-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지 않음.
- 작품의 크기가 대체로 작고 섬세한 사실적 표현이 많음.
- 작품과정을 친구나 치료사에게 설명하고 공유함. 이 외에 또래와의 소통은 관찰되지 않음.
- 현재 상황(중단, 선택, 해결 등)에 대해 치료사에게 바로 알리고 전달함.
- 흥미 없는 활동에 집중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나 한 번 시작하면 시간을 넘겨서라도 완성함.
- 자신의 통제력을 벗어난 우연적 작업은 꺼리는 경향을 보임.
- 미술심리활동에 대한 호기심이 회기가 진행될수록 높아짐.
이 내용들을 쭉 나열해 적어본 뒤 개인 성향, 발달 시기상 특성, 대인관계, 초반과 비교해 변화된 모습으로 다시 나누어 분류해본다. 분류하고 난 뒤 사전 정보에서 심리적 지원이 필요했던 부분과 연결 지어 치료사의 개입과 평가에서 해당 아동에 대한 평가와 개입방법을 작성한다.
1. 개인 성향 측면
먼저 아동 A의 특성들을 개인 성향 측면에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 원하는 대로 진행되지 않으면 바로 중단하거나 다른 방법을 시도함.
- 부드럽고 푹신하면서 손에 묻지 않는 매체를 선호함.
- 작품의 크기가 대체로 작고 섬세한 사실적 표현이 많음.
- 흥미 없는 활동에 집중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나 한 번 시작하면 시간을 넘겨서라도 완성함.
- 자신의 통제력을 벗어난 우연적 작업은 꺼리는 경향을 보임.
이를 통해 확인된 아동의 성향을 종합해 분석적으로 접근해 보면
자신의 호불호를 명확히 알고 전달하며, 자기 주도적으로 마음먹은 일은 끝까지 마무리함.
그리기보다 만들기에 흥미를 보이고, 섬세한 관찰력과 표현력을 지님.
부드럽고 따뜻한 매체 선호, 통제 불가능하거나 오염 위험 있는 매체 비선호
2. 발달 시기 특성 및 또래관계 측면
다음 발달 시기상 특성과 또래관계를 추측할 수 있는 부분들은 다음과 같다.
- 섬세한 사실적 표현이 많음.
- 현재 상황(중단, 선택, 해결 등)에 대해 치료사에게 바로 알리고 전달함.
- 작품과정을 친구나 치료사에게 설명하고 공유함. 이 외에 또래와의 소통은 관찰되지 않음.
만 10세인 A는 현재 또래집단기, 아동기의 단계로 발달 시기 특성과 또래관계는 다음과 같이 추측할 수 있다.
사실적 표현을 즐기는 것으로 의사실기 특징이 나타나고,
또래와의 소통이 많지 않고 치료사와 또래에게 자기 인정과 확인을 바라는 모습을 보임.
발달 시기상 특성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먼저 발달단계 이론을 숙지하고 있어야 한다.
발달단계는 에릭슨의 심리사회적 이론, 콜버그의 도덕성 발달 이론, 피아제 인지발달 이론, 로웬필트 아동미술 발달단계 등이 있다. 이 이론들은 아동의 경우 해당 시기에 적절하게 들어서 과업을 달성해나가는 중인지 확인할 수 있는 기준 지표가 된다. 절대적 기준점은 아니지만 비슷한 아동 대상이나 또래집단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라면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는 자료이다. '또래와 비교해 발달하지 못한 이상한 아이'를 확인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왜 발달이 지연되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개입이 필요한가?'를 도출해내기 위해서이다. 기준들은 연대기적 나이로 허용범위를 둔 채 제시하고 있으나, 개인별로 생물학적이나 심리학적 성장의 속도가 모두 다르기 때문에 이 점 또한 염두에 두어야 한다.
발달단계 이론 외에도 개인 심리 이론, 인간 중심이론, 현실요법 이론, 수용 전념 치료 등 학자마다 주장한 다양한 이론들을 기본 배경으로 두고 치료사의 개입방법 도구를 만들어나가면 좋다. 이에 대한 내용은 예시에서 다시 한번 언급하도록 하겠다.
3. 변화된 모습 측면
마지막으로 초반과 비교해 변화된 모습이 확인된 부분은 다음과 같다.
- 미술심리활동에 대한 호기심이 회기가 진행될수록 높아짐.
A는 5회기가 진행되는 동안 치료실에 입실하기 시간이 점점 빨라지고, 미리 회기 주제를 묻거나 프로그램 일정표를 확인하는 등 활동에 대한 기대감과 호기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는 치료사와의 라포 형성이 안정적으로 형성된 근거가 되며, 개인 성향에서 나타난 아동의 특성과 치료사의 접근방법이 어떠한 측면에서 시너지 효과를 내었는가 점검해볼 수 있는 자료가 된다.
