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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 없는 현대인들

지하철 귀신

by 적필

​현대 지하철엔 귀신이 있다. 입이 없는 귀신. 이 귀신은 항상 쇼츠에 영혼을 파는 것이 일상이다. 그리고 영혼을 판 대가로 말할 수 없는 저주에 걸렸다. 지하철 탑승 내내 정신적 허공에 부유하다 느지막이 목적지에 도착했음을 알아차린다. 이때부터 그 귀신은 입을 굳게 닫은 채로 자신의 몸을 범퍼카처럼 사용하기 시작한다.

마치 입과 뇌가 없는 듯한 짐승의 움직임으로 많은 이들의 이맛살을 찌푸리게 한다. 그들의 입은 “잠시만 나갈게요”라는 문장을 절대로 읊조리지 못한다. 그들은 말할 수 없는 저주에 걸렸기 때문이다. 특히 그 문장은 그들을 물리치는 성수와도 같은 것이기에. 영원히 금지된 주문이다.

사실 화가 난다. 말 한마디 하는 것이 어려운 것인가. 그 좁은 틈바구니 사이에서도 사람들은 말을 알아듣고 비켜준다. 난 항상 경험하기 때문이다. 이 귀신은 그 말 한마디 마저 부담스러워 내뱉을 수 없는 마음의 병이 들었든가, 자신의 스트레스를 누군가를 치대며 푸는 것이든가. 둘 다 아니라면 정말 인간이 아닌 귀신이든가.

그들은 저 문 밖에 투우사가 붉은 천을 휘날리고 있는 것처럼 돌진한다. 심지어 어떤 이들은 나가기 전에 의도적으로 사람들에게 신경질을 내듯 몸을 부닥치며 나간다. 그들의 눈엔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 이미 그들은 사람이 아닌 귀신이기 때문이다.

현대인이라고 불리는 이 귀신은 현대에 존재하면서도 가장 원초적인 뗀석기의 소통 수단을 가지고 있다.

251014

오늘따라 왜 이렇게 성난 사람들이 많았는지 모르겠다. 도대체 그들은 왜 그렇게 화가 나 있는 것이며 애먼 사람들에게 화를 분출하는가 기분이 상당히 별로였던 순간 글을 써서 메모를 남긴 것들을 끄적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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