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D BOOK』 - 칼 구스타프 융 [서평]
레드북. 내가 책을 읽기 시작한 이래로 이렇게 불길하고 더러운 책을 마주한 것은 처음이다. 빨간색을 병적으로 좋아하는 나의 특이취향이 아니었다면 거들떠보지도 않았을 책. 칼융이 내가 오기만을 기다렸는지도 모르겠다. 근데 사람을 잘못 건드렸다. 난 오늘 당신의 추악한 가면을 갈기갈기 찢어 발길 것이다.
시뻘겋게 달아오른 단 쇠 같은 책의 표지. 서울대입구 알라딘에서 책 구경을 하다 어느새 나의 손에 쥐어있던 불그스름한 책. 이 발갛게 점염된 책의 저자는 바로 칼융(이하 '그 자' 또는 '이 자식'으로 낮잡아 약칭)이다 이 자식은 심리학의 3대 거장이라 불리우는 지그문트 프로이트, 칼 구스타프 융, 알프레드 아들러 중 현대심리학 양대산맥이라 불리우는 저명하고 권위적인 인물이다.
이 책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자면, "능력도 되지 않는 거렁뱅이 같은 자식이 담아놓은 감정의 배설물이자 끝없는 욕망들의 간사한 방출"이다. 더 쉽게 풀어주겠다. "성경의 말을 그대로 베낀 자기 고백을 가장한 타인에 대한 건방진 판단을 일삼는 자신을 신격화하려는 간사한 애새끼의 말"이다. 내 서평에서 비속어가 등장하는 것은 처음일 것이다. 달게 받아라. 나는 매우 화났다. 성경을 베낀 수많은 글줄이 이 책에 널려있지만 그중 하나를 가져와봤다. 아래 인용을 참고하자.
"따라서 가장 약한 것은 가장 강한 것과 통한다." 칼 구스타프 융, 「제 2권, 16장 세 번째 밤」, 『RED BOOK』, 부글북스(2020), 266쪽.
이제 성경의 구절을 보자.
"이는 내가 약할 그때에 곧 강함이니라" 고린도후서 12:10
이러한 말장난들이 수없이 이어진다. 당신만 성경을 잘 아는 줄 아는가? 지금은 교회에 나가지 않지만 나 또한 성경에 대해 일가견이 있다. 성경은 만국공통의 베스트셀러라는 것을 왜 모르는가. 나 또한 다양한 종교를 삼아보며 번민에 가득 차 수많은 방황을 겪었던 인간 중 하나이다. 어설프게 보지 말아라.
이 책에서 칼융은 유서 깊은 종교의 경전들에게 영향을 받은 명철한 학자인 척한다. 하나 결국 모든 글은 성경의 구절을 조금씩 변형하여 카피캣마냥 자신의 언어인 척 변장하여 뱉어낸 것이 전부다. 뻔뻔스러움의 극치다. 낯이 뜨거워지는 책이다. 그래서 레드북인 것인가? 여론은 칼융이 기독교에 부정적이라는 의견을 제시하나 난 그 정반대의 시각을 가지고 있으며 확신하는 바이다. 그는 기독교를 추앙한다.
초중반에 글이 잘 안 읽힌다고 스스로를 절대 탓하지 마라. 아이가 옹알이를 하면 알아들을 수 있겠는가? 같은 이치이다. 스스로 해체하지 못한 지혜들을 억지로 삼켜 소화하지 못한 채 뱉어 낸 토사물들에 불과한 글이니 당연한 것이다. 그저 '지껄임'에 불과한 것들이니 상심치 마라.
이 책의 본색은 가장 마지막에 드러난다. 마지막 목차인 '정밀 검증'이 바로 그것이다. 겸허한 자기 고백을 가장한 어쭙잖은 잣대로 타인과 세상을 판단하는 시건방진 태도. 본인의 글엔 그러한 것들을 매우 경계하는 성인군자인 척 하나 정작 자신이 그 짓을 일삼고 있다. 스스로 성자로 추앙받고 싶어 안달 난 인간의 발악에 불과하다. 타인에겐 그 의중을 깊이 감추어버린다. 어설픈 지혜에 스스로 먹혀버린 불쌍한 자이다.
