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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하 Feb 21. 2024

육아일기가 쓰고 싶어-1. 첫 초음파

육아일기가 쓰고 싶은 4년 차 주부의 난임일기

2020년 겨울, 코로나 바이러스로 사회적 거리 두기가 만연할 때 32살의 나는 결혼을 했다. 지방 중소기업의 현실이었을까. 7년 동안 청춘을 바쳤던 회사에서 트러블이 생기기 시작했고 결혼 2달 만에 권고사직으로 퇴사를 했다. 정신적인 충격이 너무 컸지만 한편으로는 오히려 잘됐다고 생각했다. 어릴 때부터 상상했던 현모양처의 꿈을 이룰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니깐.


덕분에 결혼 전부터 계획했던 산부인과를 방문하기로 했다. 회사를 다닐 땐 평일에 시간을 내기 어려웠고, 주말엔 결혼준비다 뭐다 바쁘단 핑계로 미뤄왔던 일. 자궁경부암 건강검진받을 겸 임신 전 자궁상태를 확인해 보려고 생애 처음으로 초음파 진료를 봤다. 그게 문제였다. 30대나 돼서 초음파를 처음 본다는 것이. 


"자궁 안이 너무 어지러운데...."


초음파를 시작한 의사 선생님의 첫마디.

내 건강에 대한 확신이 컸던 나는 처음 받아보는 초음파 진료조차도 귀찮은 마음이 커서 지도를 보고 집에서 가장 가까운 산부인과를 방문했다. 병원 내부로 들어가니 인테리어도 오래됐고 할아버지 의사 선생님이 계셔서 진료를 볼까 말까 고민했지만 병원과 친하지 않았던 나는 '병원이 다 똑같지 뭐...' 하는 생각에 그냥 진료를 봤다.


"자궁에 문제가 많은데 지금 배란기이니 임신계획이 있으면 오늘 시도를 하고, 아니면 수술을 해야 하니 큰 병원으로 가세요."


초음파를 본 의사 선생님의 얘기. 나는 무슨 말인지 알아듣지 못했다.

이렇게 건강한 나에게 무슨 문제가 있으며, 수술을 하라는 건지 임신을 하라는 건지. 

일단 상황을 부정했다. 

'처음 들어왔을 때 인테리어나 의사 선생님을 봤을 때 나갔어야 했는데 여기서 진료를 내 잘못이다.'

부정하면서도 수술이라는 단어에 손이 떨리던 나는 곧바로 길 건너 산부인과로 향했고 다시 진료를 봤다.

당황한 상태로 방문한 나는 횡설수설했다.


"어... 제가 다른 병원에서 진료를 봤는데..... 수술을 해야 한다는데..... 음... 무슨 말인지 몰라서.....

그게... 못 믿겠어서 진료를 다시 보고 싶은데....."


다른 병원에서 진료를 받았으나 못 미더워 이 병원에 방문했다는 환자. 그 병원에서는 나를 진상으로 생각했을지도. 하지만 그 순간 그런 시선 따위 나에게 중요하지 않았다.

꼼꼼히 초음파를 본 여의사 선생님의 차분한 얘기.


"지금 자궁에 7cm 정도 되는 혹이 있어요. 수술이 시급할 것 같은데 이건 대학병원 가서 다시 상담해보셔야 해요. 대학병원 소견서를 써드릴 테니 병원 예약하시고 수술 관련 진료 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1년에 한 번 병원을 갈까 말까 한 집안에서 자란 나에게 병원은 어색한 곳이었고, 교통사고를 당하지 않는 한 수술을 할 일은 생기지 않을 것이라는 어리석은 생각으로 살아온 나.

오만한 생각을 가지고 살았던 나에게 벌이 내려진 게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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