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문학의 아버지라고? 지나가던 개가 웃겠네

『허클베리 핀의 모험』 - 마크 트웨인 [서평]

by 적필

사람들은 병에 걸렸다. 지적허영심이라는 몹쓸 병, 그리고 타인과 자신을 비교하는 잣대에 짓눌려, 남들보다 앞서나가고 싶은 욕망에 사로잡혀 책을 읽는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어쩌면 이기적인 욕망에서 비롯된 행위이다. 어떤 심오한 메시지를 좇아 떠나는 숭고한 희생이나 도덕적 가치 또는 현자가 되기 위한 신성한 의식 따위와는 거리가 멀다. 책이 인간에게 어떤 유의미한 가치를 제공해주지 않았다면 이기적인 인간은 책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을 것이다. 결국 자신들에게 득이 되니 영악하고 약삭빠르며 잇속을 챙기는데 급급한 인간이 책을 이용하는 것일 뿐이며, 그 표현을 좋아한다 지껄일 뿐이다.


​이번 서평은 보법을 조금 달리할 것이다. 평상시 내가 써오던 일정한 형식을 따르지 않고 진심으로 우러나오는 말을 빠르게 쏟아내고 막을 내릴 것이다.


​이 책에는 다양한 함정이 도사리고 있다. 위에 언급한 것처럼 인간은 몹쓸 병에 걸렸는데 그 몹쓸 병이 잘 발현되는 곳이 바로 고전과 철학이란 단어다. 평소 건강하던 사람도 왜인지 모르게 이 장르에만 들어오면 맛탱이가 간다. 읽고 나서 별 내용이 없었음에도 꼭 무언가 깨달은 척해야 하거나 어떤 작가의 비밀스런 메시지를 모두 꿰뚫은 척하려고 기를 쓰고 발악하기 때문이다. 종국에 그들은 끼워 맞추기의 달인이 된다. 아니 소설가가 된다.


​작가가 아마 그들의 서평이나 작품 해설을 보면 빅맥에 치즈 추가를 10장한 것처럼 속이 느글느글해지고 메스꺼울 것이다. 또는 헛구역질을 연신 해대거나 배꼽을 잡고 뒤로 발라당 나자빠질 것이다. 난 적어도 마크 트웨인의 웃음거리가 되는 무리에 합류하지 않을 예정이다.


​그들의 서평이나 작품 해설을 읽고 있노라면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이건 또 하나의 소설이구나. 이 사람들은 더 이상 비평가나 독자가 아닌 소설가다. 그들이 소설가가 아니라면 당장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소설을 쓰러 가야만 할 것이다. 아주 기가 찰 노릇이다. 어떻게 그렇게까지 확대 해석을 할 수 있는지 그것도 능력이라면 능력이다.


​누군가는 이렇게 생각할 것이다. '이 놈 지가 이해 못 해놓고 되려 남들을 바보로 만들어버리는 비겁한 수를 취하고 있잖아?' 맞는 말이다. 혹시 저자가 이 책에 정말 그런 심오한 메시지를 심어놨다면 말이다. 그러나 난 오히려 저자가 어항에서 키우는 물고기들이 좋아할 만한 떡밥들을 여러 종류로 뿌려 놓고 그들의 원함대로 갖고 놀기 좋게 설계한 것으로 보인다.


​이 책의 서론에서 저자인 마크 트웨인은 이러한 사람들을 위해 미리 경고장을 날려 엄포한다.


​경고문


​이 이야기에서 어떤 동기를 찾으려고 하는 자는 기소할 것이다.

이 이야기에서 어떤 교훈을 찾으려고 하는 자는 추방할 것이다.

이 이야기에서 어떤 플롯을 찾으려고 하는 자는 총살할 것이다.


- 지은이의 명령에 따라, 군사령관 G. G.


마크 트웨인, 「경고문」, 『허클베리 핀의 모험』, 민음사(1998), 5쪽.


김욱동 번역에는 원문 "Chief of ordanace를 군사령관이라고 의역했으나 사실 정확한 뜻은 군수참모 정도의 뜻이 적확하다. 어쨌든 저자는 분명 이 책에서 심오한 메시지나 분석질을 해대면 총살을 한다고 미리 경고한다. 그런데 인간은 열매를 따먹지 말라고 하면 더욱 따먹고 싶어지는 법. 오히려 마크 트웨인이 그 점을 악용한 것 같기도 하다. 더 하고 싶게끔 촉발시키는 장치를 심어두는 것이다.