만약 그의 생전에 독대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나는 그를 말로써 잔해 할 수 있다. 그의 논리는 거짓으로 시작해 거짓으로 마무리되기에. 간사한 술수로 교묘하게 가리어져 있지만 나의 눈은 피할 수 없다.
누군가는 갑자기 궁금해할 것이다. 내가 왜 이렇게 뜨겁게 달아올랐는지 말이다. 나의 진심모드는 흔치 않다. 그런데 진심일 때는 내가 가장 싫어하는 인간성을 발견했을 때이다. 그리고 지금이 바로 그 '때'이다. 이 자식이 한 말에 긁힌 것은 아니냐고 반문할 것이다. 오히려 난 인정하는 편이다. '오호라!, 이 자식도 성악설을 믿는 것인가?' 하며 오히려 나에게 얻기 힘든 칭찬을 얻었을 확률이 크다. 서평에서 냉혈한의 자아를 장착한 나의 칭찬을 얻기란 하늘의 별따기와도 같은 것이다.
지금 내가 이렇게 분노하는 것은 이 자식의 간악하고 교활한 표현 방식에 있다. 타인을 재단하는 것을 크게 비열한 것처럼 묘사하면서 제일 비겁하게 뒤에 숨어 자기 고백식 일기를 가장한 교조적인 글줄을 무더기로 펼쳐 놓았다. 무저갱의 짐승만도 못한 깨달음으로 누구를 그렇게 가르치고 싶은 것인가? 건방지고 오만하며 꼿꼿한 목을 지니고 있다. 그는 그가 지껄인 대로 그의 이상의 노예로 살다 노예로 생을 마감했을 것이다.
당신이 이 책을 정말 숨기려 했다면 이토록 정교한 삽화를 열정적으로 그려 넣어 놓았을까? 진홍색 가죽 장정에 소중한 신줏단지 모시듯 갖고 다녔을까? 고급 양피지는 무엇인가? 새빨간 가면을 벗어던지고 당신의 말대로 나신으로 나와 맞서라. 비굴한 자여, 우매한 자여, 파렴치한 협잡꾼이여.
장황한 언어로 감히 심오한 척하지 말아라. 그대의 모든 이야기가 듣기가 싫다. 가증스럽고, 껍데기가 요란하다. 당신의 같잖은 철학 따위 내게 들먹이지 말아라. 당신은 그저 교묘한 연출가일 뿐이다. 잘 훈련된 마술가이다. 적을 등지는 패잔병일 뿐이다. 인류의 영적 지도자가 되고 싶었는가. 신이 되고 싶은가. 그 욕망에 스스로 삼켜진 불쌍한 영혼이여. 이제 그만 알몸으로 나아가라.
"너의 과도한 야망은 끝이 없어. 너의 근거들은 물질의 선한 점에 초점을 맞추지 않고 너의 허영심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너는 인류를 위해서 일하지 않고 너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일하고 있어. 너는 일의 완성을 위해 노력하지 않고 사람들의 인정을 받으려 노력하고 있으며, 너 자신의 이익을 지키려고 노력하고 있어. 너에게 쇠로 만든 가시 면류관을 씌워 주고 싶어. 그러면 날카로운 가시가 너의 살점을 파고들겠지."
"이젠 우리는 네가 영리함을 바탕으로 추구하고 있는 그 비열한 속임수에 대해 이야기해야 해. 너는 능숙하게 말하고, 너의 능력을 남용하고, 빛과 그림자를 너의 뜻에 따라 멋대로 강화하거나 약화시키고, 자신의 훌륭함과 높은 신앙심을 크게 떠들고 있어. 너는 타인들의 선한 신앙을 이용하고, 회심의 미소를 지으면서 타인들을 너의 덫으로 끌어들이고, 너의 우월에 대해 넌지시 암시하면서 너 자신이 타인들에게 아주 소중한 존재라고 말하고 있어. 너는 겸손한 척 굴면서 자신의 강점에 대해 언급하지 않아. 너를 대신해서 다른 누군가가 그 점에 대해 언급해 주기를 은근히 기대하면서 말이야. 그러다가 다른 사람들이 너의 장점에 대해 언급하지 않으면, 너는 실망하고 마음의 상처를 받아."
