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의 시점에서 바라본 나. 릭의 두 번째 인터뷰.
일에 온 생을 바쳐도 남는 건 회사를 위해 좋은 일만 잔뜩 해주고 버려진 내 일상. ‘내 일’을 하고 ‘내 일상’을 살며 먹고 사는 건 꿈만 같은 일인 걸까. 하지만 시대는 변했고 일의 방식도 달라져야 한다. 릭킴 프리키컴퍼니 대표가 말하는 프리키한 일의 방식을 들어보자.
i: 대표님 사진이나 그림을 보면 항상 모자를 쓰고 계시던데 실제로 쓰고 계신 걸 보니 신기하네요(웃음). 먼저 대표님 소개 부탁드려요.
릭: 모자는 제 트레이드 마크에요(웃음). 안녕하세요. 팝아티스트이자 프리키컴퍼니의 프로젝트 디자이너를 맡고 있는 릭킴입니다.
i: 프리키컴퍼니의 ‘프리키’가 어떤 뜻인지 궁금했어요.
Rick: 프리키(freaky) 영어 자체는 ‘기이하다’는 뜻이에요. 하지만 프리키컴퍼니의 ‘프리키’는 자유로운 열쇠를 뜻하는 ‘프리키(freekey)’에요. 키는 사람을 의미해요. 요즘 자세히 보면 하나의 직업으로 부르기 어려운 사람들이 많아요. 이들을 칭할 만한 적당한 단어가 없는데 저는 그들을 ‘프리키’라고 불러요. 이들은 학교 출신, 직업, 직책이 아닌 어떤 프로젝트 했고 어떤 결과를 만들어 냈는지를 종합해서 판단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일반 회사 구조에서는 이런 사람들이 빛을 발하기엔 힘들어요. 회사를 그만두고 3년 동안 이런 프리키한 사람들끼리 함께 모여 자유롭게 일할 수 있는 구조는 없을까 고민했죠.
i: 그럼 프리키컴퍼니를 창업하기 이전의 커리어는 어떻게 되나요?
Rick: 방송국 FD, 온라인 게임회사에서 개발 PM과 비주얼 디자이너, 게임 콘텐츠 기획자로 10년 정도 일했어요. 워낙 사람들과 함께 일 꾸미는 걸 좋아해 관련된 일을 찾다가 게임회사는 잘 맞을 거라 생각했어요. 재밌었지만 제 두 다리에 힘이 있을 때 직장을 나오고 싶었어요.
i: 두 다리에 힘이 있을 때라…. 더 자세히 말씀해주실 수 있을까요?
Rick: 제가 다니던 회사는 대기업에 속했는데, 내 자리가 언제든지 대체될 수 있도록 시스템이 짜여 있어요. 밖에서는 좋고 재밌는 회사지만 안은 공장처럼 돌아가죠. 그 일만 계속하는 거예요. 일하면서 정말 두 다리에 힘이 없어지는 걸 느꼈죠. 그렇게 직장을 나와 프리랜서 PD 등 정말 다양한 일을 경험했어요. 그러면서 자연스레 ‘일의 형태’에 관심이 가더라고요.
i: 그래서인지 프리키컴퍼니는 일하는 방식을 실험하는 연구소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Rick: 먼저, 일을 새롭게 하는 방식을 연구하는 회사 맞아요. 앞서 말씀 드렸듯, 자유롭게 일 할 수 있는 구조를 실험하고 있으니까요. 현재도 코워킹 플레이스 ‘WeWork’와 함께 일에 관한 토크 시리즈인 ‘일톡’을 진행하고 있어요. 왜, 누구와 무엇을 위해, 어떻게 일할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모임이죠. 일하는 방식을 새롭게 바라보고 그걸 적용하는 회사에요. 구성원부터 새로운 방식을 적용했어요. 카피라이팅, 브랜딩, 커뮤니티, 그래픽, 공간 디자인, 웹/앱 개발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인 커뮤니티와 같아요.
i: 정말 그런 듯해요. 구성원부터 기존 회사와는 다른 구조라 프리키를 파악하는 데에 시간이 좀 걸렸어요. 파트가 정말 다양해서 어떤 회사인지 헷갈렸거든요.
