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의 봄』 - 레이첼 카슨 [서평]
"울새의 노랫소리가 들리지 않는 봄철보다 더 우울하고 적막한 것은 없으니까." - 레이첼 카슨, 「08 새는 더 이상 노래하지 않고」, 『침묵의 봄』, 에코리브르(2024), 396쪽.
"5월이 되었는데도 뜰에서 윙윙거리는 소리를 들을 수 없다니 너무 비참했다." - 레이첼 카슨, 「10 공중에서 무차별적으로」, 『침묵의 봄』, 에코리브르(2024), 510쪽.
"하늘을 나는 새들의 부드러운 날개가 모두 사라져 버린 황폐한 세상이 되더라도 벌레 없는 세상을 만드는 일이 더 중요하다고 결정한 사람은 누구인가?" - 레이첼 카슨, 「08 새는 더 이상 노래하지 않고」, 『침묵의 봄』, 에코리브르(2024), 431쪽.
침묵의 봄. 말 그대로 봄의 약동을 알리는 새들의 지저귐은 온데간데 없고 고요한 침묵만이 맴도는 것을 말한다. 첫 장을 펴자마자 장장 1239쪽에 달하는 책의 광활함에 먼저 놀란다. 마지막 장을 넘기며 55쪽에 해당하는 참고문헌의 철두철미한 참고 문헌 인용에 또 한 번 놀란다. 이 책을 대하는 작가의 엄중하면서도 신중한 면모를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이 책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효율적인' 살충제의 활용은 곤충을 더욱 강성하게 만들며 자연과 인간을 절멸로 안내하는 가장 암우한 조처다."이다. 그녀는 지구를 덮고 있는 푸른 외투의 무게를 아는 겸허한 인간이며 강인하고 곧은 정신의 소유자다. 이 책을 집필할 당시 레이첼 칼슨(이하 '칼슨'으로 약칭)은 유방암 진단을 받았다. 암은 반복적인 안구 감염과 목뼈까지 빠르게 전이되었다.
많은 이들이 『침묵의 봄』과 칼슨을 높이 사는 이유는 엄청난 육체적 고통 속에서도 칼슨의 펜은 멈추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한 그녀는 연구와 사유의 과학적 객관성을 지키기 위해 투병의 사실을 극비에 부치는 인간 집념의 끝을 보여줬다.
침묵의 봄은 다양한 생태계의 실사례들을 윤문으로 대중들이 소화할 수 있도록 친절하게 제시하며 독자의 수월한 이해를 돕는다. 한 마디로 애초에 대중에게 글이 잘 읽히게끔 치밀하면서도 전략적으로 쓴 글이다. 칼슨은 살충제의 위험성과 곤충이 내성을 갖게 되는 과정. 그로 인한 폐해들까지 완벽에 가까운 논리를 신랄하게 접신한 것처럼 광기로 펼쳐 나간다.
이 책에서 가장 많이 언급되는 살충제의 유해 성분 중 'DDT'라는 성분이 있는데 사실은 나에게 친숙한 것이라는 알고 싶지 않은 사실까지 접하게 됐다.
"이 시기에 태어난 여성들은 자신이 유아기와 유년기에 지금은 금지된 살충제에 다양한 경로로 노출되었다는 사실을 인식하기 시작했다. 일부는 어린 시절 동네에서 DDT 살포 트럭을 쫓아다니던 기억을 떠올렸다." - 레이첼 카슨, 「서문: 샌드라 스타인그래버」, 『침묵의 봄』, 에코리브르(2024), 61쪽.
그렇다. 대부분의 살충제는 완벽한 발암 물질로 판명되었다는데 나는 유년 시절 연기가 뭉게구름처럼 피어오르는 1톤 트럭을 죽자고 쫓아다녔던 것이다. 정말 말 그대로 죽기 위해 쫓아다닌 격이 됐다. 내 몸은 정녕 이대로 두어도 괜찮은 것인가? 하하.
