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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타이머드 Sep 03. 2018

배터리 불안에서 벗어나는 방법

배터리 관리를 어떻게 해야 할까 생각해 본 적 있는가? 자주 충전하면 된다? 여러분이 만약 무거운 충전기와 케이블을 가방에 넣고 다니면서 숫자와 씨름을 하고 있다면 이 글이 관심 있게 들릴지 모른다. 배터리는 기기에 충분한 전력을 공급하고 그 힘은 여러분이 일상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그런데 당신이 배터리에 전력을 공급해주기 위해 무진장 애를 쓰고 있다면? 배터리에 들어갈 에너지를 만들기 위해 자신의 에너지를 구겨 넣지 않았으면 좋겠다.

사실 나는 배터리에 신경이 많을 쓰는 편이었다. 공항 기둥에 붙어 SNS를 즐기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 신기함보다 공감 섞인 애처로움이 앞서는 사람이다. 하지만 나는 공항 기둥 플러그 하나를 전세 냈던 경험은 없다. 그들보다 배터리에 덜 민감해서 그런 것이 아니라 미리 여분을 준비를 했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면 그 사람들은 배터리에 별 관심이 없는 사람들일 가능성이 높다. 다만 심심하니까 핸드폰을 하고 싶고 뒤늦게 배터리가 떨어졌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에 벽에 붙는 창피함을 무릅쓰고 불편한 자세로 앉아 있을 지 모른다. 그들에게 배터리는 언제든 충전할 수 있다는 것,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닐 것 같다. 갑자기 부럽다는 생각이 든다.

외출 전에는 항상 배터리가 없어 꺼진 핸드폰을 쓸모없는 짐짝처럼 가지고 다녀야 하는 상황을 상상하며 여분 외장 배터리를 챙겼다. 그리고 어떤 케이블을 가져가야 할지 결정하는 것은 옷을 고르는 것만큼이나 신중했다. 케이블을 잘못 챙기면 이 모든 준비가 수포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유년 시절에는 도시를 등지고 시골에 내려가 사는 사람들을 다룬 TV 드라마를 보고는 정말 섬뜩하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 내가 만약 그런 상황에 빠진다면 무엇이 가장 아쉬울까 생각해봤는데 그때 당시는 컴퓨터였다. 컴퓨터가 삶의 중심이었던 시절이었다. 그래서 시골에서 지내는 그 어떤 불편함보다 컴퓨터의 부재가 크게 다가올 것 같았다. 그런 내가 전기 기기의 생명력이라고 할 수 있는 배터리에 소홀한다는 건 말도 안 되는 것이었다.

배터리에 대한 집착은 과거에 방전으로 매우 고통스럽거나 심심한 상황에 직면한 경험 때문이다. 예를 들어 지하철에서 정말 좋아하는 노래를 못 듣게 되거나 꼭 필요한 카톡을 못하고 해외여행지에서 찍고 싶은 사진을 못 찍는 상황 말이다. 신기하다. 장비는 다 있는 데 배터리가 없어서 사용을 못 했을 때 그 장비의 가격까지 따져가면서 손해를 봤다고 생각하곤 했다. 내가 찍을 사진이 100만 원짜리도 아닌 데 지금 당장 사진을 못 찍는 것이 100만 원 손해인 것처럼 느껴진다. 그럴 때 핸드폰은 왜 이리 무겁게 느껴지는 건지. 눌러대는 버튼에 아무런 반응이 없는 차가운 화면을 바라보면 나도 눈을 감고 싶었다.

배터리가 내 기분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다는 것을 알고 한가지 실험을 해봤다. 화면을 볼 때마다 배터리 상태가 보이면 신경 쓰이니까 아예 배터리 표시를 없애면 어떻게 될까? 배터리 표시를 삭제하려 했다. 삭제는 불가능. 대신 숫자를 없앨 순 있었다. 없애고 나니 배터리에 대한 생각을 조금 덜하게 됐다. 배터리 그림은 작아서 잘 보이지 않기 때문이었다. 얼마 남았는지 확실히 알 수 없으니 걱정할 필요도 없었다. 한번은 배터리 충전 없이 하루를 보내 보자고 다짐했는데 내 핸드폰이 충전 없이도 꽤 오래간다는 걸 알게 됐다. 이제 왜 폰 제조사가 기본값으로 배터리 숫자를 지웠는지 알 것 같았다. 배터리를 신경 쓰는 것은 제조사의 몫이고 고객은 하루 한 번 정도만 충전하면 된다는 묵언의 배려였던 것이다. 상태가 20% 미만으로 들어가 곧 더 이상 기능을 상실할 수 있는 경우에 알림이 잘 뜬다면 그걸로 만족할 수 있었다.

그러므로 자신의 사용 패턴을 기준으로 기기를 하루도 사용하지 못한다면 문제가 있다. 하루 두 번 이상은 그 기기를 관리해야 한다는 말이기 때문이다. 제품을 구입할 때 기본 성능과 함께 사용 가능 시간도 고려해야 한다. 휴대용이라면 성능 대비 사용 시간이 짧은 제품에 관대하지 말자. 배터리는 내가 자주 충전하면 된다고 생각하지 말자. 하루 동안 배터리에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는 점은 생각보다 이점이 많으니까.


늦은 저녁, 집에 돌아가는 길에 문득 배터리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알림이 떴을 때 나는 훌륭히 미션을 성공한 것이다. 과장해서 말하면, 배터리에 들어가는 전기 에너지 대신 삶의 여유와 정신적 에너지를 얻게 된 것이다. 배고플 때 더 맛있게 먹을 수 있다고 했던 가? 완충에 가까운 상태에서 충전하는 것보다 비교적 낮은 상태에서 충전이 더 빠르다는 것을 떠 올리며 시간도 아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핸드폰 분야는 배터리 성능이 충분히 향상되었기 때문에 크게 공감하지 못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는 지금보다 훨씬 많은 전자기기를 갖게 될 것이다. 그래서 배터리에 대한 너그러운 관점은 갈수록 의미가 크다. 가령 가까운 미래의 일반화될 전기차 시대에서 우리는 배터리 정보를 눈에 잘 보이지 않게 하고 퍼센트를 감춘 뒤 주행 거리에 맞춰 특정 요일이나 장소에서만 충전함으로써 주의력을 아낄 수 있다. 전력이 없어 차가 주행 중에 멈춘 경험은 핸드폰의 경우보다 더 큰 공포이니 많은 사람들이 핸드폰 배터리보다 차량 배터리에 대한 집착에 시달릴 것이다.

페이스북 CEO 마크 주커버그는 옷을 고르는 에너지를 아껴 보다 좋은 선택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매일 같은 옷을 입는다고 한다. 여러분도 전기 기기를 충전하는 데 소비되는 에너지를 아껴 보다 더 유용한 곳에 에너지를 쓰길 바란다. 전자 기기의 본질은 우리에게 도움을 주는 물건이지 우리가 관리해야 할 대상이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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