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와 관련한 나의 개인적인 예상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원형은 우리가 자주 걸리는 감기 바이러스라고 한다. 체감상
감기 < 독감 < 코로나19 < 사스 < 메르스
정도인 듯하다. 현재까지 돌아가는 상황을 보니 이 병을 뿌리 뽑는 것은 힘들 것 같다. 이제는 슬슬 코로나19를 그냥 슈퍼독감 수준으로 인정해야 하지 않을까. 독감을 원천 차단하는 것을 기대하지 않고 먼저 각자 개인 예방에 맡긴 후, 심각한 증상을 치료하는 것처럼 이번 코로나도 점차 그런 수순으로 가지 않을까 싶다.
처음엔 큰일이 난 것 같았던 긴급 문자도 너무 많이 받다 보니 이젠 점차 무덤덤해지고 있다. 아마 치사율이 낮아서 더 그런 듯하다. 재수 없어서 혹시 걸려도 죽지는 않는다. 사람들 사이에서도 그런 인식이 점점 더 퍼지고 있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 코로나19로 인한 지금처럼 얼어붙은 상황이 장기간 계속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것은 코로나 확진 상황이 진정되어서가 아니라 사람들의 두려움이 무뎌져서일 것이다.
계속 꽁꽁 싸매고 집에만 있는 것도 하루 이틀이다. 이번 주가 지나면 사람들도 점차 집 밖으로 나올 것이라고 예상해본다.
다만, 그것은 이미 알고 있는 개인적 지인들을 위한 만남부터 서서히 벌어질 일이지 내가 모르는 불특정 다수가 모이는 모임이나 큰 행사에는 가지 않을 것이다. 대구나 경상북도와 같이 확진자가 많은 특정 지역의 방문을 피하는 경향 역시 계속될 것이다.
IMF나 세월호의 영향에 비할바는 아니지만, 이번 코로나19 상황은 한국 사회의 많은 것을 바꿔놓을 것이다. 일단 이번 사건으로 앞으로 한동안 내가 전혀 모르는 사람을 만나는 것을 되도록 꺼리는 현상이 생겨날 것이다.
밖에서 내가 만난 사람이 신천지 교인일 수도 있고, 코로나 바이러스 확진자일 수도 있다는 모르는 타인에 대한 불신은 이미 우리 속으로 깊숙이 침투해버렸다. 물리적인 코로나 바이러스에 확진된 사람은 소수지만, ‘정신적인 코로나 바이러스’는 이미 우리 모두에게 확진되어 버렸다. 개인적으로는 가장 슬픈 대목이다.
지금까지는 새로운 누군가를 만나고 싶은 욕구(반드시 연애가 아니라 사람 간의 사귐의 욕구)를 채우기 위해 데이팅앱이나 ‘트레바리’ 같은 소셜살롱 모임, 기타 크고 작은 네트워킹 모임 등을 통해 불특정 다수를 만나 관계를 맺는 경우가 많았다면,
앞으로는 누군가를 새로 만나거나 관계를 맺을 때, 이미 내가 알고 있는 사람의 보증이나 소개를 통해 그것을 충족하려고 하는 경우가 많아질 것이라고 예상된다.
기존에 활발하게 좋은 소셜 활동을 하고 있던 사람들에게는 좋은 소식이지만, 그렇지 않았던 사람들에게는 새로운 사람을 만나기가 더 어려워졌다는 말도 된다. 특히 타인과의 관계를 1회성으로 소비해왔던 사람들에겐 더욱더 그렇다. 코로나로 제일 타격을 입고 있는 업계가 유흥업소, 성매매 쪽이라는 소식은 많은 것을 시사한다.
가끔 어떤 사건은 누구도 어떻게 할 수 없는 큰 흐름으로 우리 모두를 휩쓸어간다. 그나마 위안이 되는 것은 모든 사건엔 명암이 있다는 것이다.
뻔한 이야기지만, 코로나19라는 급류에 휩쓸리느냐 아니면 그것을 타고 가느냐는 결국 자기 자신에게 달렸다. 이미 벌어진 물살을 멈추거나 바꿀 수는 없지만, 적어도 내가 타고 있는 배를 조종할 자유는 여전히 나에게 있기 때문이다.
부디 내가 아는 모두가 급류를 잘 타고 가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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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3월 4일 낮
안양에서 릭 Rick Kim
(페이스북에 올린 생각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