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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정 Nov 21. 2021

황시투안의 <인생 전환의 심리학 수업>

성적표의 등수가 오르는 것도 아니고 월급이 늘어나는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평생 배워야 하는 것이 마음공부라 생각한다. 그것은 살아가는 방법을 알려 주기 때문이다. 그 마음공부 중 하나가 나에게는 심리학이다.      


만일 네가 꿈을 갖더라도

그 꿈의 노예가 되지 않을 수 있다면,

또한 네가 어떤 생각을 갖더라도

그 생각이 유일한 목표가 되지 않게 할 수 있다면,

그리고 만일 인생의 길에서 성공과 실패를 만나더라도,

그 두 가지를 똑같은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면,

네가 말한 진실이 왜곡되어 바보들이 너를 욕하더라도

너 자신은 그것을 참고 들을 수 있다면,

그리고 만일 너의 전 생애를 바친 일이 무너지더라도

몸을 굽히고서 그걸 다시 일으켜 세울 수 있다면,”    

 

이 문장은 러디어드 키플링의 ‘만약에’라는 시 중 일부분이다. 만약 내가 이 시를 지금보다 훨씬 더 어릴 때 읽었더라면 나를 조금 덜 괴롭히며 살았을 것 같다. 생각해 보면 꿈이 참 많은 사람이었다. 10년 단위 목표를 세우고 그 목표에 이르기 위한 5년, 1년 단위 계획을 세웠다. 매일 아침 눈을 뜨면 오늘 해야 할 일을 점검하고 잠들기 전에는 해낸 일들을 정리하고 다음 날 할 일을 미리 적어두었고 다음 날 입을 옷도 미리 꺼내두었다. 분 단위로 하루를 기록하고 허투루 보낸 시간을 줄이기 위해 나를 채찍질했다.     


하나의 꿈,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것은 분명 멋진 일이다. 하지만 그것만이 삶의 전부였기에 그 이외의 삶은 생각하지 못했고 작은 실패에도 크게 좌절했다. 삶에는 크고 작은 수많은 실패가 존재했고 계획대로 되는 것보다는 계획을 벗어나는 것들이 더 많았으며 정말로 간절히 원하는 것들은 짓궂게도 예상을 벗어났다.    

  

누구나 마음속에 품고 있는 바람은 현재의 환경과 사고 구조의 영향을 받는다.

(...) 우리 대부분이 비는 소원은 (...) 현재의 습관이나 사고에 의해 제한받는다.(p41)”   

 

참 당연한 말이지만 우리는 꿈꿀 수 있는 것 이상은 바랄 수 없다. 상상할 수 없는 것은 꿈이 될 수 없다. 즉 우리의 목표는 목표는 우리가 머릿속에서 설정한 미래이자 상상할 수 있는 최고의 미래 청사진(p43)”이기에 설령 그 목표가 뜻대로 되지 않을지라도 세상의 끝은 아니다. 벽을 만나면 자연스럽게 다른 길을 찾아내는 달팽이처럼 삶에는 유연함이 필요하다.     


마음을 들여다보는 작업(나에게는 그건 독서고 일기쓰기다)에서 가장 중점을 둔 것은 내면의 결핍이다. 처음부터 결핍을 들여다본 것은 아니지만 오랫동안 안고 있던 고독, 외로움, 타인의 말에 쉽게 흔들리는 문제, 사람들과의 거리 조절, 등 여러 마음의 요철들을 파헤쳐가다 보니 그 끝자락에서 숨어 있던 어떤 결핍을 만난다.     


꽃이 꽃임을 증명할 필요가 없는 것처럼 자기 자신에 대한 확신이 있다면 자신의 가치에 대해 증명하느라 에너지를 소모할 필요가 없다. 자기 가치에 대한 확신이 있다면 타인의 말 한마디에 영향을 받지 않으며 자신을 진정으로 소중히 여긴다면 결핍을 채우기 위한 사랑과 진정한 사랑은 구분할 수 있다.      