​참 혀가 길다. 본론으로 가자. 먼저 줄거리 이전 이 책을 한 문장으로 요약해 보겠다. "자신이 뭘 쓰고 있는지조차 자각하지 못한 채 그저 손이 이끄는 대로 육체에 뇌를 볼모로 잡힌 채 의식의 흐름대로 휘갈긴 정신산만한 에버랜드 지구마을 책 버전"이다.


​에버랜드에 가면 지구마을이란 놀이기구가 있다. 정확히는 느린 유속 위에 배 모형에 앉아 전 세계를 탐험하는 가이드 관광식의 놀이기구인데 이 책이 딱 그것과 유사하다. 마크 트웨인은 톰 소여에서도 허클베리 핀에서도 이 미시시피 강을 단골 소재로 사용하는데 이것은 그가 미시시피 강에서 증기선 파일럿, 즉 도선사로 일한 경험이 매우 인상 깊었던 까닭이 아닐까 싶다. 그때의 도선사 경험이 마크 트웨인에게 정서적으로 큰 영향을 끼친 것이다. 그러니 나오는 소설들마다 주인공들이 죄다 강에서 헤엄치고 뗏목을 타고 탐험을 하는 것이 아닌가.


​이 책의 제목은 허클베리 핀의 모험이다. 아니 그냥 내가 볼 때 마크 트웨인의 유년기 썰이 톰 소여의 모험이고 마크 트웨인의 질풍노도 시절인 사춘기 때의 썰이 허클베리 핀의 모험이다. 결국 이름만 다를 뿐. 그냥 자신의 이야기에 과장과 상상을 한 스푼 더한 것이다. 그리고 이런 위대한 작품들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떡밥을 일부러 곳곳에 설치해 두어 소설을 해석하는 맛까지 제공해 준 것이다.


​읽다 보면 느끼겠지만 이 한 책에 얼마나 많은 등장인물들과 이야기, 사건 사고들이 그리도 넘쳐 나는지 당최 읽으면서도 어질어질할 것이다. 제목을 바꿔야 될 성싶다. 허클베리 핀의 모험에서 허클베리 핀이 만난 사람들로.


​스토리도 작위적이고 스토리와 스토리 간 개연성도 뒤죽박죽 얼기설기 끼워 맞춘 듯 부자연스러우며 매끄럽지 않아 집중력을 현저히 떨어트린다. 잠깐 딴생각에 잠겨 있으면 '아니 이게 뭔 내용이야, 이 인물들이 갑자기 어디서부터 튀어나온 거야?'하고 앞장을 다시 변태처럼 더듬거리며 다시 읽게 되는 자신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걱정 마라. 그저 정신산만한 스토리와 매끄럽지 않은 문장력. 거기에 더해 부족한 역자의 번역 때문인 것이니 지극히 자연스러운 것이다. 그냥 뇌에서 바로 꺼내놓은 살사 타코 책이다. 이게 무슨 말이냐고 묻는다면 나도 모른다. 이런 느낌인 것이다. 그래서 어찌 보면 자신이 글을 다 쓰고 나서 '아, 이거 너무 스토리도, 플롯도 개판인데? 이걸 어떻게 수습하지?'하고 고민하다 책 초입에 경고문을 먼저 날려 선제공격을 가한 것이다. 마크 트웨인은 구차한 변명 대신 공격을 택하는 아주 현명한 꾀를 부렸다.


​작가는 이 책에서 어떠한 교훈을 찾지 말라 경고하지만 나란 인간도 더하면 더했지 성인은 아니기에 개인적인 생각을 끄적이자면 트웨인은 어떤 심오한 흑인 노예제 비판보다는 흑인이라는 인종이 미국에서 노예제에 해방된 뒤에도 사실 정서적으로 문화적으로 완벽히 해방받지 못한 미국 사회를 꼬집는 것으로 보인다.


​그것을 대놓고 비판하면 안되니 이렇게 풍자를 하는 것이다. 그 사람들이 검둥이를 마음속에서 생각하는 대로 가감 없이 표현해 버리는 것이다. 정공법으로 정면돌파하는 것이다. 말로는 평등을 지껄이지만 속내는 은근한 차별을 바라는 간악한 인간의 마음을 마주하는 것이다. 인종주의를 지향하지 않는다고 지껄이지만 흑인보다는 낫다는 무의식의 악을 비판하는 것이다.


​톰 소여에 이어 이 작가가 어떻게 이렇게 위대해졌느냐고 누가 내게 묻는다면 그것은 어쩌다가 권위를 얻은 자들이 정말 아무 생각 없이 휘갈긴 어떤 책에 심오한 뜻을 발견했다고 지껄이기 시작하여 그것이 포카칩 초록색 과자의 질소 충전량처럼 부풀어 올랐다고 말해줄 수 있다. 그런 자식들이 이 책에 자꾸 심오한 뜻을 심어놓고 이것저것 다 연관성이 있어서 작가가 기획한 것처럼 부풀려주니 마크 트웨인은 가만히 있어도 권좌가 올라가는 것이다.


