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망대해에서 길을 잃은 책

『노인과 바다』 - 어니스트 해밍웨이 [서평]

by 적필

​망망대해에서 청새치와 고투하는 노인에 대한 이야기. 또는 모든 개인의 삶 속에서 벌어지는 치열한 투쟁에 대한 존경을 내비치는 소설. 그래 그 유명한 "노인과 바다"다.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한 늙은 어부가 바다 한복판에서 청새치와 씨름하다 촌각을 다투는 처절한 노력 끝에 청새치를 낚게 되는데 결국 돌아오는 길에 상어 떼에게 모두 빼앗겨 앙상한 뼈대만 가지고 마을로 돌아오는 이야기다.

사실 난 어니스트 헤밍웨이란 작자를 잘 모르며 궁금하지도 않았다. 그러나 인간은 사회에서 소외되기 싫어하는 법. 사람들이 왜 그렇게 이 작품을 많이 언급하며 노벨문학상 수상 사유에 직접 이 책이 언급되었는지. 얼마나 대단한 작품인지 궁금해서 읽게 됐다.

결과만 말하면, 별로다. 이 작가의 문체로 유명한 빙산이론. 즉 독자의 추론을 최대로 활성화시키려는 전략의 문체 및 문장 구조. 단순한 단문 구조로 군더더기 없으며 반복되는 단어로 운율감을 형성하려는 독특한 방식 등. 어느 정도 이해는 된다만 좋은 표현 방식인지 공감되지도 와닿지도 않는다. 내가 볼 땐 노인과 바다 작품 자체가 심오하다기보단, 사후 평가와 권위가 내용 이상의 평가를 덧씌운 느낌이다.

그 이유는 해밍웨이 생전에 발표된 마지막 공식 작품이지만 사후엔 유작처럼 받아들여지며 더욱 상징적 의미를 부여받은 점. 작품 속 노인은 자연을 정복하거나 소비하지 않고, 묵묵히 마주하며 존중하는 태도를 보인다. 이런 점이 이후 독자들에 의해 생태주의적 해석으로 확장되었고, 이 작품에 더욱 심오한 메시지를 부여하며 긍정적인 재평가를 끌어낸 배경이 된 듯하다. 여기에 퓰리처상과 노벨문학상의 수상과 작품 언급까지 외부의 권위까지 더해지니 고전의 왕으로 자리 잡게 되지 않았을까?

뭐 유명해서 유명한 책 정도로 비아냥 거릴 순 없겠지만 단순 심오하고 인류사적 통찰이 가득한 책이라고는 감히 말하고 싶지 않은 책 딱 그 수준이다. 아니면 이 책의 역자가 실력이 형편없는 것인지 이 작가의 실체 문체가 이러한 것인지는 모르겠다만 글이 잘 읽히지도 않는다. 일부러 반복시키는 단어들 또한 오히려 집중을 방해하는 흔히들 이야기하는 해밍웨이 스타일에 정반대인 불필요한 현란한 무늬다.

마지막 작품 해설은 김욱동이란 사람이 했는데 조금 과한 확대해석과 감정들로 얼룩져 있어 공감되지 않는다. 다만 그중 괜찮은 문장이 있어 그 문장들의 인용과 짧은 내 생각들을 마지막으로 글을 마무리하겠다.

"승산 없는 투쟁", "젊은 어부들은 이성과 합리의 자식들"

어니스트 해밍웨이, 「작품 해설」, 『노인과 바다』, 민음사(2012), 156, 170쪽.

승산 없는 투쟁은 내 인생을 점철한 문장이다. 난 뒤가 없어도 나의 이상을 향해 달려 나아간다. 재지 않으며, 굴하지 않는다. 중간에 서 있지 않는다. 난 모든 인간이라면 응당 자신의 꿈을 향해 평생을 나아가야 한다고 본다.

마지막으로 이성과 합리의 자식들이란 문장은 참 공감되는 문장이다. 현시대의 사람들은 자신의 이익에 눈이 밝다. 그러나 그에 반하는 불이익엔 대비가 전혀 되어 있지 않다. 인생은 오히려 그 반대 상황이 부지기수인데 말이다.

또 어떤 이들은 자연스럽게 타인을 무시하면서도 정작 그 대우를 자신이 받게 되면 분노를 표출하곤 한다. 이런 현세의 위선과 자기 중심성, 이중잣대들을 깨닫는 이들이 많지 않은 병든 사조가 난 꽤나 탐탁지 않다. 그 안에서 "난 너네와 달라." 하며 외치고 싶은 것이 아닌 "그건 아니야."라며 외치는 저항자에 가깝다. 그리고 그 싸움의 가장 중심엔 항상 나 자신이 있다.

우연히 이 두 문장을 보며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되지만 난 이 책도, 이 해설도 둘 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



목차

노인과 바다

작품 해설

작가 연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