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심

赤心

by 적필

심연의 고통을 대신 느낀다고 허풍 떨지 않을 것이다. 대신 그들의 신음을 무진 감각하려 할 것이다. 대가리에 시침 굴러가는 소리가 들리는 이들과 동행하지 않을 것이다. 감사를 모르는 시건방진 이들의 언행에 동참하지 않을 것이다.


사람의 냄새가 고약한 곳에 있지 않을 것이다. 결단을 마친 이들과 함께할 것이다. 죽도록 못난 나를 과감하게 인정할 것이다. 세상 속에 갈리고 닳아 온몸이 해져도 삼밧줄을 놓지 않을 것이다.


두 갈래의 세 치 혀를 뱀처럼 날름거리는 이들과 함께하지 않을 것이다. 눈을 약게 굴려대는 쇠파리 같은 이들과 결을 달리할 것이다.


나로서 존재하고 끝에서도 나로서 존재할 것이다. 어리석은 자들이 감히 침범하지 못하게 할 것이다. 그들의 현란한 언어에 초식동물마냥 반응하지 않을 것이다.


몸은 꺾여도 의지는 꺾이지 않을 것이다. 이루지 못해도 꿈을 포기하진 않을 것이다. 삶을 이뤄가는 내내 생각은 어지러워도 결단만은 곧을 것이다.


확신을 놓지 않을 것이다. 이런 이들은 한 명씩 존재해야 한다는 것을 알려줄 것이다. 그 끝을 알려줄 것이다. 그네들이 틀렸음을 명명백백하게 보일 것이다.


근사한 적송의 그늘에 거하며 부단히 철연장을 둘러 연단할 것이다.


종극에 무구한 웃음을 지어 보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