"너는 타인에게 햇살을 선뜻 허용하지 않아. 이유는 네가 너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햇살을 할당하기를 원하기 때문이야. 그런데 네가 그 사람들을 좋아하는 이유는 단지 그들이 너를 좋아하기 때문이지. 너는 주변의 모든 행복을 시기하고 있으며, 너는 그러면서도 버릇없이 그와 정반대라고 주장하고 있어. 너는 언제나 너의 맘에 드는 것에 대해서만 생각하고 있으며, 그것을 근거로 너는 자신이 다른 인간들보다 위에 있다는 느낌을 받으면서 책임감을 조금도 느끼지 않아."
칼 구스타프 융, 「정밀 검증」, 『RED BOOK』, 부글북스(2020), 375-376쪽.
내가 분개한 문장들이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난 이것들을 뼛속까지 인정한다. 이것이 나의 추악한 면면들이고 나 자신이라는 것을. 나는 모든 것을 계산에 의해 움직이는 계산의 기계인 추악한 태고의 악이며 합리의 이기적인 욕망덩어리의 인간인 것을 잘 아는 사람이다.
그러나 내가 이토록 분노한 것은 뱀의 혀 같은 간사한 이 자식의 표현 방식 때문이다. 이것을 솔직하게 "너네 속으로는 사실 이런 생각하고 있잖아?" 하며 주장을 펼쳤으면 '그래, 이 자식도 성악설을 기저로 다양한 사유를 하며 고통받는 삶을 살아왔구나.' 하며 맞는 말이지 했을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말들을 자기 고백식 일기로 변장하여 자신에게 하는 말인 양 표현한 것이 가증스럽고 더러우며 치가 떨리는 것이다.
그리고 책에서 타인을 판단하는 것을 매우 부정적으로 표현한 문장들도 동시에 역해지기 시작하는 것이다. 모든 것들이 분노로 빨갛게 물들여지는 것이다. 불그죽죽하게 되어가는 것이다. 꺼지지 않는 화마에 이 책과 그의 영혼을 내던지고 싶을 뿐인 것이다.
RED BOOK(레드북)
저자 : 칼 구스타프 융
번역 : 김세영, 정명진 옮김
출판 : 부글북스(200115)
내용 : 간사한 연출로 타인을 함부로 평가하는 스스로 성인이라 일컬어짐을 받고 싶은 한 인간의 처절한 발악. 자기 고백을 가장한 타인을 설교하고 재단하는 교조적 언어의 무덤.
<옮긴이의 글>
제1권
<프롤로그>
다가올 것의 길
1장 영혼의 재발견
2장 영혼과 신
3장 영혼의 쓸모에 대하여
4장 사막
5장 미래의 지옥으로 하강
6장 정신의 분리
7장 영웅 살해
8장 신의 잉태
9장 신비스런 조우
10장 가르침
11장 결심
제2권
죄의 이미지들
1장 붉은 존재
2장 숲 속의 성
3장 나의 비천한 반쪽
4장 은자, 첫째 날
5장 은자, 둘째 날
6장 죽음
7장 옛 신전들의 잔해
8장 첫 번째 낮
9장 두 번째 낮
10장 주문들
11장 알을 깨다
12장 지옥
13장 제물 살해
14장 신성한 어리석음
15장 두 번째 밤
16장 세 번째 밤
17장 네 번째 밤
18장 세 명의 예언자들
19장 마법의 선물
20장 십자가의 길
21장 마법사
정밀 검증
<에필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