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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정 Jul 18. 2021

조슈아 브라운 외의 <이웃집 투자자들>

요 몇 년간 내 안의 화두는 고정관념 깨기다. 이러이러해야 한다는 것들에 대해 돌아보고 있다. 혹은 고정관념인지도 몰랐던 것들에 대해 알아가는 것도 포함하여 돌아보고 있다. 책에 있어서도 호불호가 명확하여 즐겨 있는 장르만 읽었다. 그래서 얼마 전부터는 즐겨 읽지 않던 분야에 대해서도 읽어보려 하는 중이다. 그 중 하나가 돈에 관한 책이다.


생각해 보면 나에게는 ‘돈’에 대한 거부반응이 있었다. 돈 문제로 싸우시는 부모님 모습을 어릴 적에 많이 본 탓도 있을 것이고 부유하지 않았기 때문에 항상 금액을 보며 무언가를 선택하던 습관의 영향도 있을 것이다. 그러면 더더욱 돈 관련 책을 찾아 읽으며 더 많이 벌려고 해야 하는 거 아닐까.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반대로 돈 문제는 입으로 꺼내기 싫은 주제가 되어 있었다. ‘돈이 없어서’라는 말을 내 입으로 하고 싶지도 않았고 실제로 해 본 적도 거의 없을 정도다. 

하지만 돈에 관한 이야기는 그렇게 음지에 있어야 할 주제는 아니다. 오히려 어릴 때부터 돈에 관한 이야기를 더 적극적으로 가족 간에 나누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자신이 어떤 것에 가치를 두는가를 알려주는 바로미터가 바로 돈을 어디에 쓰는가이다


돈을 어떻게 하면 잘 벌 수 있는가, 투자를 해야 하는가, 그렇다면 투자를 할 때 알아두어야 할 건 뭐가 있을까, 등의 실제적인 투자에 관한 ‘지식’을 알고 싶다면 이 책은 안 맞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나처럼 돈에 관한 가장 기본적인 마음가짐과 자세를 알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 책을 강력하게 추천한다.


그리고 돈을 어떻게 투자하는가의 문제는 내가 누구인가라는 문제의 연장선상에 있다.(p102)”


곱씹을수록 맞는 말이다. 한정된 자원인 돈, 그 돈을 어디에 쓰는지 자신의 씀씀이를 살펴보면 나는 무엇을 소중히 여기고 있는지 알 수 있고 결국 나란 사람은 어떤 사람인지도 알 수 있다. 이와 비슷한 표현은 다른 부분에서도 나온다.


투자에도 기준점이 필요하듯이 우리의 인생 또한 기준점이 필요하다우리는 우리의 말보다는 시간과 재능소중한 것들을 어떻게 투자하는지를 통해 자신이 정말 사랑하는 것이 무엇인지 보여준다.(p80)”


돈과 같은 물질적인 자산뿐 아니라 재능이나 시간과 같은 자산을 어디에 쓰는가를 통해서도, 어디에 투자하는고 있는가를 통해서도 그 사람이 사랑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 수 있다. 이러한 표현들이 책 곳곳에 나온다는 점은 굉장히 중요한 점이다. 왜냐하면 이 책은 한 명의 투자 전문가에 의해 쓰여진 책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수많은 고객들에게 조언을 하던 25명의 투자 전문가들이 자신의 투자에 관한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여러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보여주는 ‘돈’에 관한 이러한 가치관은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돈을 벌고 싶다, 부자가 되고 싶다, 이젠 가난이 싫다, 이러한 생각만으로 그저 돈‘만’ 바라보며 ‘돈’을 벌기 위해 혈안이 되는 것. 그게 진정한 투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말하고 있다. 또한 투자 전문가로서 자신들도 부를 축적했지만 그들은 그 부를 자랑의 도구로 삼지 않는다.


