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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정 Jun 04. 2021

정동완 외의 <지금 너에게 필요한 말들>

우리에게는 특정 시기에 특정의 말들을 고파할 때가 있다. 그 특정 시기가 입시일 수도 있고 취업일 수도 있고 또는 마음에 상처를 받았을 때, 혹은 누군가를 잃었을 때도 있다. 그러한 각자의 특정한 시기에 고파하는 말들이 있다.     


새가 알을 깨고 나오다     


이 책은 불안한 미래에 대해 고민을 안고 있는 10대들을 향해 전하는 진로 멘토들의 글이다. 이 책의 대상은 10대들이지만 어른들에게도 멘토가 필요한 순간들이 있다. 그리고 그 멘토가 반드시 타인일 필요는 없다. 자기 자신이 스스로에게 멘토가 되어 줄 수도 있다. 가장 오랫동안 가장 자주 내 옆에 있는 것은 나 자신이니까.  


 생각해 보니 내가 그동안 살고 있던 곳은 나의 작은 세계였더라고나는 그 세계가 전부라고 생각했지그곳에서 배운 말그곳에서 배운 문화그곳에서 경험한 것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어.(p28)”     


요즘 <어린왕자>를 다시 읽고 있다. 분명 어릴 때도 읽었고 어른이 되어서도 읽었고 내용을 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다시 읽는 요즘 예전에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그저 어른이 되면서 잃어버렸던 어린아이의 순수함을 동경하는 책인 줄 알았는데 그것이 전부가 아니다.      


어린왕자가 자신의 별을 떠나 다른 별로 여행을 다니는 것, 그리고 지구라는 별에 도착하는 것. 이 모든 것이 곧 어른이 되어 가는 과정이란 생각을 처음으로 하게 된다. 익숙했던 가정, 학교, 부모의 품을 떠나 어딘지 알 수 없는 곳을 간다. 그 과정은 결코 편하지 않지만 그렇게 여행을 떠날 때 비로소 내가 있던 곳이 얼마나 작은 별이었는지를 알 수 있게 된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어린왕자에서 말하듯 그 사람의 내면보다는 숫자만 따지는 되는 것이 아니었으면 좋겠다. 보아뱀의 내면을 볼 수 있는, 더 시력 좋은 사람이 되는 것이었으면 좋겠다. 자신의 좁은 세상을 박차고 나와 더 넓은 세상으로 가는 것의 의미가 그것에 있었으면 좋겠다. 내 생각이 전부이고 그것만이 옳은 게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는 시간. 그렇게 진짜 어른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이 말은 나에게 하는 말이기도 하다.          


칭찬이 고픈 사람들     


정확하게 그 상황이 기억나지는 않는다. 어디까지나 우연이었으니까. 수업 중 내가 한 학생들을 칭찬했고 그러자 다른 학생들이 장난처럼 우리 모두 한 명 한 명을 칭찬해 주세요, 라는 요청을 했다. 평소 학생들과 친해지기 위해 한 명 한 명 살펴보고 있던 터라 어렵지 않은 요청이었다. 그렇게 출석번호 순서대로 칭찬을 마친 후 학생들의 표정은 눈에 띄게 달라져 있었고 이후 수업에 대한 자세들도 내가 느낄 수 있을 정도로 바뀌어 있었다. 수업을 어려워하던 학생들도 ppt 자료를 사진 찍으며 복습 자료를 준비하기도 했다. 이미 성인인 학생들이지만 그들은 어쩌면 누군가의 칭찬이 고팠던 것이 아닐까란 생각을 해본다. 성인이면 당연히 돈을 벌어야 한 사람의 몫을 한다고 여길 법하다. 하지만 그들은 현재 더 먼 미래를 향해 다시 학생이 된 사람들이다.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타인으로부터의 칭찬이 고팠던 것이 아닐까 싶다.      


