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이면(裏面) : 버려진 것들의 숨소리

by 리도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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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은 늘 화려한 곳으로 기억된다.
밤이 되면 네온이 켜지고, 음악과 사람들의 목소리가 골목을 채운다.

하지만 카메라를 들고 조금만 골목 안으로 들어가면
그 화려함 뒤에 남겨진 또 다른 시간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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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에는 유난히 계단이 많다.
언덕 위와 아래를 잇는 이 계단들은
마치 다른 세계로 이어지는 통로처럼 보인다.

계단을 오르는 사람, 내려오는 사람
그리고 잠시 멈춰 서 있는 사람들까지

이 작은 계단 하나가
이 도시의 흐름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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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의 골목을 올려다보면
복잡하게 얽힌 전선들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마치 이 동네의 시간들이
하늘 위에서 서로 얽혀 있는 것처럼 보였다.

누군가에게는 낡은 풍경일지 모르지만
사진가에게는
시간의 결이 보이는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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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은 골목 끝에서
하얀 고양이 한 마리가 조용히 앉아 있었다.

사람들이 스쳐 지나가는 동안에도
이 고양이는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어쩌면
이 골목의 진짜 주인은
사람이 아니라 이 고양이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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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에 걸린 흑백 사진 두 장.

시간이 오래 지나
조금은 빛이 바랬지만

그 안에는
누군가의 삶이 그대로 담겨 있었다.

골목은 이렇게
사람들의 시간을 모아
천천히 기억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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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 한쪽에
낡은 장난감 개가 서 있었다.

마치 누군가를 기다리는 것처럼
조용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이런 작은 장면들이
골목 사진을 더 오래 기억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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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에 걸린 오래된 시계.

그 아래에는
‘엔틱가구’라는 작은 간판이 달려 있었다.

시간이 멈춘 듯한 이 골목에서
시계는 여전히
천천히 시간을 흘려보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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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골목에는
생각보다 많은 문장들이 남아 있다.

누군가가 벽에 적어 놓은
짧은 글들이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작은 생각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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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은 담벼락 위에는
여러 마리의 고양이가 그려져 있었다.

벽화는 오래되어 조금씩 벗겨지고 있었지만
그 모습이 오히려 더 자연스러웠다.

골목의 시간과
그림의 시간이
같이 흐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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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 끝에는
작은 장난감들이 놓여 있었다.

거대한 관광지로 알려진 이태원이지만
이런 작은 장면들이

이 동네를
더 사람답게 만들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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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앞치마를 두른 요리사가

창문 밖으로 소프트콘을 팔고 있었다.

이태원이라는 도시가

비싼데.. 그리고 인스타그램을 교환했다.

사진은 역시 인스타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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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을 이야기할 때

사람들은 보통 화려한 밤을 먼저 떠올린다.

하지만 카메라를 들고

조금만 골목 안으로 들어가 보면

이곳에는

훨씬 조용하고

훨씬 오래된 이야기들이 남아 있다.

화려함은 잠시 지나가지만

골목은 그 시간을 기억한다.

그리고 사진은

그 기억을 조금 더 오래 남겨두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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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래서 골목길을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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