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윈아 그래서 인간이 어떻게 생겨났다고?

『종의 기원』 - 찰스 다윈 [서평]

by 적필

인간으로 태어났다면 누구나 한 번쯤 해보는 생각이 있다. '도대체 인간은 누가 만들었지?', 또는 '태초의 생명체는 어떻게 탄생됐지?' 하는 근원적인 생각이다. 당신,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알고 싶은가? 그렇다면 이 『종의 기원』이란 책은 당장 덮는 것이 좋다. 이 책은 최초의 탄생에 대한 답을 구렁이 담 넘어가듯 회피한다.

종의 기원이란 이 책은 제목부터 아주 뱀처럼 간교한데, 난 생명체의 기원을 이 책에서 다룰 줄 알고 어린아이처럼 기대했으나 종의 기원만을 다룬다. 이게 무슨 말이냐면 말 그대로다. 생명체의 최초 탄생에 대해선 함구하고 어떻게 여러 종들이 생겨나게 되었는지에 대해서만 설파한다. 더 쉽게 말하겠다. "최초의 생명체가 탄생한 직후 어떻게 다양한 종류의 생물로 나뉘었지?"에 대한 답이 이 책이다. 한 문장으로 말하면 "다양한 종들이 생겨난 이유"다.

이 책은 이 빌어먹을 제목부터 바꿔야 한다. 표준국어대사전에 등재된 '종'의 1번 뜻이 "식물에서 나온 씨 또는 씨앗"인데 씨앗(종)의 기원이라 함은 씨앗이 처음으로 생긴 근원인데 씨앗이 생겨난 이유는 말을 안 하고 해바라기 씨앗, 고추 씨앗, 상추 씨앗 등 한 씨앗에서 어떻게 다양한 씨앗이 생겨 났는지에 대해서만 이야기한다. 기원은 사물이 처음으로 생김이란 뜻인데 기원의 뜻을 모르나 보다. 어쨌든 이 낚시성 제목으로 난 매우 심드렁하다. 이 책의 제목은 "종의 기원"이 아닌 "종류의 기원"이라 일컬음이 합당하다. 상업성이 수반된다 한들 충분히 오해살만한 책 제목은 바꿔야 하는 것이 이치에 맞지 않겠는가? 당신들.

이쯤에서 삶 자체가 피로한 이의 잡도리를 마치고 슬슬 본론으로 가겠다. 우선 이 책은 두께부터 상당하며 다윈 특유의 만연체(그냥 쉽게 말해 엿가락처럼 길게 늘어뜨린 장황한 문장)로 한 문단 자체가 한 페이지를 훌쩍 넘어가는 일이 수두룩하다. 한 마디로 읽기가 참 지읒 같은 책. 순화하자면 난해한 책이다. 그냥 글을 그림으로 이해하고 마음을 비우면 읽기가 편하다. 나 또한 모르는 어휘들을 일일이 찾아가며 더디지만 이해를 도왔다.

적자생존, 진화론, 자연선택 이 단어들을 들어본 적 있는가? 그게 바로 이 책에서 나온 이론들이다. 이 책은 진화론 중에서 가장 유명한 자연선택을 원류로 삼는다. 사람들이 가장 궁금한 것은 아마도 이런 류의 내용일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이 뭘 주장하는 건데?"와 "왜 이렇게 이 책이 유명한 건데?"이다. 나는 오늘 이 두 질문에 대한 답을 속 시원하게 해 줄 것이다. 다윈과는 달리 말이다.

우리는 가끔 '인지'와 '앎'을 혼동한다. 난 위 질문에 답을 하고 싶었고 도대체 무슨 말을 했길래 이렇게 여러 책에 끊임없이 언급되는지 알고 싶었다. 또한 나의 지적 허영을 위하여. 타인보다 우월해지고 싶은 얄팍하고 간악한 욕망을 위하여.

초장에 언급했듯이 다윈은 최초의 생명체에 대해선 에둘러 말한다. 이에 대해 다윈은 책에서 이렇게 표현한다.

