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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쌩전 Sep 02. 2021

8월의 문의 : 손은 눈보다 빠르게

눈을 감으면 안되는데



이번엔 그래도 많이 늦지 않았다. 8월 한달은 여러가지 변화가 있었던 달이다. 정확히 말하면 변화가 있었다기 보다는, 변화를 만들기 위한 준비를 많이 했다. 그러기 위한 계기들이 있었고 나는 그 계기를 잡기로 했다. 스스로 수용한 계기들이 나에게 어떤 변화를 주게 될지, 나는 어떤 태도와 행동을 취해야할지가 관건이 될 것만 같다.



Photo by lucas Favre on Unsplash


질문을 하고 답을 하는 것, 자문자답 아닌가?

맞다. 내가 묻고 내가 답하고 있다. 뭐가 문제인가? 나는 나에게 시비를 걸기도 하고 나를 괴롭히기도 한다. 나는 자아이기도 하고 타자이기도 한 것이다. 나와서 일을 해보니 이런 것이 굉장히 명확해진다. 일을 시키는 사람은 돈과 함께 다가온다. 하지만 그 일을 완성하기 위해선 오로지 나 자신의 의지와 관리가 필요하다. 나를 괴롭히는 것도, 나를 완성하는 것도, 나를 나아가게 하는 것도 나인 것이다. PT를 계속 받고 있는데, PT 선생님은 마지막 한번, 두번 더!를 계속해서 외친다. 하지만 그 응원과 압박을 이겨내고 진짜 운동이 되는 마지막 한 번을 더 하는 것은 나의 의지다. 이 질문도 나의 의지다. 기록을 위한 내 자신 내부에서의 티키타카라고 할 수 있다. 원래는 하다보면 누군가 질문을 보내줄 거라 생각했는데 오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8월을 한 마디로 말하자면?

다리. 다리 같은 느낌이었다. 몸통에 붙어있는 것 말고, 길을 건널 때 쓰는 다리. 나는 어떤 협곡을 넘어온 기분이다. 8월은 무척 더운 여름이 지나, 갑자기 가을의 문턱이 나타난 것 같은 달이기도 했다. 올 여름은 초반에 꽤 덥게 시작했지만, 막상 지나고보니 그렇게 덥게 기억되지는 않는다. 그건 내가 불쾌한 기억을 빠르게 망각하는 단순함을 가지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르지만, 8월에 비가 오면서 선선해진 날씨 탓이 크기도 하다. 날씨뿐만 아니다. 나는 일적으로도 뭔가 어떤 시점을 넘어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수입적인 부분도 그렇고, 일의 형태나 관계도 그렇다.



다리를 건너면서 무엇을 가지고 건너왔나?

무엇을 가지고 왔다기보단, 놓고 온 것이 있다. 나는 행동을 위해 지금까지의 호흡을 버리고 왔다. 지금까지는 자꾸 안으로 삼키는 호흡이 필요했다. 소화하기 위해서, 숙성하기 위해서, 고민하기 위해서라는 변명과 핑계였다. 물론 그런게 필요한 시간들이 있었다. 의뢰를 받으면 고민하고 찾아보고 조사하고, 하지만 실제로 앉아서 그것만 집중하는 시간을 가지는 건 아니었다. 딴 생각을 하기도 하고 해야될 것을 다시 한 번 훑어보기도 했다. 그런 시간이 쓸데없다는 것은 전혀 아니다. 나는 일을 하기 위해서 일정부분 게으름을 피울 수 있는 여유가 필요한 사람이다. 하지만 거기서 행동으로 나아가기 위한 것은 어떤 감각적인 부분의 변화가 필요한 것이었다. 

가지고 온 것을 이야기하자면 수입? 지금 퇴사 후 개인사업자를 차리고 약 4개월 정도 되었는데 지금까지 지난 회사 연봉의 반 정도는 번 것 같다. 개인적으로 고무적인 상황이지만 오픈발일 수도 있으니 일희일비하지 말자, 정도로 판단하고 있다.


어떤 변화인가?

감각적으로 느끼는 부정을 부정하는 것이다. 쉽게 말하면, 어떤 일이든, 기획을 하고 상상을 하면서 아이디어를 낼 때는 재밌다. 하지만 가장 재미 없고 힘든 부분은 그것을 실체화 시키고 실무를 통해 현실에 꺼내는 일이다. 문제는, 그 가장 재미없는 부분이 일의 대부분이고 그게 가장 실질적인 수익이 된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게 없으면 사실 모든 것이 거품이 아닌가 싶기도 한 것이다. 최근의 세상은 더욱 그렇다. 준비하는 것도 중요하고, 옳은 방향을 잡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계속해서 나아가려는 동력을 지니고 있지 못하면 소용없어질게 뻔하다. 방에 앉아서 책만 읽는 선비를 세상이 알아줄리 없는 것 아닌가?


쉽게 좀 말해달라.

구체적으로, '모두의 무늬'가 9월부로 팀이 되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나는, 그동안 하지 않았던 것들 혹은 피하려고 했던 것들을 조심스럽게 하나씩 해보고 있다. 사람을 뽑은 것도 그렇고, 일을 받는 것도 그렇다. 평소였다면 받지 않았을 일도 받아보고, 어려운 것도 해내보고, 불편한 것도 시도해보려고 한다. 그러면서 달라지고 바뀌고 배우는 것이 분명히 있을거라고 믿는다. 성격상 그것이 피해가 되는 선까지 무너지진 않을 것이라는 나 자신에 대한 신뢰도 부정할 순 없다. 다만 이제는 그런 것에 익숙해져서 익숙함만 고수하며 살아가기엔 너무 위태로운 상태라는 것을 깨달았을 뿐이다.



상념을 정리하다보니 어쩌면 모호해보이는 이야기를 하게되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런 것들이 나의 구체적인 계획과 일상에 묻어져있는 생각이라는 것을 남기고 싶을 뿐이다. 돌아보았을 때, 이런 상황이 결국 어떤 자양분으로 영향을 미칠지, 기대와 걱정이 함께한다.


가을이라니, 가을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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