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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일립 Aug 28. 2022

힙과 간지에 대한 소고

탱커레이에 얽힌 추억과 함께

힙과 간지에 대한 소고 

: 탱커레이에 얽힌 추억과 함께


I'm feeling supersonic, Give me Gin and Tonic

- Oasis 2집 <(What's the Story) Morning Glory?(1995)>, Supersonic 중



진Gin, 그 중에서도 탱커레이 이야기를 한다면 많은 이들이 에이미 와인하우스나 프랭크 시나트라를 먼저 떠올리겠지만……, 나는 와싯빠 락찔이니까 슈퍼소닉으로 글을 장식할 거다


아는 사람들은 알겠지만 나는 문화적으로 많은 게 늦된 사람이고 내가 인정한 힙-인간들을 상당히 동경하는 내향 97%의 노잼 찌질인이며 술도 잘 안 마신다. 하지만 이 진에는 나름의 힙함과 추—억이 있다.


때는 내가 대학교 2학년? 3학년? 어쨌거나 H대 생도를 뻔질나게 드나들던 때였다. 당시 상당히 동경한(지금도 마찬가지), 아는 사람 중 가장 힙한 언니(이하 A언니)가 있었는데 나는 그녀의 생일 파아—티에 초대받았다.

(사족이지만 나는 서울 토박이인데도 그때 북촌이었나 하여간에 그곳을 처음 가봤고, 파티룸을 빌려 하는 으른 생파도 처음 가 봤다)



그리고 거기서 탱커레이를 처음 봤다.

투명하고 영롱한 녹색 보틀 위의 붉은 포인트가 시선을 끌었고, 그게 우리의 첫 만남이었다!


솔직히 꽤 오래 전의 일이라 그게 넘버 텐이었는지 아니면 오리지널이었는지, 그 자리에 다른 술이 있었는지도 기억나지 않지만 한 가지의 인상은 기억한다.


알아서 말아 마셔.


A언니는 뭐 대충 이런 뉘앙스의, 내가 그때까지 살면서 들어본 말 중 가장 쿨한 대사를 가장 쿨한 방식으로 쳤다. 파티 주최자의 입에서 나올 수 있는 말 중 최고간지라고 생각하고 지금 생각해도 그 간지에 소름이 돋는다.


어쨌거나 바로 그 순간부터 내게 진토닉과 탱커레이는 세상에서 가장 간zi나는 음료가 되었는데, 거의 5년 정도 지나서 이걸 한 병 마련하게 되었다는 이야기입니다.


(물론 소비재의 수준이 그 인간의 간지를 보장해주지는 않는다. 어쩌구 저쩌고 과수원의 개간지 포도로 만든 최고급빈티지 짱짱짱 포도주를 마셔도 찌질인들은 그 찌질한 바이브를 숨기지 못하고 쌈마이 콘치즈에 쏘토닉을 부어도 힙-인간들은 간지를 뿜는다.)


말이 샜는데, 결론을 정리하자면 탱커레이는 대단히 유명하고, 그 퀄을 객관적으로 인정받았고, 그걸 넘어 어떤 문화적인 아이콘으로까지 기능하는 술인데 나는 거기에 개인적인 간지의 추억까지 가지고 있다는 거다.


5년간 가슴 속에 품고 있다가 다시 만났다. 꽤 오랫동안 함께할 예정!

그리고 지금 토닉워터에 말아 마시면서 쓰고 있는데, 기억 속의 그 맛이기까지 하다.


집에 오는 사람들에게 어서 한 잔씩 말아주고 싶다. 그러면 나는 그들에게 나의 술, 나의 정성, 나의 추억, 그리고 간지까지 함께 대접하게 되겠지(희망사항)


이야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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