"처음에 몇몇 또는 하나의 형태로 숨결이 불어넣어진 생명이 불변의 중력 법칙에 따라 이 행성이 회전하는 동안 여러 가지 힘을 통해 그토록 단순한 시작에서부터 가장 아름답고 경이로우며 한계가 없는 형태로 전개되어 왔고 지금도 전개되고 있다는, 생명에 대한 이런 시각에는 장엄함이 깃들어 있다." 찰스 다윈, 「14장 요약 및 결론」, 『종의 기원』, 사이언스북스(2019), 650쪽.

"처음에 몇몇 또는 하나의 형태로" 이 문장에서 보면 알 수 있듯이 처음에 생명이 하나로부터 여러 종이 분화 되었는지 아니면 애초에 여러 생명체가 한꺼번에 창조되었는지 불확실하다는 것을 인정한다. 하지만 책을 읽다 보면 알겠지만 다윈은 한 생명체에서 모든 생명체가 분화되었다고 본다. 또 이에 대한 인용을 추가로 남기겠다.

"즉 모든 동식물들이 어떤 하나의 원형에서 유래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유추라는 것은 올바르지 못한 지침이 되기도 한다.", 따라서 유추를 통해 나는 아마도 지구에서 살았던 모든 유기체는 처음으로 생명력을 가지게 된 어떤 하나의 원시 형태로부터 유래된 것이 아닐까 하는 추론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찰스 다윈, 「14장 요약 및 결론」, 『종의 기원』, 사이언스북스(2019), 643쪽.

이제 이 책이 주장하는 바를 간명하게 나열해 주겠다. 이 설명만 봐도 종의 기원을 완독한 것이나 다름없다. 다윈이 주장하는 바는 이와 같다. 이 세상에 다양한 종이 생긴 이유는 모두 "자연선택"때문이다. 자연선택은 말 그대로 자연이 주체가 되어 생존할 종을 선택한다는 것이다. 쉽게 말하면 "적자생존" 환경에 적합한, 적응한 종이 살아남는다는 말이다. "뭐 당연한 말 아니야?"라고 되묻는다면 예시를 들어 정확한 이해를 도와주겠다.

한 사자 무리 중에 돌연변이가 태어났다. 이 사자는 보통의 수사자들보다 갈기가 더욱 풍성하고 두꺼웠으며 색깔은 고동색으로 화려하기까지 했다. 이 불편할 것처럼 보이는 털이 수사자 간 영역 다툼에서 목을 공격당했을 때 털이 목을 보호해 주었고 짝짓기 경쟁에선 암사자들에게 매력적인 요소로 느껴져 생존과 번식에 유리하게 작용했다. 결국 이 돌연변이 사자는 오래 살아남게 되었고 많은 자식들을 남겼으며 결국 이 종이 살아남아 수사자란 생물체를 대표한다는 주장이다. 다윈은 책에서 이렇게 표현한다.

"만일 어떤 개체들에게 유용한 변이들이 실제로 발생한다면, 그로 인해 그 개체들은 생존 투쟁에서 살아남을 좋은 기회를 가질 것이 분명하다. 또한 대물림의 강력한 원리를 통해 그것들은 유사한 특징을 가진 자손들을 생산할 것이다. 나는 이런 보존의 원리를 간략히 자연선택이라고 불렀다." 찰스 다윈, 「4장 자연선택」, 『종의 기원』, 사이언스북스(2019), 198-199쪽.

