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내가 해야 하는 일

by 리도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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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부피가 유난히 무거워지는 요즘이다.

밤이 깊어질수록 머릿속은 더 소란해지고,

새로운 업을 짓겠다는 다짐은 기대보다 책임에 가까운 무게로 내려앉는다.

막연함이 짙게 깔린 백지 앞에서, 나는 어떻게든 길의 윤곽을 그려내야 했다.


AI의 도움을 빌리면 제법 그럴싸한 지도를 빠르게 얻을 수 있다.
화면 속에는 완성된 듯한 로드맵이 매끄럽게 펼쳐진다.

하지만 그 밖으로 걸어 나와, 낯선 현실 위에 첫 발을 내딛는 일은 끝내 내 몫이다.


아이디어를 나누고, 엮고, 현실의 구조로 세우는 과정은 생각보다 훨씬 고되다.
방향을 정하고, 목표를 세우고, 숫자를 따져 예산의 한계를 받아들여야 한다.
어제는 닿을 듯했던 목표가 오늘은 멀게만 느껴지기도 한다.


계획은 비슷해 보여도,

그 안으로 직접 걸어 들어간 사람이 견뎌야 하는 불면과 고단함은 결코 같지 않다.


무엇보다 어려운 것은 이 모든 과정이 끊임없이 나의 무지를 마주하게 만든다는 사실이다.
이미 난 길을 걷는 것이 아니라, 배워가며 동시에 길을 만들어야 한다.


그래서 이 여정은 자주 서늘하고, 자주 고독하다.

그럼에도 멈출 수 없는 이유가 있다.


이 지난한 시간을 건너고 나면,

결국 내 손으로 직접 세운 세계가 남을 것이라는 믿음.


나는 오늘도 그 믿음을 붙들고, 무너지지 않기 위해 조용히 다음 한 걸음을 준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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