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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하 Mar 20. 2024

육아일기가 쓰고 싶어-4. 선물 같던 임신

육아일기가 쓰고 싶은 4년 차 주부의 난임일기

 왼쪽 난소의 혹을 제거한 지 6개월이 지나 다시 초음파를 봤을 때, 반대편인 오른쪽 난소에 3cm나 되는 혹이 자라고 있었다.

수술 후 6개월 내에 임신 확률이 가장 높다는데 매달 노력해도 임신은 되지 않았고, 또 다른 혹이 생겼다는 사실은 충격이었다. 5cm가 되면 보통 수술을 권하는데 6개월 만에 3cm가 되어 버린 혹은 언제 다시 나를 수술대에 오르게 할지 미지수였다.


 착잡한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왔고, 이제는 결단이 필요했다.

3개월 내에 임신이 되지 않으면 인공수정이든, 시험관이든 의술의 힘을 빌려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그 후로도 한 번 더 임신실패의 고배를 마셨고, 이번달도 실패하면 병원을 갈 수밖에 없었다.


 반년 넘게 되지 않았던 임신이었기에 이번 달도 성공은 꿈꾸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주말, 남편과 데이트를 나가는 길에 문득 배가 사르르 아파왔고, 아 이번달도 또 마법의 날이 찾아오는구나 생각했다. 다음날 아침, 혹시나. 정말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일어나자마자 얼리 임신테스트기(보통 임신테스트기는 생리 예정일에 사용하지만, 얼리 임신테스트기는 생리 예정일 4~5일 전에도 결과가 나온다.)를 했는데 역시나 한 줄.. 아닐 거라 생각하고 있었지만 아쉬운 마음은 숨길 수 없었고, 사용했던 임신테스트기를 차마 쓰레기통에 버리지 못한 채 화장대에 올려두었다. 그렇게 한 시간쯤 지났고, 나갈 준비를 하려고 화장대 앞에 앉았는데....


어라...?!

이게 무슨 일....?!


 분명 한 줄이었던 임신 테스트기가 연한 두 줄로 변해있었다. 심장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처음으로 보는 두 줄이었다. 남편에게 보여주었는데, 남편은 믿지 않았다. 늦게 뜬 줄이 이상하고, 선이 너무 연하다는 이유였다. 테스트기 반응이 찝찝하긴 나도 마찬가지였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버리지 않고 그대로 놔둔 채 다니던 문화센터로 향했다. 매주 1회 다니던 꽃꽂이 문화센터 마지막 날이었는데 꽃꽂이를 무슨 정신으로 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빨리 집에 가서 테스트기를 다시 해보고 싶다는 생각뿐.


 집으로 돌아와 오후에 다시 테스트를 했다. 역시나 두 줄이었다.

임신은 마음을 내려놓을 때쯤 된다더니, 이번 생리가 터지면 병원을 향하려고 마음을 먹었던 덕분일까. 다음날도, 그다음 날도 테스트기는 두 줄이 떴다.


 일주일쯤 기다렸다 병원을 가보려고 했지만 도저히 참지 못했고, 3일 후 동네 산부인과를 찾았다. 초음파로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서 피검사를 했고 결과는 다음날 나온다고 했다. 다음 날 받은 문자의 결과는 피검사 수치가 100이 넘어 임신으로 예상되며 2일 후 추가 피검사를 하러 오라는 내용이었다.

먼저 임신한 친구들에게 조언을 받아 동네산부인과에서 피검사는 다시 하지 않았고, 일주일 후에 큰 산부인과로 향했다.


 그날은 임신테스트기로 두 줄 반응을 확인한 지 10일째가 되는 날이었는데 이상하게 초음파에는 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의사 선생님도 의아하게 생각하셨고 또다시 피검사를 했다. 결과는 역시 하루 후에 나왔고, 다음 날 오후 문자를 받을 때까지 초조하게 기다렸다. 


 다음날 오후 3시쯤 병원에서 전화가 왔다. 

 피검사 수치로는 2,000이 넘어 아기집이 보여도 벌써 보였어야 했는데 어제 안보인 게 이상하다며 자궁 외 임신이 의심되니 지금 당장 병원으로 오라는 전화였다. 손이 떨리고 머릿속이 하얘져 운전을 할 수 없을 것 같았다. 급하게 남편을 불렀고, 다행히 남편이 와줄 수 있는 상황이었다.


 남편과 함께 병원으로 향했고, 초조한 마음으로 기다린 후 진료실로 향했다. 초음파로 이리저리 살펴보는데 어제 보이지 않던 작은 점이 보였다. 고작 4mm의 작은 점.


"임신이네요. 축하드립니다."


 의사 선생님의 말에 긴장이 풀렸다. '하느님, 감사합니다!' 평소 없던 신앙심이 막 생기는 순간이었다. 아직은 집주인 없는 아기집의 초음파 사진과 임신확인서를 받았다. '내가 임신이라니...!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예쁜 아기가 찾아오나 봐' 기쁜 마음으로 병원을 나섰다.

  2주 후 진료 때는 귀여운 태아의 모습까지 볼 수 있길 기대하며 결혼 후 첫 결혼기념일과 행복할 연말을 기대했다. 다가올 악몽 같은 크리스마스는 예상하지 못한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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