볕이 스며드는 단정한 길목,
눈처럼 흰 고양이가 유유자적 앉아 있었다.
털끝 하나 구겨지지 않은 넉넉한 자태. 그것은 의심할 여지 없는 평온이자,
볕을 쬐는 자만의 온전한 자유였다.
그러나 불과 십 분 뒤, 모퉁이를 돌아선 골목의 뒷면은 서늘했다.
접근을 막는 노란 통제선이 범죄의 흉터처럼 나부끼는 잿빛 벽 앞. 갈비뼈가 앙상하게 드러난 얼룩 고양이가 잔뜩 움츠린 채 허공을 곁눈질하고 있었다.
이토록 선명한 대비인가, 아니면 잔인한 모순인가.
고작 십 분, 담장 하나를 지났을 뿐인데
빛과 그림자인거 처럼 충돌했다.
그 짧은 보폭 사이로,
내 안의 무수한 상념들이 길고 무거운 꼬리를 끌며 지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