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을 쓴다는 것은, 한정하는 일이다. 한 권을 읽고 떠올랐던 많은 생각들을 글이라는 한정된 틀 안에 집어넣는 행위다. 한정된 틀안에 들어가지 못하는 다른 생각의 파편들은 버려져야 한다. 선택받지 못한 문장, 생각은 존재하지 않게 된다. 적어도 그 서평 안에서는. 가끔은 그래서 이 서평을 쓰는 행위가 과연 필요한가라는 생각을 하고 만다. 책을 읽으며 느꼈던 감정, 떠올랐던 많은 생각들을 이렇게 그 순간의 판단으로 버리고 선택해도 되는가, 의문이 든다. 그럴 때는 쓸 수 없게 된다. 내가 신이 되어 책을 내 잣대로 판가름내는 듯한 느낌마저 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서평으로 쓰지 않은 책은 아무 것도 남지 않는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점 희미해지고 나중에는 좋았다, 혹은 싫었다는 단순한 느낌만 남는다. 그러다 읽음의 기억조차 사라지고 마는 책 조차 있다. 같은 책을 세 번이나 처음인양 읽고 마는 짓까지 저지른다.
결국 욕심인 걸 게다. 한 사람의 인생이 담긴, 한 사람의 많은 생각이 담긴 책을 한 번, 많아야 두 세번 읽고 A4 몇 장 분량의 서평으로 모두 담으려는 욕심, 그리고 그 서평으로 그 한 권의 책을 모두 이해했다고 결론 지으려는 오만. 글을 쓰는 이는 읽는 이가 한 글자 한 글자 모두 정독하고 이해하고 외워주길 바라지만 대부분의 독자들은 꼼꼼히 읽지 않으며 기억하지 못한다. 나 또한 그런 독자이다.
최고의 글은 쓰지 못하겠지만 지금 이 순간, 이 현재에 느낀 것들을 충실히 담는다면, 그것이 그 한 권의 책에 대한 최선이 아닐까 싶다. 완벽에 대한 내려놓음이다. 처음부터 질 수 밖에 없는 완벽에 대한 집착, 욕심을 내려 놓고 부족한 그대로를 담는 그것이 지금의 최선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쓰려고 한다. 이것이 최고는 아닐지라도 최선이라 믿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