우리는 계속해서 검소한 방식을 유지하며 잘 살아가고 있었고 오늘날까지도 우리의 지출은 인생에서 가치를 두는 것에 한정되었다.(p90)”


인생에서 가치를 두는 것에 지출하는 것. 그리고 그 가치를 두는 것에 지출하기 위해 돈을 버는 것. 진정으로 우리가 돈을 버는 이유는 그게 아닐까란 생각을 해 본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이 말이 이상적으로 들릴지도 모른다. 돈‘만’을 바라보며 숲을 보지 못하는 상태에서는 돈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고 생각하기 십상이다.


충분함이란 만족과 여분 사이의 선을 긋는 일이다


세속적인 관점에서 충분함은 항상 더 큰 배와 집을 원하는 것처럼 여겨질 수 있다하지만 충분함의 정의는 외부에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내면에서 결정되는 것이다나에게 '충분함'이란 만족과 여분 사이의 선을 긋는 일이다.(p153)”


이 책 속에는 마음에 드는 문장들이 너무 많았는데 그 중에서도 손에 꼽고 싶은 문장 중 하나다. 충분함이란 만족과 여분 사이의 선을 긋는 것이라는 이 표현을 읽고 또 읽는다.


어느 날 갑자기 친구에게 톡이 왔다. “행복하니?”라고. 집으로 가는 흔들리는 버스 안이었다. 국지적 폭우와 번개가 창밖으로 치고 있었고 갑작스런 비에 버스 안 사람들도 조금 웅성웅성하는 분위기였다. 한 손으로는 버스 기둥을 잡고 나머지 한 손으로 친구의 카톡을 읽었다. 잠시 버스 천장을 올려다보며 생각했다. 행복한가? 행복이란 무엇인지 정의를 떠올릴 만큼의 시간적 여유와 마음의 여유는 없는 순간이었지만 불행할 이유가 없었기에 “응”이라고 답장했다. 그리고 다시 친구에게서 톡이 왔다. “네가 행복하다니 나도 행복하다.” 그리고 이렇게 다시 왔다. “난 행복한진 모르겠지만 만족해.”라고. 친구의 그 두 문장을 읽으며 흔들리는 버스 안에서 버스 기둥을 꼭 잡고 생각했다. 행복이 뭘까, 만족과 행복은 다른 건가? 그리고 친구에게 답장을 했다. “만족함도 행복함의 또 다른 이름일 수 있겠지.”라고.


행복의 정의는 사람의 숫자만큼 많겠지만 만족을 모른다면 그 사람은 행복함을 느낄 수는 없을 거란 생각을 한다. 감사함을 모르고 언제나 ‘조금 더, 조금 더’를 외치는 사람에게는 늘 채워지지 않는 굶주림밖에 없을 것이다. 


경제적 자립이란


사실 난 돈에 대해 관심이 없는 사람 중 하나였다. 부유해서가 아니라 이른 포기다. 어차피 나는 큰 부자는 될 수 없을 것이고 정말로 딱 먹고 살 만큼만 벌면 된다, 그게 나의 최선이다. 이렇게 생각하며 살았기에 돈에 관한 책도 관심이 없었다.


그러다 우연찮게 결혼을 하게 되니 혼자일 때와 세상이 달라져다. 나 혼자일 때는 상관없던 것들이 둘이 되니 ‘조금 더’라는 욕심이 생긴다. 최소한의 기대치가 혼자일 때보다는 조금 더 높아진다. 그러나 만족과 여분 사이에 선을 그을 수 있는 지혜는 가지고 싶다. 돈이라는 것은 어디까지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한 ‘수단’일 뿐, 그 자체가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되니까.


내가 생각하는 '경제적 자립'이란 일을 그만두고 싶을 때 바로 그만두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바로 내가 좋아하는 일을 내가 좋아하는 사람과 내가 하고 싶을 때하고 싶은 만큼 오랫동안 할 수 있는 것을 의미한다.(p22)”


흔히 사람들은 경제적인 문제만 없으면 이 일을 때려칠 텐데, 라는 말을 자주 한다. 하지만 책 속의 관점은 조금 다르다. 좋아하는 일을, 좋아하는 사람과 내가 원할 때, 원하는 만큼 할 수 있는 것, 이것이 경제적 자립이라고 말한다.


