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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쌩전 Jul 06. 2021

6월의 문의 : 물은 들어오는데 노는?

물이 들어온다고 나 노를 저을 수 있는 건 아니잖아


한 달 동안 있었던 이야기를 정리하는 것마저도 이렇게 밀릴 줄은, 어느 정도 예상한 일이긴 했지만 이정도까지일줄은 몰랐다. 겨우겨우 일주일은 넘기지 않기 위해 6월의 이야기를 정리해본다. 6월의 이야기라고 하지만, 7월 초의 이야기가 조금 담길 수도 있을 것 같아서 조심스럽다. 여튼, 그 때와 다른 또 새로운 한 달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나와 우리의 무늬에 대해서.


Photo by Anastasia Taioglou on Unsplash


6월은 어땠나?


일단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다리 부상이다. 6월은 '깁스'로 모든 걸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 딱 6월 첫주에 다쳤고, 6월 한 달 동안 깁스를 하고 다녔다. 컴퓨터의 낙하를 발등으로 받아서 발등 뼈에 금이 갔다. (라는 것으로 추정된다) 난생 처음 깁스를 했고, 덕분에 건강과 체력 회복을 위해 하고 있던 운동도 중단해야했다. 의사의 소견은 단호했다. '지금 운동해서 좋을 것 없어요.' 그럼 그냥 쉬기로 했다. 실제로 되도록 나가지 않았다. 작업실은 아예 나가지 않았고, 집에서 움직이지도 않았다. 그래야 하는 시기라고 느껴졌고, 그게 필요한 시점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뚜렷한 목적이나 계획이 있는게 아니면 사람을 만나는 일도 줄였다. 열심히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면서 택시를 줄였는데, 택시도 다시 타고 다니기도 했다. 몸을 움직이지 않다보니 생각도 줄어드는 기분이 들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렇다고 내가 노력하기만 한다고 일이 많아지는 것도 아니었으니까. 회복이란 건 그런거였다. 애쓰면 더욱 악화될 수 있는 것. 그렇게 회복에 집중했다. 



그 외에 다른 일은 없었나?


생각보다 일이 잘 되지 않았다. 마침 뭔가 밀려올 것 같은 분위기였지만, 사실 파도는 몰려오는 것만큼 사라지는 것도 순식간이었다. 그건 나에게 고여있는 물은 아니었고, 왁자지껄했던 모래사장도 깨끗하게 만들어놓았다. 될 것 같았던 일들도, 분주하고 소란스러웠던 일들도 별거 아닌 일들처럼 제자리로 돌아왔다. 6월 초에는 그런 기분이었던 것 같다. 사실 이 자리, 내가 있어야 할 자리가 아니었던 건 아닐까. 나는 무엇을 바라고 이곳에 온 걸까. 자꾸만 나 스스로를 바로 세우고, 태도를 전환하는 고민을 많이하려고 했다. 그게 맞는지, 틀린지 알 수 없었다. 그저 그래야할 것 같았고, 그것밖에 할 줄 몰랐다. 그렇게 시간을 보냈다. 어떤 건 틀리기도 했고, 어떤 건 내가 맞았지만 우길 수 없었다. 구체적인 이야기를 하고 싶지만 그럴 수 없다. 아무것도 구체적이지 않았으니까. 매일 같이 그랬다. 아침에 일어나 씻고 깁스에 붕대를 감고 불편한 걸음으로 밖에 나가, 답도 없는 시간 속을 헤매이다 돌아오는 기분. 일상이 골절된 것 같았다. 결국 할 수 있는 것은 책을 읽고, 생각을 하는 것 뿐이었다. 조급해하지말자, 그렇게 다짐했다. 



그럼 쉬는 중인가?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전화가 왔다. 연이어 세 통. 모두 일 이야기였고, 모두 당장 시작해야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일을 시작했고, 일주일 정도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하고 했던 것 같다. 여기 저기 뛰어다니면서 일을 했고, 문서를 만들고, 아이디어를 찾고, 자료를 공부해서 분석했다. 아직도 일은 진행중이지만, 이제는 오히려 어떤 일을 하느냐가 아니라, 어떤 일을 덜어내느냐,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어떻게 판단하느냐의 문제가 되었다. 어려운 일이다. 이건 절대 배부른 이야기가 아니라는 걸, 자기가 하던 일을 통해서 프리랜서나 창업을 한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현명한 판단을 해야만 하는 시점일 것이다.



어떤 생각을 가지고 판단을 할지 정했는지.


사실 정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여전히 혼란스러운 부분이 있다. 금전적인 부분, 물질적인 부분이 큰 의미를 가지진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오히려 당장 내가 원하는 것, 하고 싶은 것을 위주로 해야한다는 생각이 강했다. 하지만 여러 가지 혼란스러운 일들이 있었고, 그것이 나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올지 잘 모르겠다. 미래의 불안은 과거의 책임이라는 생각이 많이 든다. 지금의 나태가 결국, 과거의 책임을 과중하게 될 거라는 생각도 든다. 매일 매일 치킨을 먹으면, 먹을 때는 행복하지만 결국 건강이 안좋아지거나 혹독한 다이어트를 통해 책임을 만회해야하는 고통스러운 시간을 감내해야한다는 것이다. 나는 어떤 기준으로 현재를 판단할지, 잘 고민해야 한다. 알지만, 어려운 일이기도 하고 말이다.



생각이 많아질 수록, 명료한 판단을 해야한다는 압박감이 있다. 나 스스로 감내할 수 있는 것은 너무나 한계가 분명하다. 하지만 그래도 모든 것을 내 스스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외로움이 있다. 나는 지금의 이런 고민과 경계들을 통해서, 어떻게 나아갈 수 있을까.


지금의 내가 이렇게 관념적인 이야기로 현실을 되새길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사실 7월이 되어 맞닦뜨리게 된 불편한 내일 때문이기도 하다. 모든 것이 내 책임이지만, 분노와 짜증이 쏟아지는 이유. 나는 웃어야 하는데, 세상이 웃지 말라고 하는 기분. 


나도 세속의 성공이나, 물질의 안녕을 목표 삼고, 똑바로 시선을 던져야 한다고... 그렇게,  그렇게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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