자기 가치감이 높은 사람은 마음 깊이 자기 자신을 긍정하고인정하며 좋아한다그런 사람은 자신과 잘 연결돼 있고다른 사람과도 잘 연결돼 있다.(p101)”     


여기서 다른 사람이 반드시 인간일 필요는 없다. 식물일 수도 있고 동물일 수도 있고 지금 내 볼을 스치고 지나가는 바람이거나 기분 좋게 펼쳐진 푸른 하늘, 해질녁의 붉은 노을처럼 순간 사라지는 자연현상일 수도 있다. 자기 자신에 대한 확신과 믿음, 긍정이 있는 사람은 어느 곳에 있든 그곳에서 깊게 뿌리를 내리고 곧게 서서 세상과 연결되어 존재한다.    

 

나에게는 자기 확신이 없었다. 자기 가치감도 부족했다. 늘 부족한 나의 단점만을 보면서 성공의 기쁨을 누리거나 칭찬해 주기보다는 실패했을 때 나를 더 냉정하게 대했다. 그런 나에게 힘이 되었던 것은 ‘00는 뭐든 잘할 거야’라는 큰언니의 말이다. 위로가 필요한 순간에 작정하고 건네는 말이 아니라 TV를 보면서, 함께 음식을 만들면서, 혹은 같이 걸으면서 등 일상생활 속에서 숨 쉬듯 아무렇지 않게 툭툭 그런 말들을 해줬다. 그리고 그 말이 가장 가장 필요한 순간 내 안의 목소리가 되어 나를 일으켜 세워주곤 했다. ‘맞아, 난 뭐든 잘 할 거야.’라고.     


인생에서 추구해야 하는 목표는 스스로 성장하는 것이다그다음은 현재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안목을 넓히고 능력을 향상시키는 것이다우리의 시선이 머무르는 곳에 우리의 세상이 있기 때문이다.(p43)”     


성장은 지능이 끊임없이 향상되고마음이 넓어져서 자신과 다른 사람을 받아들일 수 있는 과정이다.(p191)”     


성장은 자신이 배운 새로운 지식이나 새로운 관점을 다른 사람에게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을 열고 더 많은 것을 받아들이고 포용하는 것이다.(p192)”     


돌아보면 내 삶의 그래프는 결코 순탄하지 않다. 쉽게 얻는 것들보다는 어렵게, 간신히 얻는 것들이 더 많다. 이제는 끝이라며 모든 것을 포기하고, 내려놓는 순간, 그 순간들이 쌓여 나를 이루고 있다고 해도 될 정도다. 하지만 그 덕분에 많은 배움을 얻은 것도 사실이다.      


죽을 때까지 성장하고 싶다. 이건 오랜 나의 꿈이다. 성장의 정의는 물론 하나가 아니다. 내 일은 오늘보다 조금이라도 일적인 측면에서 성장하길 바라는 마음도 있고, 내 마음의 크기가 나이와 함께 성장해서 숫자뿐인 어른이 되지 않고 싶다는 바람도 있다. 나이에 따라 환경에 따라 성장의 정의는 조금씩 수정되고 새로 생겨나기도 하지만 최종적이자 궁극적인 의미의 성장은, 지금의 나는 알지 못하기에 꿈꿀 수조차 없는 우물 밖 소원을 포함한 ‘성장’을 하는 것이 나의 인생의 꿈이다. 그 성장이 어떤 모양인지는 지금의 나는 알 수 없지만. 막연하게나마 이런 생각은 한다. 모든 것이 뜻대로 쉽게 이루어지지 않지만 그렇게 삶이 마디마디마다 던지는 과제들을 피하지 않고 마주하며 하나씩 하나씩 넘어갈 때 그렇게 나는 성장해 갈 것이라는 사실이다. 그래서 나에게는 마음공부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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