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곳에서 겨울, 봄, 여름 그리고 가을을 보내며..
시간은 흐르고 흘러 이곳에서의 계절이 세 번이나 바뀌었다.
집을 떠난 지 곧 1년이 된다. 초심을 잃은 지도 오래다.
처음의 나는 이렇게 힘들 줄 몰랐으니까 그런 포부를 가지고 있던 것이다.
지금의 나,
몸도 마음도 지쳐버린 나는 초심을 지키려다가 정작 나를 지키지 못하고 있다.
나를 잃어가고 있다.
초심을 떠올리면 힘이 차오르던 때도 지나갔다.
퇴사만을 기다리고 있는 지금
가끔 나에게 질문을 던진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도 여기까지 오는 것을 선택할 것인가?"
나의 대답은 당연히 "Yes."이다.
이곳에 온 걸 후회하지 않는다. 그저 점점 더 버티기 힘들어질 뿐이다.
수많은 인파, 시끄러운 소음, 공동체 생활.. 그 무엇 하나 나랑 맞는 게 없는 환경에서 살아가는 게 생각보다 많이 힘겹다. 초반에는 '초심자의 행운'이 깃들었는지 이곳이 나를 힘들게 하는 줄도 몰랐다. 초심이 바닥나기 시작한 뒤부터 급격하게 힘들어진 것이다. 그럼에도 꿋꿋하게 견뎌내고 있는 이유는.. 별거 없다.
퇴직금이나 연차수당을 받으려는 이유도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이전의 나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당장 그만두고 집에 가면 몸도 마음도 편안하겠지만, 오랫동안 후회할 걸 누구보다 잘 아니까..
어쩌면 평생을 후회할지도 모른다.
그래서 버티는 거다.
내가 어렵게 꺼낸 '나'를 포기하고 싶지 않아서.
나를 응원하는 존재가 있다는 걸 알려주고 싶어서.
...
이제는 더 이상 초심이 필요하지 않다.
초심은 잃어도 된다.
나를 지켜주자.
나를 안아주자.
나만은 나를 알아줘야지.
힘들만했다고, 지금까지 잘 버텼다고, 정말 장하다고, 그러니까 지금 힘든 것도 느끼는 감정도 다 당연한 거라고
수백 번 말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