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주론』 - 니콜로 마키아벨리 [서평]
최근 읽었던 책들 중 가장 읽을 맛이 났던 책이다. 난 책의 정보가 유의미하다고 느껴질 때마다 밑줄과 함께 책장 모서리를 접는 습관이 있는데 다 읽고 나니 어느새 상당한 양의 쪽수가 접혀 있었다.
이 책은 예외로 인용할 문장들이 많아 미리 인상적이었거나 공감됐던 문장들을 한꺼번에 인용한 뒤 내 생각을 씨불대 보겠다.
"왜냐하면 사람들은 두려워하거나 증오하는 대상을 공격하기 때문입니다." 니콜로 마키아벨리, 「7장」, 『군주론』, 현대지성(2021), 65쪽.
"모욕을 주어야 한다면 그 맛을 덜 느끼고 기분이 덜 상하도록 한꺼번에 가해져야 하며, 혜택은 맛을 더 잘 느끼도록 조금씩 베풀어야 합니다." 니콜로 마키아벨리, 「9장」, 『군주론』, 현대지성(2021), 72쪽.
"마키아벨리는 종교를 놀라운 통치 도구로 간주하고 있다." 니콜로 마키아벨리, 「11장 각주」, 『군주론』, 현대지성(2021), 83쪽
"무장한 자에게는 경멸이 있고 무장하지 않은 자에게는 의심이 있기에 서로 협력할 수 없습니다." 니콜로 마키아벨리, 「14장」, 『군주론』, 현대지성(2021), 107쪽.
"사람들은 대체로 감사할 줄 모르고, 변덕스러우며, 위선적인 데다 위험을 피하려 하고, 탐욕스럽게 이익을 얻으려 하기 때문입니다." 니콜로 마키아벨리, 「17장」, 『군주론』, 현대지성(2021), 119쪽.
"사람들은 사악하기 때문에 자기가 이익을 얻을 기회가 생기면 관계를 깨뜨릴 수 있지만, 두려움은 처벌에 대한 공포로 유지되므로 절대 사라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니콜로 마키아벨리, 「17장」, 『군주론』, 현대지성(2021), 120쪽.
"사람들은 재산을 잃은 것보다 아버지의 죽음을 더 빨리 잊기 때문입니다." 니콜로 마키아벨리, 「17장」, 『군주론』, 현대지성(2021), 120쪽.
"신중한 군주는 신의를 지키는 것이 자기에게 불리하거나 신의를 약속한 이유가 사라졌을 때, 신의를 지킬 수 없을뿐더러 지켜서도 안 됩니다." 니콜로 마키아벨리, 「18장」, 『군주론』, 현대지성(2021), 125쪽.
"사람들은 사악할 뿐만 아니라 당신에게 신의를 지키지 않습니다. 따라서 당신도 그들에게 신의를 지키지 말아야 합니다." 니콜로 마키아벨리, 「18장」, 『군주론』, 현대지성(2021), 125쪽.
"민중은 겉으로 보이는 것과 일의 결과에 끌리기 때문입니다." 니콜로 마키아벨리, 「18장」, 『군주론』, 현대지성(2021), 129쪽.
"무척 많은 업무가 주어졌으니 변화를 두려워하게 될 것입니다." 니콜로 마키아벨리, 「22장」, 『군주론』, 현대지성(2021), 160쪽.
더 이상 인용이 길어지면 그냥 책을 제본 뜨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니 이 정도에서 마친다. 난 마키아벨리라는 사람을 모른다. 내가 아는 것이라곤 환경적 열세에 처한 상황에서 대빵에게 잘 보이기 위해 군주를 위한 리더십 실용서 책을 보내며 잘 봐달라고 아양을 떤 것과 최소한 성악설을 믿거나 인간의 본성에 대해 어느 정도 깨달은 사람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이 책에 더욱 관심이 갔던 것 같다. 나는 성악설을 믿는다.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악하다. 그래서 난 사람들을 믿지 않는다. 물론 나 자신도. 인간의 본성은 악하기에 기대 또한 없다. 근데 이렇게 이야기하면 오해하는 사람들이 참 많다. 마치 인류애가 박살 난 감정이 없는 로봇처럼 날 바라보는 듯하다. 사실은 정반대다. 난 사람들을 참으로 좋아한다.
더닝크루거 효과처럼 어정쩡한 지식을 갖고 있는 사람이 오히려 자신의 지식에 대해 자신감을 가지고 있고 뛰어난 지혜를 갖고 있는 자가 오히려 자신의 무지를 강조하는 것처럼. 애초에 인간의 성정이 악하다는 것을 인지한 상태로 사람을 대하니 기대도 없으며 뒤끝도 없다. 순간순간 진심으로 사람을 대하며 그 사람이 어쩌다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여줄 때에도 큰 상심에 빠지지 않는다.
