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홀로 공원에 호수를 보러 갔다. 늦은 밤 텅 빈 호수 주위로는 달리는 자동차 소리를 제외하면 그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난 소리 지르고 싶었지만 그 소리를 묻어줄 어떠한 존재도 없음을 깨닫고 어느 때 보다 조용히 조심스래 움직이며 호수를 바라보았다.
멀리 있을 때 호수는 마치 죽은 것 같았지만 가까이 다가가자 꿀렁이는 목구멍 같은 호수가 나를 곧 삼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일으켰다. 일전에 이곳의 토박이인 사람과 대화할 일이 있었다. 이곳에는 고라니가 살아서 밤마다 비명소리가 들린다고 했다. 그게 고라니가 아닐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며 호수를 내려다본다.
호수는 응어리진 감정을 모두 받아들일 준비가 된 듯 강한 바람에 꿀렁거렸다. 난 고라니에게 누명을 씌울 생각으로 크게 소리 질렀다. 내 소리는 일렁이는 호수의 목구멍 속으로 잠기듯 들어갔고 내 비명소리는 이 밤의 고라니가 대신 가져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