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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정 Mar 29. 2023

황양밍의 <한밤중의 심리학 수업>

이 책은 일, 사랑, 인간관계에 관한 마음의 고민을 다루고 있다. 이상론적인 설명보다는 개인의 사례와 그 해결책이 들어 있어서 부담 없이 읽을 수 있고 내용도 친근하다.

 

# 부정적인 감정

 

육아로 휴직 중인 나에게 일은 육아와 가사다. 집에서 아이 보는 게 뭐가 힘들다고? 라고 보통 생각하겠지만 힘들다. 육체적으로도 그렇지만 정신적으로도 쉽게 지친다. 사랑하는 내 남편과 내 아이를 돌보는 데 왜 지치는 것인지 직접 겪어보기 전에는 이해하지 못했다. 머리로는 이해하는 것들이 가슴으로는 힘듦을 호소하기에 그 부조화가 나를 더 괴롭히곤 한다. 부정적인 감정이 생길 때 머리는 늘 이해하지 못한다. 그러다 이 문장을 만났다.

 

“부정적인 감정은 정말로 안 좋은 걸까? 꼭 그렇지만은 않다. (...) 부정적인 감정이 일었다는 건 지금 진행하고 있는 방법이 자신에게 버거운 일이고, 잘못된 방식임을 일깨워주는 것이다.(p34)”

 

부정적인 감정이 드는 것을 무조건 거부하고 이성적으로 ‘틀리다’고 나 자신을 비난하거나 억누를 필요가 없었다. 그 감정 자체는 잘못되지 않았다. 다만 그 감정이 가리키는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하면 된다. 힘든 무언가가 있다면 해결해야 할 무언가가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뿐이다. 이 말이 어째서인지 힘이 났다. 나의 육아 방식이 문제였든, 지나치게 어깨에 힘이 많이 들어가서이든, 무언가에 문제가 있었기에 힘든 것이었다. 자책할 필요는 없었다.

 

“일이 아무리 삶의 중심이 되었다고는 해도 그것이 자신의 전부가 될 수는 없다. 그러므로 일하면서 겪은 모든 걸 자기 인생의 전부로 여길 필요는 없다.(p96)”

 

생각해 보면 난 항상 일이 내 삶에 중심이었다. 그래서 일을 쉬는 동안은 늘 미치도록 괴로웠다. 괴롭지 않으면 괴롭지 않은 나를 비난했다. 일이 내 모든 정체성이었고 존재의 이유였고 나를 살게 하는 요인이었다. 육아가 나의 일이 되고 가사가 내 일이 되니 또 다시 나는 이 일에 최선을 다해야 하고 그 최선이 최선의 결과를 내야 한다는 강박감에 시달리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일이 나의 전부는 아니라고 저자는 말한다. 이 말이 나를 조금 숨 쉬게 한다. 

 

# 사랑

 

“어떤 사람은 사랑이 사람을 변하게 한다고 한다. 하지만 나는 사랑을 하면 다른 사람과의 교류를 통해 그동안 내재되었던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되기 때문이라고 본다.(p151)”

 

각자의 공간으로 돌아가 홀로 있을 수 있던 때와 달리, 결혼을 하게 되면 모든 것을 함께 하게 된다. 결혼은 통해 나는 다른 사람이 된다. 좋은 ‘나’뿐 아니라 싫은 ‘나’도 만난다. 하지만 그건 상대에게서 온 것이 아니다. 내 안에 있던 나도 모르던 ‘나’일 뿐이다. 결혼이 힘든 이유는 이렇게 ‘싫은 나’를 만나야 하기 때문이 아닐까. 적당히 거리를 유지하며 적당히 감정소모하며 좋은 모습만 보여줄 수 있던 연애 때와는 다른 이 현실을 받아들이는 게 힘든 것이 아닐까.

 

“누군가를 사랑하면 자기 자신도 함께 사랑할 줄 알아야 한다.(p159)”

 

사랑은 에너지라는 생각을 한다. 아이를 사랑하고 남편을 온전히 사랑하기 위해서는 내 안에 에너지가 충분해야 한다. 내가 지치고 힘들고 마음의 여유가 없으면 누군가를 사랑할 수 없다. 아이를 위해서도 그렇다. 연소되기만 하는 사랑은 사랑이 아닐지도 모른다. 

 

“누군가와 친밀한 관계가 조성되었다고 해서 나의 부족한 점이 무조건 메워질 것으로 기대하면 안 된다. (...) 긍정적인 상태에서 더 긍정적인 상태가 되는 것이지, 부정적인 상태에서 보통의 상태가 되지는 않는다.(p188)”

 

중요한 또 하나의 메시지다. 결혼에 대한 환상을 품는 사람이 많다. 결혼을 통해, 타인을 통해 자신이 바뀔 거라고 기대하곤 한다. 하지만 변하지 않는다. 타인은 나를 바꿀 수 없고 나의 부족함도 결점도 누군가가 대신 메워줄 수는 없다. 부정적인 감정을 내쫓는 것도 나 스스로가 해야 할 일이고 행복도 스스로 찾고 발견하고 느껴야 하는 것이다. 결혼은 무언가를 얻기 위해 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가진 것을 누군가(사랑하는 사람)에게 ‘나누어 주기’ 위해 하는 것이 아닐까.

 

# 삶은 진행형이다

 

“삶에서 제일 중요한 일은 어쩌면 구체적으로 어떤 성취를 이루는 게 아니라 시시각각 삶의 아름다움을 느끼고 향유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p210~211)”

 

“삶에서 가치를 찾는 건 연속적으로 진행되는 과정이다.(p212)”

 

뻔한 말인데 잊곤 한다. 나의 가치는 지금 이 순간의 무언가가 결정내리는 것이 아니며 죽는 그 순간까지 계속되는 것임을 알면서도 작은 고비마다 나는 내 가치를 묻곤 한다. 빨리 빨리 무언가를 해치우느라 과정의 소중함을 잊어서는 안 된다. 아이가 혼자 밥을 먹고 혼자 일어서기 위해서는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야 한다. 수백만 번 수저를 던지고 흘리고 쏟아야 하며, 여러 번 넘어지고 부딪히고 다쳐야 한다. 그 과정을 뛰어넘고 갑자기 모든 걸 해내리라 기대해서는 안 되며 기대할 수도 없다. 그 과정에서 오는 수고는 고통이나 힘듦이 아니다. 당연한 발달과정이다. 덕지덕지 묻은 밥알로 해맑게 웃는 모습을 함께 웃어줄 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가진 엄마가 되고 싶다. 오늘도 열심히 자라고 있는 아이를 마음껏 응원해주고 싶다. 책 한 권 읽고 정리하고 서평 쓰기 힘든 이 순간을 즐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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