그러면 혹자는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다. 사랑을 한다면 진심을 다해 사랑을 하고 이별할 때에도 전력을 다해 사랑했던 만큼 큰 고통을 느끼며 인간으로서 성장을 해야 성숙한 것인데 약은 사람처럼 온 마음을 다하지 않고 '난 사람을 믿지 않아'란 무지성 이론으로 감정 소모할 것을 대비해 자신의 마음이 안 다칠 정도로만 얕게 나누는 그런 간악한 사람으로 여길 수도 있다.
하지만 전혀 아니다. 나 또한 매우 아플 때도 많고 진심을 다해 사랑하고 진심을 다해 소중한 사람들을 믿고 또 발등을 찍히고 무한 반복을 한다. 이 과정은 내가 목숨을 다할 때까지 반복될 것이다. 그러나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그 마음의 저변은 인간의 본성에 대한 이해가 있기에 다시 또 사랑하고 믿는다는 것에 있다. 얼마나 큰 아픔을 경험했든 간에 말이다.
'내가 이렇게까지 잘해줬는데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가 있어?' 인간이 원래 이렇게 이기적이었나? 하며 모든 관계를 차단하고 상심에 빠져 고립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히려 난 건강하게 관계를 맺는다. 사람에게 배신을 느끼고 다시는 사람에게 마음을 열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한 사람들은 이 성악설을 믿지 않는 것이다. 그렇기에 절망의 심연에서 헤어 나오질 못하는 것이다.
툭툭 털어내고 일어나야 한다. 인간이란 그런 것이기에. 마치 상처받지 않았던 것처럼 다시 무식하게 정면으로 세상을 부딪혀야 한다. 난 그렇게 살아간다. 그렇게 우직하게 무식하게 무지한 사람처럼 산다. 살다 보면 깨닫는다. 인간은 이해타산을 기반으로 움직이며 남을 위하지 않는다는 것을, 여유가 있을 때에 남을 위하는 것이지 극한의 상황에선 오로지 자신만이 우선이다. 이것에 대해 수많은 반론들을 제기하겠지만 그럼 이야기가 끝나질 않으니 내 선에서 마무리를 짓는다.
난 인간은 악한 것을 알고 있다. 그리고 여기까지 깨닫는 이들은 많이 없다는 것도 알고 있다. 이러한 사실은 타인으로부터 알 수 있지만 가장 적나라한 정보를 얻는 방법은 바로 가장 가까운 자신에게 있다. 난 나 자신이 세상에서 가장 악한 인간, 내로남불 그 자체인 인간, 강약약강의 전형적인 비열한 인간 그 자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리고 여기까지 아는 이들은 성악설을 믿는 이들 중에서도 극소수에 불과하다. 그래 내가 바로 그 극소수의 인간이다.
군주론
저자 : 니콜로 마키아벨리, 김운찬 옮김
출판 : 현대지성(210726)
내용 : 인간 본성에 대한 통찰과 리더십에 대한 견해
목차
『군주론』을 읽기 전에
헌사 | 니콜로 마키아벨리가 위대하신 로렌초 데 메디치께 인사를 드립니다
01장 | 군주국의 종류는 얼마나 많으며 어떤 식으로 획득하는가
02장 | 세습 군주국에 대하여
03장 | 혼합 군주국에 대하여
04장 | 알렉산드로스가 정복한 다리우스의 왕국은 왜 그가 죽은 뒤 후계자들에게 맞서 반란을 일으키지 않았는가
05장 | 점령되기 전 자신의 법률에 따라 살았던 도시나 군주국은 어떻게 통치해야 하는가
06장 | 자신의 무력과 역량으로 획득하는 새 군주국에 대하여
07장 | 다른 사람의 무력과 행운으로 획득하는 새 군주국에 대하여
08장 | 사악함으로 군주가 되는 사람들에 대하여
09장 | 시민 군주국에 대하여
10장 | 모든 군주국의 힘은 어떻게 측정해야 하는가
11장 | 교회 군주국에 대하여
12장 | 군대의 종류는 얼마나 많은지 그리고 용병에 대하여
13장 | 지원 군대, 혼합 군대, 자국 군대에 대하여
14장 | 군대와 관련하여 군주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15장 | 사람들, 특히 군주가 칭찬받거나 비난받게 만드는 것들에 대하여
16장 | 너그러움과 인색함에 대하여
17장 | 잔인함과 자비로움에 대하여 그리고 사랑받는 것은 두려움의 대상이 되는 것보다 나은가, 아니면 그 반대인가
18장 | 군주는 어떻게 신의를 지켜야 하는가
19장 | 경멸과 증오를 피하는 것에 대하여
20장 | 요새를 구축하는 일과 군주가 매일 하는 많은 일은 유익한가 아니면 무익한가
21장 | 군주가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22장 | 군주가 곁에 데리고 있는 관리들에 대하여
23장 | 아첨꾼을 어떻게 피할 것인가
24장 | 왜 이탈리아 군주들은 나라를 잃었는가
25장 | 행운은 인간사에서 얼마나 강하고, 인간은 행운에 어떻게 저항할 수 있는가
26장 | 이탈리아를 장악하여 야만인들로부터 해방하라는 권고
미주
해제 | 김운찬
마키아벨리 연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