일이란 돈을 벌기 위한 목적도 있지만 그것만이 전부는 아니다. 일을 통해 존재감을 확인할 수도 있고 사람들과의 관계도 형성된다. 일로 만난 사이가 좋을 수만은 없지만 일로 만난 사이이기에 볼 수 있는 사람들의 민낯도 있다. 그 민낯이 반드시 나쁘지만은 않다. 반대로 사적 관계들로만 이루어진 인생이 항상 편하다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사적 관계들도 시간이 지나면 때로는 일로 만난 사이만큼 ‘목적’이 생겨나고 그 목적을 유지하기 위해 관계가 지속되기도 한다. 

이러한 것들을 생각해 보면, 나에게 있어 진정한 의미의 경제적 자립이란, 내가 꿈꾸는 자립이란 바로 이것이었음을 이 문장을 통해 알게 된다.


나의 가장 큰 자산은 나이다


현재 나의 가장 큰 자산은 나이다내 시간과 노력그리고 내가 이것을 어떻게 쓰는가이다.(p229)”


지인들과의 대화에서 미래가 불안하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결혼한 사람은 결혼했기에, 미혼인 사람은 미혼이라서 불안하다고 말한다. 사실 불안하지 않은 미래는 없다. 집이 있다면 건물이 있다면, 그렇게 어딘가 금전적으로 믿을 구석이 있다면 조금 ‘덜’ 불안할 수는 있겠지만 완벽하게 불안하지 않은 미래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생각하면 문서화된 자산이 없는 나도 현실을 조금 담담하게 볼 수 있게 된다.


나의 자산은 나다. 나란 자산을 어떻게 사용하는가, 사용해야 하는가, 이것이 지금의 전부다. 저 멀리 너머를 바라보며 대비하기엔 너무 멀다. 하지만 그렇다고 모른 척하며 내 눈만을 가릴 수는 없다. 그래서 이렇게 돈 관련 책을 읽으며 알아야 할 것들은 조금씩이라도 배워나가려고 한다. 내가 가진 자산은 나뿐이니까.


돈과 관련된 삶에 대한 나의 생각은 단지 투자만 하는 것이 아니라 돈을 벌고 쓰고모으고 빌려주고 베푸는 등의 행위를 모두 포함한다, ‘행복한 삶을 위한 자금이라는 개념으로 정리된다내게 진정한 부란 나에게 의미 있는 인생을 지불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한다.(p47)”


위의 문장은 내 안에 있던 부란 무엇인가의 정의를 그대로 대변해 주고 있다. 원하는 대로만 살 수 없는 게 삶이라고는 하지만 그럼에도 내가 원하는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하고 내가 옳다고 여기는 것들, 스스로 가치 있다 여기는 것들에 내 시간과 돈을 투자하며 만족하며 살아가고 싶다. 가진 것이 없다고 한탄하기보다는 가진 것들에 감사하고 만족하며 조금이라도 개선의 여지가 있는 곳을 찾아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가고 싶다. 미래가 현재가 되기 전까지는 어떤 것이 최선인지 알 수가 없(p157)”으니까. 정답이 무엇인지 알 수 없는 현실 속에서 소중하다 여기는 것들을 지키며 나의 옳음이 참된 옳음인가를 끊임없이 고민한 후 그 옳음을 따라 조심스럽게 이 인생길을 걸어나가고 싶다. 그리고 소중한 것들 속에서 더 많이 웃을 수 있는 사치를 부리고 싶다. 이것이 내가 꿈꾸는 삶이다.


내개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유일한 사치는 더 많은 선택지를 갖는 것과 소중한 시간을 함께 보내며 더 많이 웃는 것이다.(p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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