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빨강요다 Nov 04. 2015

긍정의 배신

바버라 애런라이크 / 부키


학생 때는 제 책상뿐만 아니라 많은 학생의 책상 앞에는 '하면 된다'는 표어가 붙어 있었습니다. 이 표어는 긍정적인 생각이기는 하지만, 폭력적인 생각이기도 합니다. 왜냐고요?

이 말은 모든 책임을 개인에게 돌리는 흑마법 같은 말이기 때문입니다. 요즘에도 대학을 못한 학생이나 취업을 못한 청년들에게 '네가 최선을 다하지 않아서 그래', '열심히 하면 다 되게 되어있어'라고 개인이 게을러서 못하는 것으로 만들어버리고 말잖아요. 대학은 왜 꼭 가야 하는지, 청년들에게 일자리는 충분한지, 일을 하면 그 대가는 공정하게 주는지, 이런 기본적인 의문은 '하면 된다'는 말 앞에서 그저 연기처럼 덧없을 뿐입니다.

이렇게 개인의 능력에서 벗어나는 일들이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유리천장(월스트리트 저널에서 1970년에 만든 말로 충분한 능력을 갖춘 사람이 직장 내 성차별이나 인종차별등의 이유로 고위직을 맡지 못하는 상황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경제학 용어이다.)'이라는 말이 아직도 엄연히 존재하는 것이 현실이거든요.


이 책에는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라는 책에 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 책의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아주 먼 옛날 멀고 먼 곳에 두 마리의 생쥐와 꼬마 인간이 살고 있었다 스니프와 스커리라는 작은 생쥐와 우리와 같은 모습으로 생각하고 살아가는 꼬마 인간 햄과 허가 이 이야기의 주인공들이다.

이들은 미로 속을 뛰어다니며 치즈를 찾아다닌다. 주인공들은 복잡하고 어려운 미로를 통과해 비로소 치즈를 얻는다. 하루하루 행복한 나날을 보내던 어느 날, 치즈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져버렸다. 스니프와 스커리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미로를 향해 또 다른 치즈를 찾아 나서지만 햄과 허는 사실을 부정하고 불평만 해댄다. 허는 마침내 상황을 분석하기 시작하고 또 다른 치즈를 찾아 미로 속으로 들어간다.

<네이버 책에서 퍼온 내용입니다>


얼핏 보면 참 좋은 내용입니다. 저도 처음 이 책을 읽었을 때는 정말 좋은 내용이라고 생각했으니까요. 하지만 현실은 달랐습니다. 이 책은 대기업에서 직원 교육용 도서로 사용되면서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대기업에서 이 책을 교육용으로 사용한 이유는 해고된 직원들이 회사에 징징거리니, 이왕 잘린 회사에 징징대지 말고 빨리 다른 곳을 찾아 떠나기를 바래서였다고 합니다.

저는 이 부분을 읽으면서 머리가 멍해졌습니다. 내가 얼마나 순진한 생각을 하고 있었나, 나를 둘러싼 세상이 누군가의 이익을 위해 왜곡되어져 있는데 나는 그걸 알지도 못하고 평생을 내 탓만 하면서 살 수도 있겠구나 하구요.


물론 열심히 살아야 합니다. 그건 맞아요. 하지만, 그 열심히 하는 무언가 안에 소수의 누군가를 위해서만 왜곡된 세상을 조금이나마 내쪽으로 가져오려는 그런 노력도 포함되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기울어진 운동장  아래쪽에 서서 '왜 공이 자꾸 내 골대 쪽으로만 오지? 내가 공을 잘 못 차나?'라고 자책만 하면서 평생을 살 수도 있습니다.





이 책의 저자가 쓴 책 중에 <노동의 배신>도 있습니다.

'왜 나는 열심히 일을 하는데도 돈이 모이지 않을까?'가 궁금하신 분들은 같이 읽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인생의 책 100권> 전체 목록 보기


매거진의 이전글 불편해도 괜찮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