여기서 변화된 모습은 긍정적인 변화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변화는 성질이나 상태가 바뀌는 것으로 치료사가 목표했던 방향으로 변화할 수도 있으나 예상치 못한 변화로 나타날 수 있다. 예시에서는 치료사와 안정적으로 친밀감이 형성되어 아동이 활동에 흥미를 가지고 집중하는 시간이 증가하고 있지만, 대상자에 따라 초반에는 매우 친밀했다가 중반에 들어서며 방어적인 모습을 보인다던가, 항상 밝은 표정으로 참여하다가 어느 순간부터 항상 무표정으로 일관하는 등 회기 진행 중 예상과 다른 변화도 나타난다. 이때 치료사 기준에서 긍정적, 부정적 이분법적 변화로 나누지 않고 대상자에 집중해 변화 양상을 객관적으로 확인하고 원인 분석을 통해 새로운 개입방법을 찾아나가도록 한다.
치료사의 개입 및 평가는 객관적 관찰서술을 바탕으로 치료사의 주관을 적어나가는 것이라 했다.
관찰일지를 통해 확인된 특성들을 '목표달성 전체평가 - 개인분석 - 집단상호작용 - 자기 점검 및 소감'순으로 작성해본다.
아래는 A가 속한 집단의 5회기 일지에 개입 및 평가를 작성한 예시이다.
해당 회기에 대한 내용뿐만 아니라 5회기 동안 관찰된 내용들을 바탕으로 개입이 필요하거나 성향을 추측해나갈 수 있는 부분들을 작성해 나간다.
ex) 해당 회기 목표 달성 및 반응에 대한 전체 평가
모든 아동들이 천사점토 매체에 대한 선호가 굉장히 높았으며, 능동적으로 매체를 탐색하고 자연스럽게 작품만들기로 이어나감. 매체 특유의 부드럽고 말랑한 감촉, 높은 가소성과 낮은 통제력이 활동 몰입을 도운 것으로 보임. 활동 과정에서 자연스러운 대화 속에서 지금 느끼는 감정이나 과거 비슷한 경험에 대한 언급 해 회기 목표인 감정발산과 감정탐색이 이루어짐. 타 기관이나 대상에게 적용시 초반 긴장완화 목표, 집단 친밀감 형성 등에 활용하면 효과적일 것으로 기대함.
→ 해당 회기 프로그램 적용이 적절했는지, 타 기관이나 대상에게 적용했을 때의 효과성이나 적절성을 가늠해볼 수 있다.
A 개인분석
아동은 취향의 선호, 비선호가 확실한 성향으로 이번 회기는 좋아하는 매체 활용으로 감정탐색과 작품몰입이 비교적 수월했음. A는 5회기를 참여하는 동안 입실할 때 지속적으로 미술심리활동에 대한 호기심과 관심을 높여나감. 이는 치료공간이 아동에게 안정적 내면표출이 가능한 공간이며, 아동의 주도적인 성향이 지지받고 그대로 수용되는 분위기로 조성되었기 때문인 것으로 추측됨.
또래관계 측면에서 치료사 외에 다른 아동들과의 상호작용이 관찰되지 않음. 이전 회기들에서도 치료사와는 능동적으로 소통하나 또래와는 지난 회기 신문지 베게에 누워보도록 권유하는 행동 외에는 보이지 않음. 아동이 작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융화되어 상호작용해 나갈 수 있도록 개인별 프로그램을 조별화하거나 함께하는 워밍업 과정을 적용해나갈 예정.
→ 아동 개인분석 과정에서 치료사의 개입이 필요한 부분을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지를 고민하고 전략을 세워볼 수 있다.
집단상호작용
집단원들을 천사점토를 탐색하며 느낌을 공유하는 모습이 회기내내 관찰되었고, 치료사에게 이와 관련된 경험이나 일화를 전달하려는 모습이 함께 관찰됨. 해당 집단인 4학년 아동들은 또래관계를 더욱 중요시하며 정서적 발달을 서로 주고받는 단계로 치료사보다 또래와의 애착과 유대감에 집중함을 알 수 있음. 다만 A의 경우 또래보다 치료사와의 유대관계에 집중하는 경향이 나타나 기존 설계된 프로그램에서 개인활동데 대한 부분적 수정이 필요함.
→ 학령기 또래집단 아동기에는 교사를 통한 인정과 안정된 애착을 형성하기 위해 노력하며, 동시에 또래친구들과의 원만한 관계형성을 통해서도 사회, 정서적 발달을 이루어간다.
자기점검 및 소감
아동들이 도움을 요청할 때 매번 적극적인 도움 개입이 이루어져 몇몇 아동에게서 의존적 태도가 나타나고 있음. 이에 우선 방법을 알려주거나 시범을 보이는 것보다, 아동의 현재 상황 설명을 경청한 후 아동이 스스로 해볼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고자 함. 이때 경험자산에 대한 이야기를 매체의 특성이나 아동이 처한 상황에 맞는 비유를 통해 시도해 볼 수 있도록 유도할 예정.
초기에서 중기로 넘어가는 단계에 있는 5회기 일지는 1~2회기에 작성된 일지보다 그동안 관찰되어온 정보들이 녹아들어 있으며, 맥락적으로도 왜 그러한지 이를 분석하는 것에 집중함을 알 수 있다. 또한 아동의 태도 중 개선되었을 때 사회적, 정서적, 심리적 성장이 이루어질 것이라 판단되는 부분에서는 어떻게 개입할 것인지를 언급하기도 한다. 아동을 대하는 태도나 반응에서 치료사의 접근법과 그들이 조성한 환경이 어떠한지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중기단계에 이른 일지작성의 특징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