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루이
내가 아는 형 중에 지방이라곤 찾아볼 수 없으며 죽음의 수용소에서 뱃가죽이 등에 붙은 것 마냥 각 뼈다구를 부딪히는 마찰음을 내며 걸어 다니는 형이 있었다. 그 형은 운동이란 건 생전하지도 않았으며 관심도 없어 보였다. 아니 몸이 그렇게 외치고 있었다.
과학실 인체 해부 모형 같은 형의 관심사는 오로지 만화였다. 하루 종일 침대에서 만화책과 함께 뒹굴거리는 일이 하루의 절반이었고 나머지 마저 모두 잠만 잤다. 사람이 이렇게 오래 자면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잠을 좋아하는 오타쿠 형이었다.
그런 형에게 기적이 일어났다. 난 여느 때처럼, 밥을 먹고 소파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는데 뒤로 이상한 기척을 느꼈다. 양손에 1KG이라고 떳떳하게 적혀있는 연분홍색 아령을 든 형이 나타난 것이다.
마음에 드는 여자라도 나타난 것인지 도통 이해할 수 없었지만 그 형은 항상 그래왔다는 듯, 자신만의 독창적인 운동을 거침없이 해나가기 시작했다. 모든 행동은 물 흐르듯 기괴했으며 각 행동에는 자신감이 넘쳤다.
속으로 나는 '저것도 운동이라고 하고 있나, 노력은 가상하다만... 그냥 자는 게 낫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했다. 너무한 생각이 아니었다. 누구나 그 상황을 목격했다면, 평소 형의 생활과 육체를 봐왔다면, 나의 생각을 십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 장담한다.
그렇게 별난 행동은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순간의 지루함을 달래기 위한 창의적인 도발이었을 것이라고. 아니면 무언가 오작동하는 기계처럼 시간이 지나면 금세 정상화될 것이라고 믿었다. 사실 그 이후로 난 형의 운동을 무시했다. 적어도 꾸준함은 없을 것이라 확신했다.
이런 나의 기대를 처참히 짓밟기라도 하는 듯, 형의 기이한 의식은 약 6개월간 지속되었다. 그 이후도 아마 계속 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그 숙소를 나오기 전까지 형은 지친 기색 하나 없었다. 마치 아령을 손에 달고 태어난 사람처럼.
그 운동엔 특징이 있는데 개수가 늘거나 강도가 증가하는 점진적 운동법을 따르지 않는다는 것이다. 매일 같은 개수 매일 같은 시간 매일 같은 동작일 뿐이다. 마치 9시 뉴스가 9시에 나오듯 당연스러운 것이었다. 난 그 행동이 어떤 결과를 불러일으킬지 기대조차 하지 않았으며 그 괴상한 운동은 어느새 나의 관심 밖으로 사라진 지 오래였다.
그러던 중 나의 신경을 쓰이게 하는 순간이 생겼다. 지방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형의 몸에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한 것이다. 그것은 지방이 아닌 확실한 근육이었다. 보디빌더처럼 우락부락한 근육은 아니지만 야트막한 근육의 근질은 꽤나 선명했다. 난 그 근육을 어떤 생명체가 탄생하는 경이로운 순간을 바라보듯 잠시 넋을 잃고 바라봤다. 이런 '같잖은' 운동도 꾸준함을 병행하면 이런 결과를 낳는다고? 난 실소가 터져 나왔다.
그때 이후로 그 형을 다시 보기 시작했다. 그 근육은 마치 나를 약 올리기라도 하는 듯 점점 더 선명해져 갔으며 부피는 더운 여름날 꺼내놓은 우유처럼 서서히 팽창해져만 갔다. 이 이야기는 이솝 우화가 아닌 실재이며 한 인간이 충격받은 이야기를 약간의 비유를 곁들여 꺼내놓은 글이다.
난 꾸준함을 믿는다. 그러나 꾸준함만 믿지 않는다. 그 형의 눈은 이채로운 광기를 띠고 있었다. 각 행동에는 자신감이 있었으며 두려움이 묻지 않았다. 누구의 시선도 개의치 않는, 유려하면서도 확신에 찬 사레레는 아직까지 그 어떤 헬창에게도 보지 못했다.
인간은 자신이 이루고자 하는 목표와 행동. 그리고 가장 중요한 확신이 따르는 순간. 무적이 된다. 양손에 핑크 아령을 든 그 형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