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비드

안경

by 적필

땅이 괴성을 지른다. 예의 밤사이 난봉꾼들에게 어지간히 괴롭힘을 당했나 보다. 아스팔트 위로 물릴 듯한 끈적한 단내가 역하게 코끝을 가격한다. 새큼하면서도 달큼한 인간들의 비린내. 굉장한 악취다.

거리에 취객이 가득하다. 구토로 범벅된 도보블록. 뭐 대수라는 듯, 곱게 포갠 다리로 난간 위에서 신선처럼 잠든 이들. 그대들의 혈기대로 찍찍 뱉어낸 더운 침과 끓는 가래들. 가장 편한 방식으로 버린 쓰레기들을 어렵게 쓸어 담는 환경미화원.

내일 따윈 없는 듯, 어두컴컴한 골목과 유흥가에서 나와 일출을 맞이하며 택시를 향해 손짓하는 사람들. 당신의 상처를 방어하는 공격적인 음영들도 매섭다.

고루한 샌님처럼 점잔을 빼려는 것이 아니다. 그네들은 움직이는 물체면 무엇이든 덤벼들어 물고 찌르는 묘약을 마신 총알 개미들과 같다. 자유로운 영혼 같으나 가장 억압된 삶을 살고 있으며 밝게 웃는 것 같으나 곪아있다.

그대는 나다. 이 냄새가 싫으면서도 친근하다. 어쩌면 지고의 쾌락을 탐하는 이는 그대들이 아닌 나의 이야기다. 그네들의 광경을 보며 저울질하는 쾌감을 음란하게 즐기니 말이다.

그래서일까. 나란 것을 썩 좋게 여기진 않는다. 아니, 사실 난 나란 것을 참 아낀다. 나의 모든 것은 모순이다. 나의 모든 글도 모순덩어리다. 거리의 냄새가 나에게 스며든다.

- 월요일날 출근하며 일요일의 잔해들을 마주하는 신림의 거리에서 끄적인 메모를 다듬었다 특히 아비드 안경에서 다리를 곱게 뻗고 잠을 청하는 취객은 말 그대로 아무 걱정 없이 행복해 보였다.


사진은 백운대. 직접 촬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