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쓴다는 것과 글을 읽는다는 것에 대해서

by 유정

서평을 쓰기 위해 참 많이 서성이고 고민한다. 그 책이 갖고 싶다는 뜨거운 욕심이 날 만큼 마음에 들었으면서도 막상 서평을 쓰려니 어떤 말을 써야 할지 막막하다. 서평을 쓰기 위해 책의 내용을 조각조각 분해하고나서 그것들을 흩트리고 다시 둥그렇게 모아본다. 결국 저자는 무엇을 말하고 싶었던 것일까, 저자의 마음으로 가만히 생각해본다. 그러다 문득 생각하게 된다. 글을 쓴다는 것과 글을 읽는다는 것에 대해서.


글을 쓴다는 것은, 가슴 속에 있던 수많은 색깔의 감정들을 언어로 한정짓는 행위다. 자유롭게 뛰놀던 양떼를 한 곳에 몰아 범위를 좁히는 것과도 비슷하다. 물기가 가득했던 행주를 꼭 짜는 듯한 느낌과도 비슷하다. 정확한 글이란 있을 수 없겠지만 자신의 감정에 가장 잘 어울리는, 가장 그 감정을 비슷하게 표현해 주는 단어를 찾아 나가는 것이 글이 아닐까 싶다. 그렇기 때문에 나의 서평이 언제나 완전히 마음에 들지 않는다. 지금보다 더 서평을 조금밖에 쓰지 않았을 때에 비하면 그래도 서평과 책읽기가 삶이 된 지금이, 그래도 조금 더 쉽게 써질 줄 알았다. 하지만 매번 서평을 쓸 때마다 참 어렵다는 투정을 부리게 된다. 그건 분명 타인을 의식한 이유는 아니다. 아무도 읽지 않을지라도 나는 쓸 것이다. 나라는 독자는 언제나 존재하니까. 나라는 한 명의 독자를 만족시키는 게 점점 더 어렵다.


글을 읽는다는 것은, 어쩌면 누군가가 지금의 나처럼 자신의 감정을 언어로 한정 지은 것을 활짝 풀어보는 것인지도 모른다. 질끈 동여맨 보자기를 활짝 풀어서 한정되었던 감정들을 자유롭게 해 주는 것, 혹은 저자가 쓴 글 너머의 무언가를 읽으려고 하는 것, 그것이 글을 읽는다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 분명 저자는 자신의 이야기를 쓴 것인데 나는 그의 ‘개인적’인 이야기에서 ‘나’를 만나곤 한다. 내가 서평을 쓰며 그 안에 나의 이야기를 넣는 것도 보통의 책들이 나에게 그러했듯, 나 또한 다른 누군가에게 아주 조금이라도 공감과 위안을 줄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내가 언어로 한정한 어떤 감정의 덩어리를 누군가는 그 사람만의 심안(心眼)으로 그 감정을 자유롭게 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왜 살아야 하는가, 존재의 의미는 무엇인가, 이것에 대한 나의 추궁은 여전히 끝나지 않았다. 여전히 그 답 또한 찾지 못했다. 문득 생각한다. 그렇게 ‘왜’라는 질문이 남겨져 있기에 살아야만 하는 게 아닐까 라고. 그리고 문득 생각한다. 지금까지 내가 맛보지 못하고, 표현하지 못하고, 보지도 못했던 다양한 종류의 감정의 결을 알고 싶어서 살고 싶다고. 아직 알고 싶은 것, 보고 싶은 것이 내겐 너무 많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아직 더 살아야 할 이유가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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