칼슨은 응용 곤충학자 산업의 흑막을 과감하게 들춰내기도 하는데 전체 응용 곤충학자의 2%만이 생물학적 방제 분야에서 일한다고 한다. 그 이유는 연구비가 화학 회사로부터 투자되며 그들은 생물학적 방제보단 확실한 이윤을 보장하는 화학 방제 분야에 투자하는 것을 선호한다. 그렇기에 생물학자의 인재 쏠림 현상이 일어남과 동시에 화학 방제를 옹호하는 논문을 작성한다. 자신을 먹이고 입혀주는 그 손을 물어뜯을 수 없다는 칼슨의 주장이다. 자신의 생계를 유지시켜 주는 사람이 판매하는 살충제가 인간에게 유해하다고 누가 용기 있게 신념대로 말할 수 있겠는가.
그녀가 주장하는 화학 방제 작업을 가장한 야만적인 행위는 다양한 인용들로 독자의 사유를 촉발한다.
"마셜 레어드(Marshall Laird)는 이 사건을 설명하며 화학 약품 방제를 러닝머신에 비유했다. 일단 그 위에 발을 올려놓은 뒤에는 멈췄을 때 어떤 일이 일어날지 두려워 계속 달려야 하기 때문이다." - 레이첼 카슨, 「15 자연의 반격」, 『침묵의 봄』, 에코리브르(2024), 735쪽.
"그저 한 위기에서 또 다른 위기로 옮겨갔고, 골치 아픈 문제를 다른 문제로 대체했을 뿐"이라고 피킷 박사는 말했다." - 레이첼 카슨, 「15 자연의 반격」, 『침묵의 봄』, 에코리브르(2024), 735-736쪽.
"짧은 승리" - 레이첼 카슨, 「16 밀려오는 비상사태」, 『침묵의 봄』, 에코리브르(2024), 754쪽.
화학 방제 작업이 끼치는 악영향에 대하여 쉬운 예로, 달팽이 같은 경우 살충제에 거의 완벽한 면역성을 지니는데 플로리다 동부의 염습지에서 살충제를 대량 살포 후 달팽이의 천적이 모두 죽어 그 수가 급증했다. 그 끔찍한 현장을 책에서는 초현실주의 화가의 그림처럼 무시무시한 광경이라고 다음과 같은 글줄로 표현했다.
"달팽이들이 죽음의 비에 희생된 물고기와 다 죽어가는 게 주위를 돌아다니며 그것들을 게걸스럽게 먹어치웠다." - 레이첼 카슨, 「15 자연의 반격」, 『침묵의 봄』, 에코리브르(2024), 735-736쪽.
뿐만 아니라, 단일 작물로 식물을 기르는 것 또한 욕심 많은 인간이 '효율'을 추구하기 위함이지 건강한 생태계는 아니라며 일침을 가한다. 이러한 환경은 오히려 해충들이 번성하기에 좋은 환경이라고 한다. 다양한 식물이 공존할 때는 해충이 자연에 의해 다른 식물로 넘어가지 못하게 견제되지만 단일 식물만 있을 경우 해충에게는 최고의 서식지가 되는 것이다. 카슨의 이런 날카로운 통찰에 압도되어 갈 때쯤 그녀는 자연의 예찬 또한 놓치지 않는 섬세함을 보여 준다. 각 생태계를 구성하는 미물들의 신비로운 역할과 순기능에 대한 것들이다. 이것에 대하여는 인용 문장이 상당하니 한꺼번에 인용한 뒤 계속 글을 이어가겠다. 글이 계속 길어지므로 나 스스로도 지쳐 가고 있으니 지금부터 인용되는 문장들은 레이첼 카슨의 『침묵의 봄』(에코리브르, 2024, 김은령 옮김)에서 가져온 것이며, 이하 괄호 안에는 쪽수만을 표기함으로써 최소한의 형식과 본 저자에 대한 예를 갖추겠다.
