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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한 주제면 우스워?

우스워하는 사람들이 우스워

by 적필

늘어지게 자면 행복할까? 언제든 원하는 만큼 잠을 잘 수 있다면 행복할까? 돈이 어마하게 많다면 행복할까? 일을 하나도 안 한다면 행복할까? 당신은 알고 있다.


불확실한 세상이기에 행복한 것이다. 부자가 될지도 모른다는 상상. 엄청난 지혜를 발견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공상. 그런 몽상이 아니라도 과정 자체가 즐거운 것이다. 불안정을 사랑하는 것이다.


무엇을 좋아하는지 몰라도 찾는 과정이 행복한 것이다. 사지 멀쩡한 상태로 태어나 걷는 것 자체가 복이다. 인생이 물음표라 얼마나 천운인가. 작성 중인 글이기에 행복한 것이다. 달리고 있어 행복한 것이다.


우리는 모험가다. 탐험, 그 자체로 행복한 모험가. 어디서 어떤 벌레 새끼를 만날지. 착한 꾸울벌을 만날지. 흉포한 태풍과 맞닥뜨릴지. 아무도 모르는 이 흥미진진한 닌텐도의 세상.


에라, 삼류 얼치기 모험가면 어떤가. 흔적은 남으며 발자국은 각기 다르기에 멋거리지다. 누군가 날 서류 더미에 앉혀 놓는다면 책상을 들입다 걷어 찰 것이다. 흉내 내지 않고 스스로를 살아가는 것 자체로 근사하다.


어쩌면 멋은 나의 것을 초라하게 여기지 않는 용기에서 시작되는 것은 아닐까. 약하면 약한 대로 인정하면 가장 강한 존재가 되는 역설적인 것이 아닐까.


올통볼통 비포장도로의 흙내음을 맡아가며 단번의 여로를 제멋대로 음미해 보자.


- 251022

흔한 주제이지만 흔한 주제를 떠올린 건 진심이기에 흔하지만 가볍지 않은 글을 이 주제로 그을렸다.


사진은 수락산에서 찍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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