​마크 트웨인은 유년시절 또는 청년시절의 향수에 젖어 그 감성을 책에 녹이고 싶어 한다. 그러나 순수의 결정체인 어린이들의 동심을 글로써 구현하기에 그는 너무 아재가 되어 버렸고 표현을 하나 글에서 쉰내가 난다. 그는 내심 잘 표현했다고 생각할 수도 있으나 내가 볼 땐 어색하기 그지없다. 아무도 어린아이의 그 감성을 어른이 되어 표현할 수는 없는 법이다. 건방진 시도였다.


​"나도 뭔지 몰라. 하지만 강도들이 하는 짓이야. 책에서 읽은 적이 있어. 그러니까 우리들도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안 돼."


​"그게 뭔지도 모르는데 어떻게 그걸 할 수 있다는 거지?"


​"에이 빌어먹을. 그렇게 해야만 한다니까 그러네. 책에 나와 있다고 내 그러지 않든? 책에 나와 있는 것과 다른 짓을 해서 모든 걸 엉망진창으로 만들어 놓겠다는 거야?"


​"톰 소여, 그렇게 말하는 건 매우 좋은 일이지만, 놈들을 어떻게 석방시키는지도 모르면서 대관절 어떻게 몸값을 받고 놈들을 풀어 준다는 거야?"


​마크 트웨인, 「제2장 소년들이 짐을 따돌리다 ~ 톰 소여 갱단 ~ 주도면밀한 계획」, 『허클베리 핀의 모험』, 민음사(1998), 44쪽.


​이 대화가 어린아이들의 대화로 느껴지진 않을 것이다. 대화 내용 자체보다 사고의 회로 자체가 이미 늙어있다. 그것을 본인은 구현해 낸다고 하나 전혀 구현되지 않고 와닿지도 않는다. 톰 소여에 이어 계속 느끼는 것이나 그 주변에 독설을 해주는 이가 없었나 보다.


​이 외에도 마크 트웨인이 별 의미 없이 넣은 내용 같지만 내 시야에서 바라봤을 땐 인간의 악한 면모를 들여다볼 수 있는 대화문이 있어 가져 왔다.


​"난 그 돈을 쓰고 싶지 않아요. 전혀 쓰고 싶지 않다고요. 그 6000달러도 말이에요. 판사님께서 가지세요. 6000달러고 뭐고 몽땅 판사님께 드릴게요." 새처 판사는 놀란 표정을 지었습니다. 도무지 뭐가 뭔지 모르겠다는 표정이더라고요. 판사 나리가 이렇게 물었습니다.


​"아니, 얘야, 그게 무슨 말이냐?"


​"제발 그 이유에 관해선 물어보지 마세요." 하고 내가 말했습니다.


​"제발 그 돈을 받아 주세요. 그렇게 하시는 거죠?"


​"뭐가 뭔지 통 모르겠구나." 하고 판사 나리가 말했습니다.


​"무슨 일이 있는 게냐?"


​"제발 그냥 받아 주세요"하고 내가 말했습니다. " 그러고는 제발 아무것도 묻지 말아 주세요. 그러면 저도 거짓말을 할 필요가 없을 테니까요." 잠시 생각을 하더니 판사 나리가 다시 입을 열었습니다.


​"으응, 이젠 알 것 같구나. 넌 네 재산을 몽땅 나에게 팔고 싶단 말이지. 주는 게 아니고 말이야. 그거 잘 생각했다." 그러고 나서 판사 나리는 종이에다 무엇을 쓴 다음 찬찬히 읽어 보더니 이렇게 말하는 겁니다.


​"자, 이걸 봐라, 이 매도 증서에 '그 대가로'라고 써 있지? 이건 내가 너한테 그것을 사고, 그 대금을 지불했다는 말이다. 자, 여기 1달러가 있다. 자, 이 서류에다 서명을 하려무나." 그래서 나는 서명을 하고는 그곳을 떠났습니다.


​마크 트웨인, 「제4장 헉과 판사 나리 ~ 미신」, 『허클베리 핀의 모험』, 민음사(1998), 78-81쪽.


​위 대화는 내가 봤을 때 인간의 악을 정확하게 보여주고 있다. 그것은 바로 인간은 누군가에게 빚지는 것을 극도로 싫어한다는 것이다. 새처 판사는 헉이 이유 없이 돈을 그냥 준다고 해도 굳이 서류를 만들어 자신의 떳떳함. 즉, 누군가에게 빚이 없는 상태를 만들기 위해 교활한 수를 펼치는 것을 보여준다. 그것도 순수한 어린애를 상대로 말이다. 이득은 얻되, 자존심은 지키고 싶은, 당당해지고 싶은 인간의 간사한 면모를 잘 나타내주는 부분이라 생각이 들었다.