"응애와 날개 없는 원시 곤충인 톡토기 역시 엄청난 수를 자랑한다. 크기가 작은데도 이 곤충들은 식물의 잔해를 분쇄하고 숲에 떨어진 각종 쓰레기를 토양으로 분해하는 일을 돕는다. 이 미세한 존재들은 믿기 어려울 만큼 대단한 임무를 맡고 있다. 예를 들어 한 응애는 전나무의 뾰족한 잎 속에 숨어 살면서 잎의 내부 조직을 소화한다." (254쪽)
"불개미가 만드는 흙무더기는 토양에 공기를 공급하고 배수를 원활하게 도와주는 긍정적인 기능을 했다." (518쪽)
"지렁이는 바위가 대부분을 차지하는 지표면에 부드러운 토양을 토해내는데, 그렇게 만들어내는 토양의 양은 연간 1 에이커당 수톤에 이른다.", "지렁이가 파놓은 구멍을 통해 토양에 공기가 공급되고 배수도 용이해지며 식물도 뿌리를 자유롭게 뻗는다.", "유기물은 지렁이의 소화관을 통해 분해되어 배출되는데, 이 분비물 덕분에 토양은 더욱 비옥해진다" (256쪽)
"거미 한 마리는 18개월이라는 전 생애에 걸쳐 평균 2000여 마리의 곤충을 잡아먹는다. 생물학적으로 건강한 숲이라면 1제곱미터당 50~150마리의 거미가 살고 있다.", "고치 3개면 거미 1000여 마리가 부화하는데, 그러면 날아다니는 곤충 20만 마리를 잡을 수 있다.", "이들은 나뭇가지 끝에 거미줄로 우산을 씌워 날아다니는 해충으로부터 어린 새순을 보호한다."
이후 칼슨은 화학 방제 방식의 가장 치명적인 단점으로 곤충의 내성을 언급한다. 가장 완벽한 생물체는 어쩌면 인간이 아닌 곤충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곤충은 경이롭다. 칼슨은 내성이란 수많은 세대를 거치고 오랜 시간이 흐르면서 얻어지는 것인데 인간은 100년이란 시간 동안 세대가 평균 세 번 바뀐다. 하지만 곤충의 경우, 며칠 또는 몇 주 단위로 새로운 세대가 등장한다며 위험성의 논증을 강화한다.
실제로 인간이 효능을 잃은 성분을 알아내고 새로운 화학 물질을 개발하는 속도보다 곤충이 내성을 갖추는 속도가 더욱 빠르다. 곤충의 진화는 위대하며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책에서는 이러한 곤충의 위대한 생존력을 희화화한 인용을 가져왔는데 나도 썩 마음에 들기에 동일한 문장을 인용해 보겠다.
"이 파리들은 마치 빨갛게 달궈진 석탄 위에서 신나게 춤을 추는 원시 시대의 주술사처럼 DDT와 흥겹게 장난을 치고 있다." 솔직히 난 이 책을 보고 파리를 다시 보기 시작했다. 파리가 새로운 살충제의 성분을 개발했을 때 그 살충제의 유해 성분의 내성을 갖추는 속도가 그 어느 곤충보다 빨랐다. 우리가 무시하던 똥파리는 어쩌면 지구라는 환경에서 생존에 가장 특화된 신의 최종병기일지도 모른다. 아하하.
그럼 이쯤에서 의문이 생긴다. "그럼 카슨이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방제 방식은 도대체 뭐야?"라고 누군가 질문한다면 카슨은 화학적 관점이 아닌 생물학적 관점이어야 한다고 답한다. 예를 들면 천적을 해외에서 수입해 온다거나 다양한 식물을 더욱 빼곡하게 심어 잡초가 자라날 공간이 없게 만드는 방식과 같은 자연의 순리를 따르는 방향을 이상적으로 본다. 그럼에도 위대한 인간은 '효율'과 '이윤'이라는 면죄부 아래 펼쳐지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데 거침이 없다. 이에 칼슨은 의문을 제기한다. 그러한 권력은 누가 쥐어준 것이냐며 말이다.
