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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쌩전 Jun 03. 2021

5월의 문의 : 회사 밖은 정글이야

괜찮을까 나는, 우리는, 내일과 내 일은?



5월의 이야기를 빨리 적으려고 했는데 시간이 훌쩍 지나버렸다. 이렇듯 마음먹었던 일들이 자꾸만 밀려나가고, 일상의 규칙이 변화하고 있다. 혼란의 시기일까. 어려움의 시기일까. 혹은 내가 잘못 선택한 걸까? 퇴사 2개월 차, 몇 개의 일을 했고 여러가지에 적응하고 또 여전히 혼돈에 빠져있다. 또 왜 이리 비는 많이 오는지, 올 여름은 무척 더울 거라던데, 여러모로 나는 정글에 던져진 기분이다.


이런 나에게, 5월 한 달을 생각하며 질문을 던져본다.


Photo by Isaac Quesada on Unsplash



일은 하고 돈은 벌었나?


결론을 먼저 말하자면, 그렇다. 그래도 어떻게 하다보니, 5월은 라인프렌즈에서 받았던 월급 정도의 수익은 벌었다. 성수에 있는 어라운디에 주3일 출근하면서 50% 정도는 고정으로 받기로 했는데, 운 좋게 바로 시작할 수 있었던 일이 있어서 그걸로 나머지를 채웠다. 하지만 이런 일이 더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사업이란게 그럴테지만, 내가 딱히 영업을 하는 것도 아니기도 하니까 끊임없이 일이 들어올지, 어떤 새로운 일이 들어올지 불안정한 건 사실이다. 여튼 내가 했던 일을 되새겨 보면 이런 일들이 있었다.

하동 녹차 패키지 작업을 했다. 브랜딩 작업에 일환으로 녹차 패키지 리뉴얼 이전에 브랜드가 나아갈 방향에 대한 전략과 그걸 구현하는 방식으로서의 패키지 디자인 작업을 준비해서 제안했다. 아직 결과를 듣지 못한 일이라서 자세한 이야기를 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꽤 재미가 있었고 오랜만에 깊게 고민해 본 일이었다. 나의 미숙함 탓에 일하는 분들에게 스트레스를 준 것 같아서 반성도 많이 된다. 온전히 나로서 일하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라는 걸 느낄 수 있었다. 회사 안에 있을 때는 어차피 일은 계속 들어오기 때문에, 일 자체를 효율적으로 만들고 내가 해야하는 일인지 파악하고 다른 이들과 어떻게 협동할지가 매우 중요했다. 하지만 나와보니, 과정이 어떻든간에 결국은 시작과 끝이 매우 중요한 것이었다. 이 프로젝트를 준비하면서 주말에도 일하고, 쉬는 날에도 일을 했다. 역시, '내 일'을 한다는 감각은 달랐다.

원래 알고 지내던 대행사에서 경쟁 PT(광고주 의뢰에 맞춰 프로젝트 제안을 들어가는 것) 준비를 한다고 해서 이것도 아이디어와 앞단의 인사이트 정리 작업에 참가했다. 사실 이건 깊이 고민해서 들어갔다기 보다는, 간단하게 알바 형태로 생각하고 한 거라서 한 일주일 정도 심플하게 고민해서 정리했다. 최근 연락 받기로는, 다른 업체가 선정되었다고 한다. 그래도 작업비는 받을 수 있었지만, 아쉬운 일이다. 그리고 이런 일이 더 있을지도 모르겠다. 물론, 하고는 싶다.



요새 컨디션이나 기분은 어떤지?


어려운 느낌이다. 내가 잘하고 있는지, 잘할 수 있는지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한다. 실제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는 부채감을 가지고 있다. 실체가 있는 일을 해야겠다고 몇 번을 다짐했다. 하지만 그 실체에 대해서 내가 확신을 가지고 있는지가 내 고민의 중심이다.

이런 얘기를 주변에 하면, 감사하게도 주변에서는 본인들은 느껴진다고 말을 해주곤 했다. 하지만 왜 나는 잘 모를까. 나는 나를 팔기 위한 (selling) 준비가 되어있을까.

그런 의미에서 사실 컨디션이 좋지는 않다. 운동은 하고 있지만, 체력은 떨어지는 기분이고 밤이 되면 일찍 잠이 든다. 물론 아침에는 일찍 일어나는 편이긴 하지만 뭔가 개운하지 않다. 아무래도 여름이 가까워지고 있는 탓도 있는 것 같다.



왜 유튜브는 하지 않나?


의외로 이런 질문을 많이 받았다. 요새는 유튜브니까 유튜브를 하라고. 하지만 뭐, 유튜브 하는 일이 쉽지 않다는 것은 누구나 알테니까... 이유는 단순하다. 귀찮고 힘들다. 일을 벌리는 것도, 일을 빠르게 시작하는 것도 잘 하는 일이지만, 그걸 유지하고 반복하는 것은 나에게 너무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누군가 그런 걸 도와주지 않는 이상은 시작하기 어려울 것 같다. 그리고 사실 화면 앞에 나서는 것을 그렇게 즐기는 편도 아니다. 앞서 말했던 것과도 이어지지만, 허황된 이야기들을 하면서 허상을 만들고 부풀리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다. 명확하게 내가 한 일이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것을 통해서 평가 받고, 또 인정 받고 싶은 마음이 있다. 



이제 또 다음 한 달은 어떻게 지낼지?


실체에 대한 고민을 계속 할 것 같다. 현재로서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팅이나 디자인, 기획, 제작 등에 대한 고민이 있다. <모두의 무늬>도 크리에이티브 스튜디오의 형태로 자리를 잡으려고 하고, 단순히 컨설팅이나 플랜을 제안하는 것이 아니라 제작과 연계해서 일을 받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나도 끊임없이 표현에 대한 고민을 해야할 것이라는 생각이 있다.

물론, 글을 계속 쓰고 있다. 그렇다보니 오히려 글이라는 형태를 통해서 실체를 가질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도 있다. 이런 고민이 언젠가 끝날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존경하는 스승님들도 끊임없이 고민하고, 현재까지도 의문을 가지면서 일을 한다고 들었다. 나라고 다를 수 있을까. 

'하다보니 되는 거야'

나도 그 말을 믿는다. 하지만 그건 내가 땅에 발을 디디고 있는 것에 대한 이야기고, 나는 내 눈이 어딜 향해야할지에 대한 고민을 하는 것이다. 


내 얘기를 하다보면 꼭 거창해진다. 그것부터 고쳐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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