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독백은 글이 된다

by 리도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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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이 고인 방에 등을 대고 누워

가만히 녹음기를 켠다.

어느새 그것은

하루를 닫는 나만의 조용한 의식이 되었다.


낮 동안 미처 다 꺼내지 못한 생각들은

밤이 되어서야 비로소 목소리를 얻는다.

허공으로 흩어지는 낮은 독백들 사이에서

문장이 태어나고,

영감이 움트고,

뜻밖의 이야기가 조용히 곁을 내어준다.


한때는 종이 위를 맴돌던 밤들이 있었다.

사각거리던 펜끝은

이제 작은 기계음 속으로 자리를 옮겼다.

손으로 붙잡던 하루를

이제는 목소리로 남긴다.


밤새 흘려보낸 두서없는 말들은

이튿날 보이지 않는 에이전트의 손길을 지나

정갈한 문장과 아이디어의 조각들로

다시 내 앞에 놓인다.

그렇게 나의 하루는

흘러가며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목소리에서 글로,

글에서 또 다른 시작으로 이어진다.


삶을 기록하는 방식도

조금씩, 그러나 분명히

다른 풍경으로 바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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