Rick: 사실 저희도 계속 정체성을 확립해 가는 중이에요. 하나 확실한 건 요즘 시대에서 가장 효율적인 방식이라는 거죠. 옛날에는 그 무엇이 만들어지기까지 그리 복잡하지 않았어요. 카페를 만든다면 공간 쪽으로 가면 되고, 온라인 구축을 한다고 하면 개발 쪽 에이전시를 가면 됐어요. 그.런데 요즘은 그 두 분야가 섞이는 중이에요. 무슨 말이냐면 카페를 하면 웹사이트를 만들어야 하고 온라인 마케팅을 해야 하고 당연히 오프라인 공간 디자인도 빠질 수 없죠. 브랜딩까지 하려면 더욱 복잡해져요. 그런데 지금 시장은 많이 쪼개져 있어요. 통합적인 솔루션을 제공한다고 하지만 드문 게 사실이고요. 지금 같은 구조라면 창업가가 PM 역할을 해야 하는 거예요. 그런데 그걸 잘하는 창업가는 드물어요. 없다고 봐야죠. 저희는 다양한 분야가 모여있고 최근에는 영상, 온라인 마케팅, 법률 쪽까지 범위를 넓히고 있어요. 원스톱으로 진행할 수 있는 거죠. 그래서 프리키의 핵심 역할은 컨설팅에 가까워요.
i: 이야기를 들어보면 일과 사람에 ‘자유’의 의미를 되새겨주기 위해 노력하시는 것 같아요.
Rick: 맞아요. 자유로운 일이 가능하면 자유로운 삶으로 이어지니까요.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잘하고 더 나아가 많은 사람들과 함께 한다면 좋겠죠. 그런데 현재는 열심히 일해도 먹고 사는 걱정이 해결되지 않으니 한 개인이 스스로의 가능성을 축소해버려요. 좋아하는 일을 하고 싶어도 그럼으로써 한 개인이 짊어져야 할 무게가 막중해지니까요. 그럼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도 먹고 살 수 있는 자유로운 일의 구조를 만들어 보자는 게 프리키의 출발점이에요. 회사에 다니면서도, 학생이라면 공부하면서도 자기 것을 자유롭게 실험하고 같이 할 만한 사람들을 만나는 일의 구조가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출발해 여기까지 온 거죠. 기본적으로 시간과 공간으로부터의 자유로운 방식을 추구해요.
i: 시간과 공간으로부터 자유로운 방식이라…. 일반적인 회사 시스템에서는 마치 꿈과 같은 구조로 들려요. 프리키컴퍼니에서는 어떻게 실현하고 있는지 궁금한데요.
Rick: 방식이 자유로운 게 무조건 모든 직업에서 답이라는 건 아니에요. 다만, 기자님이나 저희 같이 크리에이티브한 영역에 맞는 방식을 만들어가는 거죠. 프리키는 출퇴근이 없어요. 9 to 6도 없고 휴가 제한도 없어요. 그럼 일은 어떻게 하느냐? 그 사람에게 온전히 맡겨요. 그래서 저희는 온라인을 통한 소통이 정말 중요해요. 일하는 공간도 강남과 홍대 두 곳의 코워킹 플레이스를 회사공간으로 사용 중이에요. 두 지역에서 가장 편한 곳에서 일하라고. 그런데 그 자유가 방종을 뜻하는 건 아니에요. 개인에게 책임은 명확히 부여해요. 다만 일 잘할 수 있는 시간과 장소를 정하고, 같이 하는 일이니 팀원들과 조정해나가는 거죠.
i: 이런 프리키컴퍼니의 프리키한 일 문화가 많이 퍼졌으면 좋겠네요. 앞으로의 계획을 살짝 들려주세요.
Rick: 일 플랫폼 ‘위프리키’를 구상 중이에요. 회사에 있는 게 답이 아니란 걸 모두가 알죠. 그럼 그 반대편이 회사를 만드는 건데 사실상 이것도 현실적으로 쉽지는 않아요. 그럼 이 중간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그게 위프리키의 핵심이에요. 어찌 돌아가냐. 자유롭고 수평적인 형태의 일을 하고 싶은 사람 내지는 그런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을 만나 어울리면서 일을 할 수 있는 구조에요. 형태는 온라인을 통한 교류가 될 거예요. 보통 근무 방식은 회사 사무실에서 일하고 퇴근하는 패턴이잖아요. 우리는 이런 패턴에서 벗어나 직접 얼굴을 보면서 회의하지 않고도 온라인에서 서류문서를 주고받으면서 회의하는 구조가 되게 하는 프로젝트인 거죠.
i: 그럼 마지막으로 새로운 방식의 일 문화를 꿈꾸는 프리키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Rick: 회사, 그냥 다니지 마세요. 회사, 만들지도 마세요. 프리키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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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1월 9일 수요일 저녁 홍대 프리키컴퍼니 사무실에서
디아이매거진 인터뷰이 '김신혜' 기자 / ksh@webs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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