네가 원석이라는 생각엔 변함없단다. (...) 남들처럼 타인에게 사랑받기 위한 보석의 길이 아니라 원석 그 자체로 밝게 빛나고 아름다운너를 만들어 가는 과정을 진심으로 응원할게.(p44)”     


우리는 모두 유일무이한 존재다. 우리 자신을 대신할 존재는 이 세상에 없다. 그건 모두에게 해당되는 불변의 진리다. 그럼에도 이 사실을 우리는 참 자주 잊는다. 그건 나도 마찬가지다. 삶이 힘들어지고 삶에 장애가 찾아오면 내 존재가 하찮게 느껴질 때도 많다. 그래서 우리에겐 특정 시기에 고픈 말들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    


꿈은 언제나 동사의 현재 진행형이다     


지금 나에게 필요한 말은 무엇일까를 생각해 본다. 막연하게 나의 마지막 직업은 가르치는 일이라는 꿈이 있었다. 그리고 그 꿈이 이루어졌다. 그러나 막상 현실은 생각보다 더 많이 힘들다. 사실 내 꿈들이 거의 이루어졌고 이루어지고 있다. 다만 그 꿈들이 내 상상과 달리 꽃길만은 아니라는 사실은 예상하지 못했다. 평생 이보다 더 사랑하는 사람은 만날 수 없을 거라 생각하는 사람을 만났고 내 마지막 직업이라 여기는 일을 할 수 있게 되었고 내 이름의 책을 갖고 싶다는 꿈에 조금씩 다가가고 있다. 하지만 그 길이 결코 순탄하지만은 않다. 사랑하는 사람과도 부딪힐 때가 있고 사랑하는 직업에서 좌절하고 힘들어 포기하고 싶을 때도 있으며 내 이름의 책을 위한 시간이 괴로울 때도 있다.      


자신의 꿈을 방해할 수 있는 것은 그 누구도 아닌 나 자신밖에 없어.(p58)”     


꿈은 명사형도 아니고 동사의 과거 완료형도 아니었던 모양이다. 꿈은 언제나 동사의 현재진행형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 했다.     


자기 삶에 철학이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의 차이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아. (...) 네가 품은 철학은 네 가슴과 머리에 깃들어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나 삶의 방향을 정해줄 거야사회에서 일어나는 현상의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기준도 제시해 주지네 행동의 뒷받침이 되고 말이야네가 정한 철학그 어떤 기준은 네 삶을 변화시켜 발전하는 동기가 될 거야.(p62)”     


꿈은 언제나 동사의 현재진행형이다. 죽는 순간까지 ‘완료’되지 않는다. 계속해서 업데이트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저자의 말처럼 꿈을 방해할 수 있는 것은 오로지 자기 자신밖에 없다. 주변에서 반대해서 라든가 사회적인 시선이라든가는 아직 내 안에 철학이 없거나 꿈에 대한 확신이 없다는 반증일지도 모른다.          


사람은 사랑한 만큼 산다     


이 서평의 마지막은 저자가 인용한 박용재 시인의 <사람은 사랑한 만큼 산다>는 이 시여야만 한다는 생각이 든다. 아무리 곱씹어도 이건 ‘어쩔 수 없다’.      


사람은 그 무언가를 사랑한 부피와 넓이와 깊이만큼 산다

그만큼이 인생이다
 

시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든 구절이다. 내가 사랑한 것들의 부피와 넓이, 깊이, 딱 그만큼이 나의 인생이라는 시인의 말을 곱씹고 곱씹는다.     


삶을 진지하게 고민해 보면 결국 난 무엇을 사랑하는가로 귀결될 수 있지.(p117)     


내가 사랑하는 것들이 모인 것이 곧 그 사람의 삶이다. 몇 번을 읽어도 수긍이 간다. 그리고 저자의 중요한 메시지가 하나 더 있다. 그 사랑하는 대상 안에는 자기 자신이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내가 누군지 아는 힘을 가지는 게 곧 나 자신을 잃지 않을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이거든.(p175)”     

자신이 누구인지 이야기할 수 있을 때나라는 한 사람에 대해 진정으로 사랑할 수 있으니까.(p176)”     


특정 시기에 특정한 말들이 고픈 것은 자신에 대한 사랑이 흔들리고 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사람에 대해 외로움을 느끼는 것 또한 나 자신에 대한 사랑이 부족해서 타인에게서 사랑을 채우려고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마지막으로 지금 나에게 필요한 말을 떠올려본다. 힘내라는 말보다는 어깨에 들어간 힘을 빼라는 말을 해주고 싶다. 너무 잘하고 싶다는 욕심에 나 자신에게 지나친 채찍질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그것이 나를 오히려 꿈에서 멀어지게 하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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