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리하 Feb 26. 2024

육아일기가 쓰고 싶어-2. 자궁근종, 내막증, 선근증

육아일기가 쓰고 싶은 4년 차 주부의 난임일기

13살에 첫 생리 시작 후, 매월 지독한 생리통과 어마어마한 생리양에 시달리며 살아온 지 20년째.

손꼽아 기다리는 월급날은 그렇게도 더디더니 원치 않는 마법의 날은 얼마나 빨리 다가오는지.


생리통. 생리 양. 생리기간.

여자라면 겪게 되는 이 생리현상에서 나는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편이었다.

생리기간만 되면 쓰러져서 응급실에 실려가는 친구를 제외하곤 나보다 더 한 사람을 본 적이 없었다.

어릴 때부터 발육도 빠른 편이었고 작은 키에 비해 남다른 상체 때문에 지나가던 아저씨들의 눈빛이나 나쁜 말도 꽤나 들어왔던 편. 

평균 이상의 가슴 사이즈는 여자 친구들의 부러움을 사기도 했지만 반면 매달 일주일씩 고통 속에 때는 여자인 게 싫을 때도 많았다.




동네 산부인과에서 써준 소견서를 들고 미리 예약해 둔 대학병원에 방문을 했다. 코로나가 만연하던 때라 병원이란 곳은 입장부터 까다로웠고, 그 와중에 환자들은 즐비했다. 예약 시간보다도 40분이나 더 기다려야 했고, 드디어 내 차례가 됐다.


자궁근종. 자궁내막증. 자궁선근증


자궁근종은 갱년기가 지난 엄마로부터 들어본 적이 있는데, 자궁내막증과 자궁선근증은 처음 들어보는 병명이었다. 뭐가 어떻게 다른지 감도 잘 오지 않는데 나는 무려 3가지를 다 가지고 있다고 했다.

자궁질병 3관왕 달성. 평소 성취욕과 승부욕이 남다르긴 하지만 뭐 이런 걸 다.



자궁근종 자궁근종은 자궁을 대부분 이루고 있는 평활근(smooth muscle)에 생기는 종양이며 양성질환이다.

자궁내막증 : 자궁내막의 선(gland) 조직과 기질(stroma)이 자궁이 아닌 다른 부위의 조직에 부착하여 증식하는 것을 의미한다.

자궁선근증 : 정상위치를 벗어나 비정상적으로 존재하는 자궁내막 조직에 의해서 자궁의 크기가 커지는 질환을 말한다.



일반적인 자궁은 6-7cm로 주먹정도 크기인데, 나는 자궁선근증으로 인해 자궁크기가 비대해졌고 자궁 곳곳에 다발성 근종이 자라고 있으며 자궁에 있어야 할 조직이 왼쪽 난소에 붙어 7cm나 되는 혹이 되어 있었다.


보통 5cm 이상이면 수술을 권하는데 나는 이미 7cm라 수술이 불가피한 상황.

그 자리에서 바로 수술 날짜를 잡아주셨다. 하늘이 노랗다는 표현을 이럴 때 쓰는 거구나. 그야말로 하늘이 노랗게 보였다.


같이 온 신랑의 손을 꼭 잡으며 애써 눈물을 참았지만, 누가 말을 걸면 금방이라도 눈물이 쏟아질 것만 같았다. 그렇게 무거운 발걸음을 이끌고 집으로 돌아와 친정 엄마께 수술 소식을 알렸다. 요즘은 기술이 좋아 복강경 수술 정도는 큰일이 아니라며 엄마에게 덤덤하게 얘기했지만 사실 너무 무서웠다.


차라리 금방 입원했다면 멋 모른 채로 수술을 했을 텐데 생리기간이 막 지났을 때가 수술하기 가장 좋은 상태라 3주간을 기다려야 했다. 3주 동안 나를 달래도 보고, 위로도 하고, 안심도 시켜봤지만 그래도 너무 무서웠다. 병원에 입원조차 해본 적 없던 나에게 수술은 미지의 세계였기에.


어떻게 보냈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 3주가 지나고 수술 2일 전, 입원을 했다.


 

작가의 이전글 육아일기가 쓰고 싶어-1. 첫 초음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