정말 오랜 시간 잘 따라왔다. 나 또한 칼슨만큼은 아니지만 힘든 싸움이었다. 여태 작성한 서평 중 가장 장문의 서평이라는 것은 단언한다. 물론, 나의 연약한 지능과 사고 체계가 1239쪽에 해당하는 내용을 '효율적'으로 요약하지 못하는 무능이 한 몫 했을 것이고 칼슨이 이 책을 대하는 태도에 대한 존중의 표현으로 글을 가벼이 쓰지 못한 것도 크게 작용했다. 카슨은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비효율적인 것들을 하나하나 모아 집대성하여 대중이 쉽게 이해하도록 아름다운 문체와 삶의 군더더기가 하나 없는 곤충의 언어로 개인이 사회에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는지 여실히 각인시킨 멋진 현인이다. 그녀의 철저한 자료 준비 또한 경탄을 자아내며 한 몫을 했다.
개인적으로 나 또한 감히 인간 따위가 자연을 통제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인간에겐 그러한 능력이 있으며 지나친 자연주의나 생태주의에 편향된 시야를 갖지 않도록 경계하는 편이다. 물론, 자연은 경이롭고 위대하다. 나 또한 평소 자연을 더욱 가까이하기 위해 등산을 주기적으로 가는 편이다. 그럼에도 인간으로서 살아가며 부딪히는 현실적인 문제들 또한 가볍지 않게 대함으로 무조건적인 자연 찬양은 지양한다는 것이 골자다. 오해는 말아라. 참고로 칼슨의 말엔 이의가 없다. 그녀가 맞다. 편향된 사유를 병적으로 경계하려는 '난 언제나 현명한 사람이어야 해'란 강박이자 망상이자 보호기제가 발동한 것일 뿐이니까.
이 책을 기점으로, 죽음의 사명을 띤 비행기에서 윤리적 각성을 촉발하는 나비효과의 첫 날갯짓을 힘차게 일으킨 레이철 카슨(Carson, Rachel Louise)과 『침묵의 봄』에 경의를 표한다. 그녀의 삶, 진창 속 무결의 연꽃처럼 피어오르는 백절불굴의 투쟁 그 자체도. 그녀가 힘껏 들이마신 희생의 들숨은 오늘날까지도 우리에게 자연을 대하는 윤리적 경종을 울리고 있다.
침묵의 봄
저자 : 레이첼 카슨
출판 : 에코리브르(240430)
내용 : 살충제의 잔혹한 유해함과 인간의 이기적이면서 몰지각한 방제 행위를 다양한 사례를 제시하며 광적으로 촌철살인한다. 내용은 괜찮다.
목차
서문: 샌드라 스타인그래버
서문: 린다 리어
감사의 글
01 내일을 위한 우화
02 참아야 하는 의무
03 죽음의 비술
04 지표수와 지하수
05 토양의 세계
06 지구의 녹색 외투
07 불필요한 파괴
08 새는 더 이상 노래하지 않고
09 죽음의 강
10 공중에서 무차별적으로
11 보르자 가문의 꿈을 넘어서
12 인간이 치러야 할 대가
13 작은 창을 통해서
14 네 명 중 한 명
15 자연의 반격
16 밀려오는 비상사태
17 가지 않은 길
참고문헌
후기: 에드워드 O. 윌슨
《침묵의 봄》 출간 이후 환경 관련 글
《침묵의 봄》 출간에 붙여
전국여성언론인협회 연설
슈바이처 메달 수상 연설
미국 가든 클럽 연설
환경 위험: 살충제와 기타 화학 독성의 통제
우리 환경의 오염
오듀본 메달 수상 연설
연보
옮긴이의 글
이 글 쓰느라 하루를 전부 소진했다. 글을 쓰면서도 이게 내가 왜 이렇게까지 쓰고 있는 거지? 하는 생각이 떠나질 않았다. 그럼에도 칼슨의 정신을 이어받아 펜을 놓지 아니하였다. 뿌-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