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7월 9일, 생각의 끄적임에 대한 기록
나는,
틈만 나면 수없이 생각하고
틈만 나면 수없이 끄적인다.
노트에
자료로 받은 A4 출력지 뒷면에
포스트잇에
수첩에
스케치북에
카페에서 받은 사각 냅킨에
아이폰 메모장에.
펜으로
손가락(터치)으로
키보드로
마카로
색연필로.
나에게 있어 "끄적임"이라는 단어는 '기록'이나 '그림'이라는 아름다운 단어로 대체될 수 있거나, 단순한 텍스트의 나열에 불과한 것이 아니다.
내 안의 세계, 나 혼자만의 세계, 그 보이지 않는 세계에만 존재하는 언어로는 완벽히 표현될 수 없는 그 무엇을 바깥 세상으로 최대한 왜곡과 손상이 없이 꺼내 보이려는 진지하며 치열한 발버둥이며 그림과 글, 선과 기호들이 서로 아우성대는 아수라장이다.
사실 끄적인다는 행위는 그 자체로는 즐겁지만, 때때로 매우 소모적이기도 하다.
철저하게 내 자신만이 알고 있는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그 무엇을 완벽하게 손상 없이 바깥으로 꺼낸다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기에 끄적임의 순간을 마치고 나면 "아.. 이게 아닌데" 하는 작은 절망감을 느끼기도 한다.
그럼에도 왜 난 오늘도 끄적임을 멈추지 않는가. (사실 지금 이 순간도 '키보드'라는 것으로 '브런치'라는 일종의 페이퍼에 끄적이고 있는 중이다.)
그건 아마 "끄적임"이라는 발버둥을 통해 내 안의 세계에서 지금도 번쩍이며 사라져가는 수많은 그 무엇을 조금이라도 더 많이 보관해두고 싶은 건지도 모르겠다.
그건 마치
너무도 아름답지만,
너무도 짧은 순간에 사라져 버리는 수많은 나비들이 살고 있는 숲 속에 있는 기분이다.
아무것도 안 하고 지켜만 보기엔 그 아름다운 나비들의 사라짐이 너무 안타까워 조금이라도 더 많은 나비들을 잡아 그 모습을 박제하려고 허둥 지둥 대고 있는 아이의 모습과도 같다.
물론 그 생생한 아름다움에는 미치지 못하겠지만, 그래도 사라져 없어지는 것보다는 낫지 않을까?
그렇게 난 오늘도 "끄적인다"
:
2015년 7월 9일
Rick.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