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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쌩전 Aug 04. 2021

7월의 문의 : 숲이 보이질 않아

숲인 건 알겠는데 볼 수가 없다니까


이상하다. 한 27일 28일 정도가 되면, 마지막에 써야지 하고 생각하는데, 이상하게 말일은 그냥 지나가버린다. (7월의 문의라고 해놓고는, 8월에 쓰는 것에 대한 변명이다.) 세번쯤 되었으면 그냥 원래 그러는 구나 생각하게 되버릴지도 모른다. 딱히 마감을 정한건 아니지만, 그래도 기분상 그렇게 하고 싶었는데, 생각보다 잘 되지 않는다. 그렇다고 놀면서 미루는 것은 아니다. 바쁘긴 바쁘다. 그래서 이번에는 나의 바쁨과 공사 다망한 일상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야할 것 같다.


Photo by Imat Bagja Gumilar on Unsplash


7월, 한창 더운 여름이었다.

정말 덥다. 더위에 워낙 약하기도 한데, 올해는 정말 더운 것 같다. 마스크를 쓰는 일이 참 힘들다. 폐로 들어오는 공기가 계속 눅눅하고 온기를 머금고 있다보니, 밖을 다니다보면 몸에 쌓인 열기를 해소할 타이밍을 찾기가 어려운 것 같다. 조금만 걸어도 땀이 줄줄 나고, 금세 지치고 만다. 체력적으로 떨어진 것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 피곤하다고 느끼고 있는 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좀 지친다는 생각이 드는 건 사실이다.



신경쓰이는 일이 있다면?

이사를 가야한다. 사실 7월 첫날부터 알게 되었다. 현재 전세를 4년 째 살고 있고 올해 가을이 계약 만료날인데, 부동산에서는 올해 연장도 문제 없을 거라고 했다. (부동산은 별 생각 없이 그렇게 말한다는 걸 이제는 알았고, 그 때의 내가 듣고 싶은 대로만 들었던 것 같다) 집주인은 이미 집을 내놓은지 오래되었지만, 집은 계속해서 팔리지 않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집이 있는 곳이 남산자락이라서 고도 제한도 있고 빌라이다보니 각각 소유자가 따로 있기도 하고, 우리 집은 필지가 공동으로 되어있어서 두집을 한꺼번에 사야하는 곳이라 여러모로 누군가 구입하기에 목적이 애매한 곳이었기 때문이었다. 살기에도, 투자하기에도. 그런데 그게 덥썩 딱 맞는 구매자가 생겨버렸고, 일사천리로 팔려버린 것이다. 게다가 새로운 세입자를 구해야한다고 하면 6개월도 남지 않았기 때문에 현재 살고 있는 사람에게 우선권이 생기는데, 이번 집주인은 본인이 들어와서 살겠다고 하는 바람에 나는 무조건 나가야하는 상황이 생기고 만 것이다. 그렇다. 결국 올 가을에는 이사를 가야한다는 말이다. 이건 정말 신경이 계속 쓰인다.


계속 알아보고 있는 중인지?

일단 지금 살고 있는 후암동 위주로 알아보고 있다. 마땅한 집도 없고, 돈도 없다. 이럴 줄 알았으면 퇴사를 안했지! 속이 상하기도 한다. 진퇴양난의 상황에 빠졌기 때문이다. 대출을 받자니, 퇴사해서 소득이 불안정해졌지, 그렇다고 나라에서 지원해주는 것들을 신청하자니 작년 소득이 애매하게 걸쳐서 딱 중간에 끼인 상황이 되어버렸다. 결국 아무것도 못하고, 내 힘으로 방법을 찾아야하는데 그게 너무 선택의 폭이 좁고 열악하다. 솔직히 말하면, 비참하다. 마음이 계속 힘든 건 사실이다.


일은 어떻게 되고 있나?

생각보다 일이 많아졌다. 사업자 등록증을 4월 1일에 만들었으니까, 이제 4개월을 채웠다. 수입은 지난 회사 월급을 당연히 넘겼고, 뒤로 갈 수록 더 좋아질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너무 많아져서 오는 일을 다 못받는 상황에 이르렀고, 이게 어떤 영향이 될지 모르겠다. 돌아보면, 7월에 대행사와 함께 작업해서 경쟁PT 도 한 건 했고, 하동과 함께 하는 녹차도 진행시키고 있으며, 세화미술관에서 하는 아티스트 토크 진행도 했다. 당연히 수, 목, 금 나가고 있는 회사와 하는 일들도 꾸준히 진행하고 있으며 그 쪽에서 신사업 준비라던가 브랜딩 작업도 계속 하고 있는 중이다. 요새는 집에서도 계속 일을 하고 있고, 업무 일정이 아주 빠듯하게 돌아가는 상황이라 사실 이렇게 하는게 맞는지 고민이다.


일이 많은 건 좋은 것 아닌가?

아마 집의 상황과 맞물려 고민이 되는 것 같다. 일단 기반이 불안하니까, 단순히 일을 마구 하는 것이 기쁘게 느껴지지 않는 것도 있고 내가 이렇게 일을 많이 하는 것이 실제로 어떤 도움이 될지에 대한 고민도 든다. 그리고 일을 하면서도, 더 재밌고 더 좋은 일을 하기 위한 방식에 대해서도 생각해봐야할 시점인 것 같고, 그리고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이 있을지도 고민하고 있다. 혼자서 할 수 있는 것은 한계가 있지만, 정말로 혼자서 할 수 밖에 없는 것인지도 생각해봐야하는 일인 것 같다.


어떻게 극복할 생각인지?

극복이 될 지 모르겠다. 일단 나를 어떤 상태에 두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지에 대한 고민이 있다. 지금은 이상하게 꼼짝 못하는 기분이다. 온전히 내 숙제인 것 같으면서도, 이상하게 내가 드러나지 않는 일들이 있다. 나는 일을 하기 위해서 나온게 아니라, 내가 잘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즐겁게 하려고 나온 것이다. 그 생각이 무척 이상적이고 나이브하게 들릴 수 있다는 것은 안다. 그런 일만 할 수 없다는 것도 안다. 그러려는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그런 일이 있으면, 그걸 통해 에너지를 얻고 많은 것들이 선순환이 될 수 있을 거란 생각이었다. 지금도 다르지 않다. 그렇다면, 구체적인 방법과 계획이 있어야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어떤 것들은 조금씩 조금씩 수정한다고 모양이 바뀌지 않는다. 어릴 때 점토 공예를 하는 것이 나에겐 무척 힘든 일이었는데, 잘라서 붙이고 뭉치고 다듬고 하다보면 점점 이상해지고 나중엔 대체 무엇을 만드려고 하는지도 모르는 지경에 이르기 때문이었다. 사실 지금 되어있는 상태에서 수정을 거듭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점토를 뜯는 것이 답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방법과 시점이 문제겠지만.



7월의 이야기는 여기까지다. 다음 달에는 또 뭔가 소개할 수 있는 것이 있을까, 싶긴 하지만 그래도 뭐 사실 일기의 월버전 처럼 생각하고 정리하고 있다.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진다고 해봤자 답을 정해놓고 말하는 것이나 다름 없어서 무슨 의미가 있나 싶다. 다만 이런 식으로라도 조금씩 내 자신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서 조금씩 이어가보려고 한다. 보여지는 것보다, 내가 보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생각. 그것이 내가 하고 있는 <모두의 무늬>에 대한 나에 문의이자, 답을 찾는 단서가 아닌가 싶다.


덥다. 찬물을 마셨더니, 배가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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