어느 정도 이해가 되었는가? 이게 이 책의 핵심이며 이 내용을 다양한 동식물들의 사례를 논거로 들며 전개하는 책이다. 이때 꼬장한 심보를 가진 나 같은 사람이 등장해서 이렇게 딴지를 건다. "그 이론대로라면 지렁이가 수많은 돌연변이를 거듭하고 그 변이가 당시 환경에서 생존에 유리했으며 계속 대물림되어 다양한 형태로의 변이가 이루어졌다면 사자로도 진화 가능한 거네? 지렁이에서 사자로도 진화 가능하다고 말하는 거지?" 이렇게 삐딱한 나에게 다윈은 철학자 라이프니츠의 말을 인용한다. "자연은 도약하지 않는다." 한 마디로 껑충 도약하는 진화는 불가능하단 말이다. 그리고 비슷한 형질을 가진 종에서 점진적으로 진화가 이루어진다고 한다. 이에 굴복하지 않고 한 번 더 쐐기를 박아본다. "그럼 지렁이에서 사자는 그 이론으로도 안 된다는 거네?"라고 그를 자극한다면 다윈은 이렇게 대답한다. "아니, 난 사실 오랜 기간 뒷받침 된다면 불가능하진 않다고 봐"라고.

여기까지가 이 책의 골자다. 이후 내용으로는 여러 가지 옵션들을 하나씩 슬쩍슬쩍 추가한다. 그 옵션들을 한데 묶어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이렇다. "한 생명체에서 또는 몇몇의 생명체에서 모든 종이 자연선택에 의해 분화되었으며 그 생명체는 한 지점에서 창조 또는 생겨났다." 그리고 웃긴 것은 말은 이렇게 했지만 다윈의 마음 한 구석엔 사실 한 생명체에서 모든 생물체로 진화되었을 것이라고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이처럼 다윈의 자연선택 이론은 가장 큰 맹점이 있다. 창조론을 배척하지만 그러한 돌연변이가 탄생하는 것조차 유전학적으로 설계된 창조였다면? 에 대한 답이 없다. 난 이 질문을 다윈이 살아 있다면 가장 먼저 할 것이다. 그 외의 질문으로는 최초의 생명체는 어떻게 생겨났는가에 대한 것과 자연선택 이론을 생물 외에 우주에서의 지구에게 대입할 수 있는가? 지구는 우주란 생태계에서 아주 괴이하고 절묘한 균형을 유지하고 있는데 그것은 누가 설명해 줄 수 있는가? 자연선택이 이 지구에도 해당되는가?이다.

이 책은 내가 열심히 물고 뜯고 씹어 먹으려고 달려들었지만 절대로 무시할 수 없는 책이다. 다윈은 창조된 단위가 아닌 시간과 환경에 따라 변종에서 분화된 역사적 산물이라는 것을 인류역사상 처음으로 이론화했다. 그 가치가 매우 귀중하다. 이 책을 기준으로 진화론에 수많은 발전을 거듭했으며 다양한 연구들이 시시각각 이루어졌다.

개인적으로 아쉬움이 남는 책이지만 인류에게 풀리지 않는 종의 기원이 아닌 인류의 기원을 제2의 다윈이 시리즈로 이어가주길 바랄 뿐이다. 이 세상은 어둠에 가려져 있는 비밀들이 참 많다. 그렇기에 인간은 자신의 존재를 항상 궁금해하며 우주를 궁금해하며 때론 신에게로, 때론 미지의 자아에게로, 때론 현실적인 과학과 수학에게로, 자신의 궁금증을 달랠 도구를 끊임없이 찾아나간다. 나 또한 죽는 날까지 가슴에 물음표와 느낌표를 갖고 세상을 살아갈 것이다.​​



종의 기원

저자 : 찰스 다윈

출판 : 사이언스북스(190731)

내용 : 종류의 기원에 대한 내용. 자연선택. 최초의 탄생에 대한 답은 회피.



목차

발간사: 「드디어 다윈」 시리즈 출간에 부쳐 (최재천)

옮긴이 서문: 장엄한 사상의 탄생을 목격하라

서론

1장 사육과 재배 하에서 발생하는 변이

2장 자연 상태의 변이

3장 생존 투쟁

4장 자연선택

5장 변이의 법칙들

6장 이론의 난점

7장 본능

8장 잡종

9장 지질학적 기록의 불완전함에 관하여

10장 유기체들의 지질학적 천이에 대하여

11장 지리적 분포

12장 지리적 분포(계속)

13장 유기체들의 상호 유연관계, 형태학, 발생학, 흔적 기관

14장 요약 및 결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