​이제 이 책에 대해 더 이상 할 말도 쓸 내용도 남아있지 않다. 이 책의 줄거리는 헉과 짐이라는 흑인이 뗏목을 타고 미시시피 강을 표류하며 겪는 다양한 에피소드이다. 그리고 끝내 흑인 노예가 자유를 맞이하는 것으로 막을 내린다.


​책 읽는 내내 재미없고 유익하지도 안혹 하등의 도움이 되지 않는 책이었지만 막간에 짐에게 자유를 찾아주기 위해 톰이 우겨대며 억지로 환경을 조성하는 일화는 모든 내용을 통틀어 유일하게 나의 웃음을 자아냈다. 그때 짐의 반응이 참 재미있었고 잘 표현되었다. 그뿐이다.


​난 사람들이 어떤 책을 읽고 느끼는 것을 솔직하게 이야기했으면 한다. 남의 말에 휘둘리거나 어떤 권위나 평판 따위에 억눌려 자신의 의사를 더럽히지 않길 바란다. 단순하면서도 진실되고 강한 이야기를 하길 바란다. 그리고 아마 마크 트웨인도 그걸 원할 것이다.


​비밀인데 여기까지 읽었으니 알려주겠다. 왜냐하면 이 세상은 사실. 별 것 없기 때문이다. 모두들 그 사실을 외면하려 할 뿐.


제목 : 허클베리핀의 모험

저자 : 마크 트웨인

출판 : 민음사(1998.08.05)

번역 : 김욱동(민음사)

내용 : 에버랜드 지구마을 소설 버전, 개똥철학 한 스푼. 개소리 왕창. 그냥 서론의 경고처럼 뇌 빼고 읽으면 딱 어울리는 소설.


목차


제1장 헉을 교양인으로 만들다 / 왓츤 아줌마-톰 소여가 기다리다

제2장 소년들이 짐을 따돌리다 / 톰 소여 갱단-주도면밀한 계획

제3장 호된 꾸지람-은총의 승리 / 〈톰 소여의 거짓말 한 가지〉

제4장 헉과 판사 나리-미신

제5장 헉의 아빠-사랑스런 부친-개심

제6장 헉의 아빠가 새처 판사를 공격하다 / 헉이 가출을 결심하다 / 정치경제학-소란을 피우며 뒹굴기

제7장 그놈을 숨어 기다리다 / 오두막에 감금되다-시체를 가라앉히다 / 휴식

제8장 숲속에서 잠을 자다 / 죽은 사람을 되살아나게하다 / 섬을 답사하다 / 짐을 발견하다 / 짐의 탈출 / 징후-발럼

제9장 동굴-강물에 떠내려온 집

제10장 발견물-행크 벙커 영감-변장을 하고서

제11장 헉과 마을 여자-탐색-얼버무리기-고셴으로 가다

제12장 느린 항해- 물건들을 슬쩍 빌려오다-난파선에 올라타다-음모자들-배를 찾아내다

제13장 난파선에서 달아나다-망꾼-난파선이 가라앉다

제14장 즐거운 시간-하렘-프랑스 말

제15장 헉이 뗏목을 잃다-안개 속에서-헉이 뗏목을 발견하다-쓰레기들

제16장 기대-악의 없는 거짓말- 물위에 떠있는 돈-케이로를 지나쳐가다-강변에 헤엄쳐 가다

제17장 저녁 방문 / 아칸소 주 농장 / 실내 장식 / 스티븐 다울링 보츠 / 시적 발로

제18장 그레인저포드 대령 / 귀족 / 성경책 / 뗏목을 다시 발견하다 / 장작 더미 / 돼지고기와 양배추

제19장 낮에는 뗏목을 매어놓다 / 점성술 이론 / 금주 부흥회를 열다 / 브리지워터 공작 / 골칫거리 왕들

제20장 헉이 설명하다 / 캠페인을 계획하다 / 야회 부흥회를 속이다 / 야회 부흥회에 참석한 해적 / 인쇄업자가 된 공작

제21장 검투 연습 / 햄릿의 독백 / 마을을 빈둥거리며 돌아다니다 / 지루한 마을 / 보그스 영감 / 보그스 영감이 죽다

제22장 셔번 / 서커스에 구경 〈미국의 셰익스피어〉이자 〈미국 문학의 링컨〉으로 일컬어지는 마크 트웨인의 대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